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불교] 1천만 반려인, 대한민국의 민낯

대한민국 반려동물 인구 1천만 명
유기동물 숫자 매년 늘어나 明暗
애완동물→ 반려동물 표현 변해도

동물 바라보는 대중 시선은 그대로
유기동물 보호시설 턱없이 부족
사각지대 해소, 종교계 나서주길

조계사 동자승 단기출가에 참여한 동자스님들이 최근 (사)동물권행동 카라를 견학, 반려동물 구입 대신 유기동물을 돌보자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주인이 기다리라고 했어요.”

올해 초 개봉한 국산 애니메이션 <언더독(Underdog)>에서 주인공이자 유기견인 뭉치가 반려인에게 버려진 뒤 만난 개들에게 뱉은 말이다. 유기견들의 모험을 주제로 한 이 애니메이션에서 반려인이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 뭉치는 이미 버림받은 개들이 다가와 함께 떠나자고 제안했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반려인을 향한 견공(犬公)의 무한한 애정이 묻어난다. 하지만 정작 <언더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반려인들이 뭉치를 산속에 유기하러 가는 과정에 주고받는 대사다.

우리, 이래도 되는 거야?”

이게 얘한테는 더 좋을 수도 있어. 맘껏 달릴 수도 있고.”

이 대사는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자기합리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이 같은 자기합리화로 인해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반려-유기동물 수는 비례
현재 우리나라에 반려동물이 정확히 몇 마리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인구통계 같은 국가 차원의 통계조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전국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에서는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23.7%(511만 가구)로 나타났다. 4가구 중 1가구에는 반려동물이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개는 507만 마리, 고양이는 128만 마리를 기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라는 표현을 쓴다.

반려동물이 확산되면서 반려동물과 연관된 신조어도 생겨났다. ‘펫팸족은 동물 펫(pet)과 가족 패밀리(famil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또한 반려동물 산업군이 발달하면서 반려동물과 경제의 합성어인 펫코노미도 신조어로 만들어졌다. 201018000억 원대의 규모를 형성한 반려동물 산업은 20206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반려동물이 많아지고 시장이 활성화될수록 유기동물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공개한 ‘2017년 유기동물관리 등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102593마리였다. 201582100마리, 201689700마리에 이어 처음으로 10만 마리를 돌파했다. 이 수치는 각 지자체의 적극적인 구조 노력이 뒷받침되면서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유기되는 동물이 점차 많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통계는 사설 시설을 제외한 결과이기 때문에 한 해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규모는 더욱 많을 것이라는 게 학계 중론이다.

왜 이렇게 많은 반려동물이 버려지는 걸까? 전문가들은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외로움 해소와 호기심, 외적 호감 등을 이유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인간위주 사회에서 동물과 함께한다는 의식보다는 개인이 감정적으로 좋아 반려동물을 들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일반인보다 반려인들의 의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서울연구원이 20172월 발표한 서울시 동물복지지원시설 도입방안에 따르면 서울시내 반려인의 약 24%는 사전지식이 부족한 채 반려동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사전지식 취득 수준을 보통이라고 답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43%로 늘어난다. 무엇보다 전체 42.6%에 달하는 반려인들은 장기간 부재(25.9%)·경제적 문제(11.6%)·이웃 피해(8.2%) 등의 이유로 사육 포기나 유기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서울에서만 한 해 9000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반려동물 대비 유기동물의 수는 0.8%, 1000마리 중 80마리가 길가에 버려지는 셈이다.

이렇게 유기된 반려동물은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서 일정기간 보호받다 대부분 안락사 처리된다. 보호센터에서 동물을 보호하는 기간은 길어야 20일 안팎. 보호기간이 짧은 곳은 2주도 채 되지 않는다. 이 기간에 운 좋게 반려인을 다시 만나거나 새 반려인에게 입양되지 못하면 유기동물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전국 기준 구조된 유기동물 중 20.2%는 안락사, 27.1%는 보호기간 중 자연사했다.

인식·제도 개선 병행돼야
사회문제로 대두된 유기동물, 줄일 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개인의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과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김태림 동물법학회장은 사실상 케어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동물권리에 대한 논의는 굉장히 한정된 사람들만의 주제였다. 이제는 공론의 장에서 서로의 견해를 주고받으며 공의를 모아야 한다면서 동물보호에 대한 법적 지위, 사설보호시설에 대한 규제 등 미흡한 부분을 고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는 유기동물 문제 해소를 위해 입양비와 동물등록비 등을 지원하며 유기동물 입양을 장려하고 있다. 질병진단비와 치료비, 예방접종비, 중성화수술비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 중 최대 10만원을 지원하는 곳이 많다. 또한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사설보호소 운영자격과 기준을 마련하고, 신고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기준 동물보호법을 근거로 운영되는 전국 293곳의 동물보호센터 중 지자체가 직영하는 곳은 33(11.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53곳은 위탁보호형(지자체 지정)으로 전체 86.3%를 차지했다. 시설위탁형(지자체 시설 임대)7(2.4%)이었다. 이외에도 사설동물보호시설의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전국에 약 150곳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동물 유실·유기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동물등록제가 효과를 내고 있지만, 대상을 개로 한정해 사각지대 발생이 불가피하다.

결국엔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종교단체 차원의 유기동물 보호시설은 전무하다. 특히 불교계에는 이 같은 사회문제를 논의할 조직이나 구조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몇몇 스님 개인 원력으로 운영되는 유기동물 보호소·쉼터만 존재할 뿐이다.

경북 영덕에서 유기견 3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한 비구니스님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른 옷을 입었을 뿐이지 똑같은 생명체다. 게다가 반려동물은 그 어느 동물보다도 인간과 가까운 존재라며 국가와 시민사회계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불교계가 힘을 보탰으면 한다. 불교계가 동물을 위해 작은 일부터 하나씩 뜻을 모으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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