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불교명상… 몸·마음 건강해져요

“천천히 팔을 올리고 몸에 힘을 뺍니다. 눈은 앞을 보고 어깨는 내립니다.”

기세(起勢)부터 야마분종(野馬分利), 단편(單鞭)까지. 비구니 스님의 태극권 투로가 이어지자 학생들은 일제히 다리를 벌리고 섰다. 마치 춤을 추듯 스님은 부드럽게 동작을 이어갔고 학생들은 일제히 몸을 움직였다. 천천히 움직이지만 기마 자세로 몸을 낮춰 다리 근육은 금방 떨렸고 학생들의 얼굴엔 어색한 듯 부끄러움도 묻어나지만 눈빛만은 진지했다.

청암사 1997년부터 태극권 수련
2012년부터 학회·협회까지 운영
김천 內 학교·교육원서 수업 진행
대기자 100명… 종교 떠나 ‘인기’
태극권·명상 병행으로 집중력 강화
“태극권, 움직이는 禪… 명상 같아”


청암사(주지 상덕) 청암바라밀전법회(이하 청암바라밀)는 4월 22일 김천 지품천 중학교에서 태극권 수업을 진행했다. 청암바라밀은 청암사 비구니 스님들이 태극권으로 포교활동을 펼치는 전법단이다. 스님들은 현재 매주 월요일마다 지품천 중학교를 방문, 전교생을 대상으로 태극권 수업을 진행 중이다.

청암바라밀은 조계종 교육원이 인증한 승가결사체다. 지난 2018년 6월 1기로 인정된 이래 올해도 2기 인증을 받았다. 태극권을 통한 생활불교지도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태극권 수업에 앞서 학생들은 반가부좌로 앉아 눈을 감았다. 명상을 위해서다. 스님들은 학생들을 바른 자세로 교정해주며 호흡을 바라보도록 유도했다. 명상 시간은 10분. 아이들은 큰 무리 없이 고요하게 호흡을 바라본다.

“기세.” 명상을 마친 후 스님이 외치자 아이들은 다리를 어깨 넓이만큼 벌리고 기마자세를 갖춘 후 팔을 들어 올렸다. 스님의 투로에 맞춰 아이들은 몸을 천천히 움직였고 적당한 긴장감은 묵직한 힘마저 느끼게 했다.

수업 후 학생들은 느린 동작 속에 오히려 건강과 평안함을 얻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남승윤 학생(3학년)은 “느리게 움직이면 운동이 될까 싶었는데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 운동도 많이 된다. 스님께 태극권을 배우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라며 “특히 명상 시간은 마음이 고요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조민아 학생(3학년)은 “1학년 때부터 태극권 수업을 받고 있다. 다른 운동들은 대부분 민첩함을 요구하는데 느긋해서 스스로가 안정되고 명상시간을 통해 하루를 돌아 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청암바라밀 대표 도국 스님은 청소년기 바른 성장을 위해 태극권은 도움이 많이 되는 운동이라 강조했다.

스님은 “태극권은 혈기가 왕성한 아이들에겐 심심한 운동일 수 있다”며 “하지만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에 명상과 태극권은 뇌 발달에 도움을 줘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돕고 창의성이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청암바라밀은 현재 대덕초등학교에서도 전교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 중이다. 도국 스님은 태극권 수업에 앞서 진행하는 명상은 아이들의 집중력 강화 효과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산만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는 명상은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7주차를 맞아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라며 “아이들 가운데 명상 중에 정말 집중을 하는 아이들이 있고 호흡을 깊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았다.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외에도 청암바라밀은 성인을 대상으로 거창군 삶의 쉼터와 김천시청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에서 태극권을 가르치고 있다. 평생교육원은 특히 인기가 높아 인터넷 접수는 2분 만에 마감되며 방문 접수도 새벽 3시부터 줄을 설 정도다. 현재 대기자도 100명이 넘는다.

강의 추가 개설 요구가 빗발치지만 스님들은 자신의 본분인 수행 시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스님들이 태극권을 가르치지만 불자들만 수업을 듣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일반인 수업 참가자의 종교는 대부분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가 주를 이룬다.

도국 스님은 “종교를 언급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는데 오히려 삶의 애환을 털어놓고 마음을 나누는 경우가 있다. 거부감 없이 불교 행사에도 참여하며 태극권 수업을 받고 있다. 이것이 바로 포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태극권은 특히나 어르신들에겐 탁월한 운동이다. 코어 강화와 다리 근육을 높여 건강한 활동을 가능하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태극권으로 대중 포교에 나선 청암바라밀회는 청암사만의 승가교육에서 비롯됐다. 청암사는 1997년부터 승가대학 학인들에게 태극권을 수련토록 했다. 승가대학장 지형 스님이 학인 스님들의 건강한 수행생활을 위한 방편으로 제안한 것으로 한국불교 승가대학에서 태극권을 수련하는 곳은 청암사 승가대학이 유일하다. 이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시작된 청암사 대중 스님들의 태극권 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일취월장했다. 청암사 스님들은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생활체육전국우슈대회에서 태극권 부문 전국 종합 우승을 거뒀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높은 성적을 얻고 있다.

(사)대한태극권학회와 (사)대한태극권협회가 지난 2012년 전라북도에서 경상북도로 이전한 후에는 학회와 협회를 청암사에서 주관하게 됐다. 현재 대한태극권학회장은 청암사 승가대학장 지형 스님이며, 주지 상덕 스님이 대한태극권협회장을 맡아 태극권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2013년부터는 심판을 배출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유단자 450여 명과 8명의 스님이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협회 이사인 도국 스님은 태극권은 불교 명상과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포교 방편으로 탁월하다는 설명을 첨언했다.

“태극권은 포교 방편으로 무엇보다 뛰어납니다. 대체의학으로도 좋은 결과가 많지만 태극권 자체가 움직이는 선(禪)과 같습니다. 불교 수행하고 빗대어 말하자면 위빠사나와 사마타의 조화 속에 사념처를 계속 살펴야 합니다. 태극권을 하고 있으면 몸은 움직이지만 입정하는 수준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아울러 도국 스님은 태극권 포교 과정에서 종단 승가결사체로 인정받고 지원까지 이뤄져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종단의 도움으로 지품천 중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강의에서 만나는 모든 학생들에게 간식과 소정의 선물로 문화상품권을 주기도 하고 능력 여하에 따라 도복이나 병장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태극권을 더욱 널리 알려 스님들의 건강과 포교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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