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他不二’를 인간 아닌 동물에게도
‘自他不二’를 인간 아닌 동물에게도
  • 윤호섭 기자
  • 승인 2019.05.14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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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불교] 3人3色 전문가 제언

올해 초 케어 사태발생 이후 사회화두로 떠오른 유기동물 문제. 사회 각 분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계는 어떤 자세를 갖추고 역할을 모색해야 할까? 불교계 전반의 역할과 윤리적인 시각, ·제도를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불자부터 유기동물 입양운동 실천을
불교역할-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우리나라에서 유기동물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종교는 없습니다. 어느 종교보다도 앞장서서 우리사회 생명의식을 높여야 하는 불교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유기동물을 살리는 데 불교가 힘을 쏟는다면 보다 젊은 불교, 살아있는 불교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동물관련 생명과학과 윤리에 대해 일평생을 연구해온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현재 유기동물에 관심이 적은 종교계에서 불교가 가장 먼저 나설 것을 주문하며 이 같이 말했다. 우 교수는 현재 동물을 바라보는 종교계 시선이 생명존중을 표방하고 있지만 일반사회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근대를 넘어 생태를 지향하는 시대가 됐다. 부처님도 삶의 현장에서 중생의 고통을 살피고, 이고득락을 향한 방편을 수없이 말씀하셨다부처님 가르침에 근거해 생명과 함께하는 불교가 유기동물을 위한 활동을 펼치지 못해 안타깝다. 불교계 장기기증 홍보단체가 있듯이 뭇 중생에 대한 불교 가치를 실현하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 교수는 케어 사태촉발 이후 대두된 유기동물 문제가 한국불교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 시대 그리고 다음 시대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종교적 근거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우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동물의 지위를 사람과는 다른 재산의 일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라는 점에서 물건으로만 보는 인식은 한계가 있다면서 물론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성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선 둘 사이 어느 경계에 점을 찍어야 한다. 이것이 불교계 논의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이어 반려동물에 대한 국내 인식이 소득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진단하고, 반려인들의 의식을 성숙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교계 내부에서 먼저 반려·유기동물에 대한 의식교육이 이뤄지고, 불자들이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운동이 전개되길 희망했다.

우 교수는 유기동물 문제는 단순히 윤리·철학적인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인 보건 개념도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이 따로 있지 않다는 걸 제시하고 있다같은 인간을 물건으로 취급했던 노예제도, 남성과 대등한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여성의 권리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한 것처럼 동물에 대한 개념도 바뀌게 된다. 불교도 이제는 국민의 의식 변화를 이끄는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물 유기는 또 다른 살생
불교윤리-허남결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가 살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물을 유기하는 것은 분명 살생입니다. 자유를 준다는 자기합리화일 뿐이죠. 놓아주는 행위도 조건과 맞아야 방생입니다.”

불교생명윤리학자인 허남결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는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의 흔한 자기합리화가 살생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만 용어만 바뀌었을 뿐 인간과 동물의 전형적인 주종관계를 벗어나진 못했다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반려동물을 들이는 이유 대부분이 개인적 외로움을 해소하거나 동물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즐겁기 때문이라는 통계가 있다. 결국 어디까지나 상대방이 아닌 나를 위한 접근으로 인해 유기가 발생한다유행처럼 번진 반려동물 문화가 과연 긍정적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반려동물을 기르기 전, 체계적인 교육을 거쳐 개개인의 소양을 점검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허 교수는 이어 믹스견보다 품종견에 집착하는 국내 반려동물 인식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명품을 좋아하고 비싼 차를 자랑하는 것과 품종견에 집착하는 행태는 천박한 도덕의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동물관련 산업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질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문화가 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이런 편견은 인종차별과 다를 바가 없다. 나이 들거나 병든 동물을 버린 뒤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새 반려동물을 들이는 행위도 빗나간 사랑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반려동물이 생명체 중 인간과 가장 가깝게 사는 존재임을 강조하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배려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동물을 돕고 싶지만 직접 기를 능력이 되지 않는 이들도 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반드시 동물을 기를 능력이 있어야만 유기동물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유기동물 구조·보호활동을 펼치는 단체에 경제적 여유가 되는대로 기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면서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나와 다른 존재를 단순히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면 유기동물 문제 해소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시설 확충, 종교 도움 필요
·제도-김태림 동물법학회 회장

불교는 여러 종교 중에서도 생명존중사상이 두드러집니다. 불교계가 유기동물에 관심 갖는다면 사회복지에 기여하고자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것처럼 동물보호시설을 세우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효과는 배가 되겠죠.”

동물관련 법제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변호사들의 단체인 동물법학회 김태림 회장은 국가와 민간단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불교계가 시설운영 등으로 힘을 보태줄 것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먼저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 동물 권리보다는 동물관련 산업에 치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데 집중돼 있다. 무엇보다 개인 간의 동물분양은 규제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유기하거나 파양한다고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동물보호시설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감독 의무도 의무만 있을 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 동물보호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케어 사태가 한편으로는 동물 구조·보호활동이 저변화되지 못해 특정 단체에 몰리면서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규제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사설보호소를 비롯해 개인 분양도 법적 규제 틀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법을 어긴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가해자가 입는 피해가 미약해 법 준수의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현재 미흡한 것들을 탓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시기가 된 만큼 하나씩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동물에 대한 모범적인 서구권 제도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은 펫숍이 존재하지 않고, 반려동물 매매를 법적으로 금지한다. 또한 반려동물은 유기동물보호소에서만 들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강아지공장과 같은 곳에서 길러진 반려동물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반려동물도 유기동물이나 국가자격증을 갖춘 사육사가 기른 동물만 입양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외국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분명히 참고할 만하다. 다만 반려동물관련 산업군 종사자들의 입장도 중요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접점을 찾아야 한다이로 인해 또 다른 사회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불교계가 중도적인 관점에서 사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으면 한다. 법과 제도, 산업, 종교 등 각 분야에서 논의를 이어가다보면 결국 하나의 틀 안에서 해결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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