[생명나눔은 자비입니다] ① 왜 ‘생명나눔’ 인가
[생명나눔은 자비입니다] ① 왜 ‘생명나눔’ 인가
  • 신성민 기자
  • 승인 2019.05.17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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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눔,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연등회 전통문화마당에 생명나눔실천본부 봉사자들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연등회 전통문화마당에 생명나눔실천본부 봉사자들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홍보하고 있다.

1969년 3월 24일. 이 날은 한국의학사에 한 획을 긋는 수술이 집도됐다. 서울 명동 성모병원이 한국 최초로 장기 이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환자는 신장이 망가진 재미교포였고, 미국에서 신장을 구하지 못해 한국에 들어와 어머니의 신장을 기증받아 수술한 것이다.

이후 1970년대 면역 억제제 개발과 함께 뇌사자의 신장과 간이식까지 연달아 성공했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심장과 폐, 소장까지 이식이 가능해졌다. 2011년에는 여러 장기를 한꺼번에 이식할 정도로 장기이식술은 꾸준히 발전해왔다.

韓 장기기증 성공 50년 맞았지만
희망등록 2%·실기증도 감소 추세
조혈모 기증·자살예방·헌혈 등
생명 나눌 수 있는 자비행 많아
‘본생담’서 생명나눔 典範 확인


한국의 장기이식술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기술력을 가졌지만, 정작 한국 생명나눔 문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장기 및 인체조직을 기증할 의사는 있지만 정작 장기기증희망등록 서약률은 2.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기증률도 줄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2001년 1100여 건에서 2016년 4400여 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 2018년 4100여 건에 이르렀다.

특히 2017년부터 뇌사자에 대한 가족의 장기 기증 동의 비율이 42%로 줄었고, 뇌사자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 동의했어도 다른 가족이 거부해 장기 기증이 취소되는 경우도 10%에 달한다.

현재 근본 치료가 없어 장기이식만을 기다리는 환자는 2만 7천여 명. 하루 평균 3.4명이 이식받을 장기를 끝내 구하지 못해 숨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불교계가 ‘생명나눔’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자신의 생명을 통해 꺼져가는 다른 생명의 불꽃을 다시 피어오르게 할 수 있는 것은 현 시대에 할 수 있는 새로운 자비행이다.

‘생명나눔’에 대한 불교적 근거는 부처님 전생담으로 알려진 <자타카(본생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비(尸毘)왕 본생담이 대표적이다. 시비왕이 산책을 하던 와중 품 안으로 매에게 쫓긴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시비왕은 비둘기를 숨겨줬고, 매는 시비왕에게 비둘기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왕은 이를 거절했고, 매는 “나는 비둘기를 못 먹으면 죽는다. 내 생명은 소중하지 않는가. 비둘기를 내놓지 못한다면 그만큼 살코기를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시비왕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비둘기 몸무게 만큼의 허벅지 살을 잘라 저울에 올렸지만, 저울의 눈금은 비둘기 쪽에 향해 있었다. 자신의 양팔, 다리, 엉덩이를 베어 올렸지만 여전히 비둘기의 무게가 더 나갔다. 결국 시비왕 자신이 저울에 오르고서야 무게의 균형이 맞았다.

이는 사람이나 비둘기나 모두 같은 생명의 무게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한다. 이를 깨달은 왕은 중생제도의 서원을 세우고 자신의 목숨을 던져 비둘기를 구했다.

자비는 본래 ‘자(慈)’와 ‘비(悲)’로 나눠진 말이다. ‘자(慈)’는 생명 있는 모든 일체중생에게 행복을 주는 것을 의미하며, ‘비(悲)’는 불행을 없애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불교 윤리는 ‘살아있는 모든 것’, 즉 중생(衆生)의 윤리라는 점을 특색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자비 사상은 일체의 차별적 사고방식을 배제한 평등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 자비 실천으로서 생명나눔은 연기론의 관점에서 볼 때,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좋은 밑바탕이 된다.

‘생명나눔’은 장기기증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조금 더 저변을 확대해 보면 조혈모세포 기증과 헌혈, 자살예방도 범주에 들어간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에게 필요한 이식으로.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만 이식이 이뤄지면 병을 고칠 수 있게 된다. 기증 후 2~3주 이내 회복이 가능하므로 기증자의 혈액세포 생성 능력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

평소 꾸준히 헌혈을 하며 헌혈증을 모으고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것도 응급환우를 살리는 일이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 헌혈율은 5.7%로 다른 국가에 비해 낮지 않으나, 10~20대에 몰려있고 이마저도 감소 추세다.

자살예방 역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로, 이는 범불교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은 저서 <행복한 빈손>에서 생명나눔 운동의 정의와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스님은 “생명공양이라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 작은 생명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자비심을 실제로 베푸는 것”이라며 “말 못하는 곤충이나 동물의 생명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자비심이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동체대비 사상이며, 이를 현 사회에서 실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 생명나눔실천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생명나눔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환우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가난이라는 고통으로 세상에서 숨쉬고 사는 것조차 힘겨운 사람들이 많다”며 “나 뿐만 아니라 생명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 부처님께 올리는 생명공양이며, 이것이 실현될 때 이 땅에 불국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 유일 생명나눔운동단체 ‘생명나눔실천본부’
나도 좋고 남도 좋은 행복한 회향 원한다면

장기기증부터 조혈모세포 기증, 헌혈증 공여 등 불교계 생명나눔운동 전면에 나서고 있는 단체는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가 유일하다.

1994년 생명공양실천회로 시작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보건복지부 지정 장기기증 희망등록 전문 홍보 교육기관이다.

주요사업으로는 △장기기증 희망등록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 △환자 치료비 지원 △자살예방사업 등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사업들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광주전남과 부산, 경남, 대구, 제주도에 지역본부를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불자들과 시민들에게 생명나눔운동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20여 년 동안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사람은 6만7148명(4월 4일 현재)으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올해 5,000명(조직기증 2,500명)의 장기기증희망자 모집을 계획 중이다. 또한 조혈모세포는 2,889명을 모집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 52명이었던 조혈모세포 실기증자를 60명으로 확대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는 생명나눔 자비 모금회가 신설 운영되며 생명나눔 희망골든벨 퀴즈도 확대한다는 게 생명나눔실천본부의 계획이다.

신규사업인 ‘생명나눔 자비 모금회’는 지원대상을 불자로 특정된 의료비 후원 사업으로, 본부 측은 현장 캠페인 때 장기기증 희망등록과 자비모금 홍보를 병행한다. 사업팀은 매월 초하루 또는 사찰 행사시 먼저 수도권에 위치한 사찰을 방문, 신도 대상으로 후원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조혈모세포 희망등록을 주제로 한 ‘생명나눔 희망골든벨’은 올해 전국 3~5개 대학으로 확대 실시된다. 조혈모세포 희망등록은 신청 연령제한이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으로 정해져 있어 연소자 등 등록예정군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는 게 핵심적이다.

이밖에도 생명나눔은 종립학교를 대상으로 생명나눔 동아리를 운영함으로써 청소년 대상 생명나눔 교육을, 군장병을 대상으로 한 기존 홍보교육 활동을 지속한다. 또한, 지자체 행사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전 연령층 시민들의 인식 제고에도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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