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불교] 불교도가 유기동물 구제에 나서야 하는 이유

유기동물 양산 1차 원인 개식용
한국만의 문화에 동물 멍든다
법·제도 구조적 문제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개개인 잘못 커

고통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같아
사회문제로 커진 유기동물에
한국불교도 관심 쏟아야 한다

그림 박구원.

흔히 우리나라를 반려동물인구 1,000만 시대라고 표현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체의 28%를 넘고, 아이는 없어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은 아니다.

유기동물은 주인의 실수 혹은 의도적인 목적으로 인해 버려진 동물을 말하며 연간 10만 마리 정도가 발생한다. 통계에서 누락되는 수치까지 더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 주인을 찾거나 새로운 입양자를 만나는 경우는 절반에 못 미치고, 나머지는 보호소에서 병사하거나 안락사 당한다.

동물을 유기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한데 경제적 부담이나 이사, 유학, 결혼, 임신 등으로 인한 상황변화, 더 이상 예쁘지 않다는 단순 변심 등이 주요인이다. 한국적 특성으로는 집안어른의 반대나 자녀가 고3이라는 이유도 있다. 휴가철이나 명절 때 유기되는 현상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책임감 부재가 낳은 결과
유기이유는 매우 다양해 보이지만 공통적 이유는 책임감 부재다. 꼭 길에다 버리는 것만이 유기가 아니다. 별로 반기지도 않는 시골 친척집이나 주변 지인에게 억지로 떠넘기는 것 역시 유기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긴 어렵다.

동물유기는 정부정책의 부재와 관리 허술에도 큰 책임이 있다. 동물관련 정책과 예산배정은 늘 사람에 밀려 후순위가 되기 일쑤다. 흔히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강아지 번식장에 대한 관련법령이 미비하고, 펫숍에 대한 관리나 규제 역시 너무나 허술하기 때문에 유기동물이 양산되는 구조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또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으론 여전히 개식용 문화가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개식용을 법으로 금하지 않는 나라는 드물다. 우리나라와 베트남, 중국 정도가 개식용을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는 대표적 국가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필리핀, 대만,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은 개고기 유통에 대한 법적금지가 시행된 지 오래다.

유기동물 이야기를 하면서 개식용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유기동물 양산의 1차적 이유가 강아지 번식장의 난립이기 때문이다. 강아지 번식장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개고기 시장의 존재다. 펫숍 등에서 미분양된 동물들이 개소주·개고기 시장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반려동물 번식장이 망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과 개식용을 반대하는 동물단체 활동에 딴죽을 거는 분들이 있다. 부처님도 육식을 반대하지 않았고, 우리 조상들도 개를 먹었는데 왜 유난을 떠느냐고 따지기도 한다. 나는 현대 공장식 축산의 처참한 환경을 부처님이 목도하셨거나 개농장의 참상을 우리 조상들이 보았다면 과도한 육식과 개식용을 용납하지 않았을 거라고 답한다.

14대 달라이 라마께서 1959년 인도로 망명하셨을 때 수많은 티베트들이 함께했다. 습기가 적은 티베트의 기후와 달리 고온다습한 인도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티베트인들이 힘들어했다. 망명정부 관리들이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티베트 난민들을 위해 양돈이나 양계장을 세우는 것이 어떠냐고 달라이 라마께 제안했다.

달라이 라마는 동물을 좁은 곳에 모아 기른다면 그들이 고통 받을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정말 그 방법밖에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답을 했고, 관료들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결국 집단사육 농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티베트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는 동물을 가둬 기르는 대규모 축산시설을 찾기 어렵다.

티베트 고원에서는 채소를 키우기 힘들어 스님들에게도 육식이 허용됐지만 인도로 망명한 이후에는 야채와 과일이 풍부하기 때문에 사원에서도 채식위주의 식생활을 권장한다. 달라이 라마께서 어느 자리에서나 강조하는 것 중에 사람들이 행복을 구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것과 같이 모든 동물들도 그러하다는 말씀을 우리도 깊이 생각해야 있다.

요즘 들어 국내에서도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채식을 고민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채식을 하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크게 나누어보면 세 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첫째 건강, 둘째 환경보호, 셋째 종교적 이유다. 하지만 국내에서 종교적 이유 때문에 채식을 실천한다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종교적 이유 때문에 채식을 하는 인구가 40%에 육박하는 인도, 그 뒤를 이어 채식비율 세계 2위인 불교국가 대만과 비교된다. 채식인구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에서 과연 불교적 가치관으로 인한 채식인구는 얼마나 될지 심히 궁금하다.

방생현대적 재해석 필요
국내에서 이런저런 법회를 들어봤지만 스님들이 채식을 강조하는 내용을 들어본 기억은 별로 없다. 불교도라서 개를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많지만, 결혼이나 임신 등 큰일을 앞두고 무언가를 조심하는 민속신앙적 삼감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

종교 차원에서 스님들께서 불살생의 계율을 설파하고 채식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적극적 노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반면 티베트 법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채식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만 고기를 먹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 사람?” “한 달에 한 번만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물으며 대중 앞에 손을 들어 자신의 근기에 맞는 약속을 하도록 배려하는 스님들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불교도라면 방생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물고기나 자라 등을 구입해서 다시 살려주는 근래의 방생행사는 애초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단 방생용으로 포획되거나 길러지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생산과 고통이 발생할 수 있고, 적절한 방생처가 면밀히 고려되지 않은 문제 때문에 방생 후에 제대로 생명을 이어갈 수 없거나 생태계를 교란하는 예도 많이 발생한다.

죽어가는 동물의 목숨을 놓아주어 살린다는 의미의 방생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돼야 마땅하다. 내가 가족으로 들인 반려동물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책임지는 것, 펫숍에서 반려동물을 사기보다는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현대적 의미의 방생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유기동물에게 자비를 베푸는 행동은 비단 불살생의 계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인연(因緣)의 소중함을 느끼는 기회이기도 하다. 비록 이생에서 동물의 모습으로 내 곁에 왔지만 수많은 생을 거듭하는 동안 얼마나 가까운 인연이었기에 지금 이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지. 그 소중한 인연을 법연으로 이끌어 가기를 바랄 뿐이다.

임순례 (사)동물권행동 카라 대표.

티베트 불교에서는 신성한 불탑 등을 오른쪽 방향으로 돌면 전생의 업을 소멸해준다고 강력하게 믿는 이들이 많다. 자기가 기르는 양의 업을 소멸해주기 위해 양이 좋아하는 채소를 손에 쥐고 탑돌이를 하는 한 티베트 여인 사진을 본적이 있다. 비록 가축으로 기르는 동물이지만 빨리 업장을 소멸하고 내생에서는 인간의 몸을 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그 배려가 느껴져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교도로서 우리가 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마음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이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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