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결사체가 뜬다] 왜 승가결사체인가

4월 29일 열린 조계종 교육원 승가결사체 전법교화활동 연수인증서 수여식에 참석한 결사체 스님들이 활발한 전법활동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박재완 기자

‘승가(僧伽)’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부처의 가르침을 믿고 불도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나 세 사람 이상의 화합된 무리’다. ‘결사(結社)’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단체’를 말한다. ‘승가결사(僧伽結社)’는 ‘불도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공동 목적을 위해 결성한 단체’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최근 불교계 안팎으로 꾸준히 회자되는 ‘승가결사’가 있다. 바로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이 추진하는 ‘승가결사체 전법교화활동 연수 인증 및 지원 사업’의 인증을 받은 결사체다.

2018년부터 시작된 승가결사체
4인 이상 스님들의 전법 모임들
조계종 교육원 연수 인증·지원
1기 19개서 2기 24개로 확대돼

종단 차원 결사체 지원은 최초로
‘종단 인증’에 재정 지원 큰 도움
지속 운영·포교원과 연계 ‘숙제’


지난 2017년 12월 제정된 ‘승가결사체의 전법교화활동 연수인증 및 지원에 관한 규정’에 의해 시행되는 사업은 승가결사체의 전법교화활동을 종단 승려 연수로 인증하고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8년 처음 시행돼 현재는 2년 차를 맞고 있다. 

교육원이 규정한 ‘승가결사체’는 구족계를 수지한 조계종 스님 4인 이상이 전법교화활동을 목적으로 결성한 단체를 말하며, 법인 및 영리단체를 제외한 비영리 임의단체로 한정한다.

‘전법교화활동’은 △어린이·청소년·교도소·다문화 등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강의·설법 등을 통해 불교를 전하는 활동 △호스피스, 간병 등 중생의 이익과 행복을 위한 자비보살행 △인권·노동·환경·통일·국제구호 등 사회활동 △참선·선무도·지화 등 생활불교 지도활동 등을 말한다. 전법교화활동에는 재가불자가 참여해도 무방하다.

교육원은 승가결사체 소속된 스님들에게는 연수점수 50점을 부여한다. 1, 2, 3급 승가고시에 응시하기 위해 연평균 30점 이상의 연수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법교화활동이 연수 이수로 인정되는 것은 스님들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승가결사체의 활동에 따라 교육원은 심사를 통해 최대 1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필요시에는 자료제공과 행정협조도 이뤄진다.

강의를 넘어 현장 속으로
조계종 교육원이 승가결사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교육원은 연수 교육을 개편해 △자원봉사활동 △강좌형 △체험형 △순례형 △인증교육 등으로 분류·운영해 왔다. 하지만 현장 실천이 강조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일선 스님들의 전법교화활동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교육원은 수차례의 논의 끝에 적극적인 대사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님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실천형 연수 제도인 ‘승가결사체’ 사업을 마련하게 됐다.

교육원 관계자는 “연수교육을 강의 듣는 것으로만 한정해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연수의 목적이 전법교화역량 향상에 있다면, 실제 현장에서 전법교화활동을 펼치는 것도 연수로 이해하고, 오히려 더욱 장려해야 한다는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평소 지론이 투영됐다”고 설명했다.

종단 인정·지원  ‘환영’ 목소리
‘승가결사체’ 사업은 스님은 물론 불교계 안팎으로 많은 호응이 있었다. 1기에는 19개 단체가 인증을 받았지만, 올해 2기에는 24개 단체로 확대·인증됐다. 지원 예산 규모도 지난해 8000만원에서 올해는 1억4000만원으로 늘렸다.

1,000만원의 지원을 받는 단체는 총 3곳으로 △영국 현지 교민과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하비스트 페스티벌(Harvest Festival)등에 참여해 전법교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로터스 마인드(Lotusmind)’ △여성 청소년 교정교화에 앞장서고 있는 ‘안양계’ △노숙자들에게 먹을 것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다함께 나누는 세상(다나)’이 선정됐다.

이밖에도 700만원 8곳, 500만원 9곳, 300만원 3곳 등 총 23곳의 승가결사체에 전법교화 보조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승가결사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회 각계 분야에 걸쳐 전법교화활동을 하는 스님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 선정된 결사체들은 호스피스, 국제구호, 심리치료, 청소년 교정교화, 걷기명상, EM 환경활동 등 그 영역이 다양하다.

‘다함께 나누는 세상(다나)’, ‘마하보현승가회’, ‘영차영차’들은 구호활동 분야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 중이며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우들을 살피는 ‘대구불교호스피스센터’, ‘생사일여회’도 있다.

어린이·청소년·대학생 포교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천진불어린이합창단연합회’와 ‘순천불교사암연합회 인연’, ‘세간해연구소’도 승가결사체에서 활동 중이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불법을 전파하는 ‘찾아가는 법당 붓다와 달마’와 걷기명상 등으로 일반인에게 불교적 심신수련을 도모하는 ‘제주섬 꼬라 순례단’도 눈길을 끄는 승가결사체다.

환경보호를 위한 EM쌀뜨물 발효기 보급으로 친환경적 사찰 운영에 앞장서는 한마음선원의 ‘EM 지구사랑 작은 실천’은 승가결사체 중 유일하게 환경운동 활동을 하고 있다.

수륙재 활동을 통해 불교문화를 알리는 ‘부여수륙재보존회’, ‘경산수륙회’도 승가결사체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 연수국장 무일 스님은 “전법교화에 원력을 세운 스님들이 재도약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종단 차원에서 전법교화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예산까지 지원해 더욱 큰 보람과 자긍심을 갖게 됐다는 반응이다. 종단에 대한 애종심과 신뢰와 믿음이 더 커졌다”고 자평했다.

승가결사체 앞으로 과제는
승가결사체에 참여하고 있는 스님들도 승가결사체가 전법교화활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순천대 불교동아리 ‘연’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순천사암련 ‘인연’의 도운 스님은 “승가결사체의 지원금이 마중물이 돼 점심법회, 해외문화탐방 등 새로운 포교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함께 나누는 세상’ 대표 탄경 스님은 “‘종단 인증’이라는 표식이 많은 도움이 된다. 대중들의 관심이 많아지니 후원도 이전보다는 늘어났다”고 말했다.

시행 2년 차인 신생 사업이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숙제도 있다. 바로 사업의 지속성과 유관 기관과의 연계다. 특히 포교원과의 연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천진불어린이합창단연합회장 성원 스님은 “결사체와 포교원 단체들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분야별 전법 포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결사체에 대해서는 각 단체의 자율성을 담보한 지원이 필요하다. 행정적 틀에만 맞추려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이에 무일 스님은 “승가결사체의 전법교화활동이 질적 성장을 이루고 다양해질 수 있도록 포교원과 함께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교육원에서 배출한 전법사 스님들을 포교원과 연계해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독려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처럼 결사체 전법교화활동도 서로 연계·운영할 부분은 연계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업의 목표는 승가결사체가 지원을 마중물 삼아 더 확대된 전법 조직으로 성장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이 제도를 통해 많은 스님들이 자비보살행을 펼치는 승가결사체를 조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전법교화활동을 펼치는 결사체가 많이 설립되고 종단의 역할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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