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입전수수(入廛垂手)

‘입전수수’ 십우도 열 번째 화제
수행의 궁극은 중생 교화

 

‘입전수수(入廛垂手)’는 ‘번잡한 시장(市場) 속으로 들어가서 손을 내밀다’는 뜻이다.

중국 선불교에서 ‘깨달음을 이룬 이후에는 그 깨달음의 세계에 안주하지 말고 중생을 제도하는 데 힘써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용어로서, 더 쉽게 풀이하면 ‘중생이 사는 도심 속으로 들어가서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이다.

‘전(廛)’은 시장을 가리킨다.

‘입전수수(入廛垂手)’는 ‘십우도(十牛圖)’의 마지막 열 번째 그림의 제목, 즉 화제(츐題)이다.

‘십우도(十牛圖)’란 선불교에서 수행과정, 오도과정을 그림, 회화로 나타낸 책이다.

10장(10폭)으로 된 ‘소를 그린 그림’인데 여기서 소는 탐ㆍ진ㆍ치(貪瞋痴)에 목숨을 심각하게 걸고 있는 인간, 즉 중생의 어리석은 마음을 상징한다.

‘소(마음)를 찾는 그림’이라고 하여 ‘찾을 심(尋)’자를 써서 ‘심우도(尋牛圖)’라고도 하는데, 선미술(zen art)의 극치, 선화(禪畵)를 대표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사찰에 가면 법당 벽화에도 많이 그려져 있다.

심우도(십우도)는 선수행의 시작에서부터, 수행 단계, 그리고 목적지인 깨달음을 이룬 이후까지 과정을 10장의 그림으로 묘사한 것인데,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림이므로 이 그림만 잘 이해하면 깨달을 수 있다.

선 수행, 참선수행이란 탐욕, 증오, 어리석음의 삼독, 이성에 대한 욕망, 명예, 돈, 출세 등의 번뇌 망상의 늪과 풀밭을 인생의 목적으로 착각하고 집착, 목숨을 거는 어리석은 마음의 실체를 찾는 것이다. 불성, 청정한 마음, 진여 본심을 찾는 것이 선수행이다.

수덕사에 가면 ‘심우당(尋牛堂)’이라는 건물이 있다. 선방인데, 심우당을 선방 건물 명칭으로 사용하는 곳은 여러 곳이 있다. 만해 한용운은 성북동에 있는 자신의 거처를 ‘심우장(尋牛莊)’이라고 했다. 역시 ‘소를 찾는 곳’이라는 뜻, 마음을 닦는다는 뜻이다.

‘소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도 있듯이, 불교에서 ‘소(牛)’는 어리석음, 우치(愚痴)를 가리킨다.

심우도에서 ‘우(牛)’도 마찬가지이다. 어리석은 미련한 우리의 마음을 가리킨다. 아마 하루 종일 주인이 시키는 대로 미련스럽게 일만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는 경운기 덕분에 밭을 가는 일을 하지 않지만, 30년 전만해도 봄이 되면 하루 종일 밭을 갈았다. 소가 없는 집은 남의 소를 빌리거나 돈을 주고 사서 갈았다.

소의 눈을 쳐다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밭을 가는 것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닌데, 어쩌다 소로 태어나서 하루 종일 일만 하게 되었을까? 바꾸어 이야기하면 우리는 어쩌다 중생으로 태어나서 평생 돈만 벌다가 죽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선불교에서는 참선한다고 시주의 은혜를 입고서도 수행을 잘못해 깨닫지 못하면, 다음 세상에서는 소가 된다고 한다. 소가 되어서 시주의 은혜를 갚는다고 하는 말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다.

‘십우도(심우도)’는 본래 청정한 마음을 찾는 선 수행의 과정을 잃어버린 소(牛)를 찾는 과정으로 묘사한 선화(禪畵)인데, 곽암(廓庵) 선사의 심우도와 보명(普明)의 심우도 두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보명선사의 심우도 보다는 곽암선사의 심우도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심우도는 오도(悟道)의 세계를 절제된 언어 문자와 그림(회화)을 통하여 표현한 최고의 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마지막 열 번째 장면, 즉 결론 부분이 ‘입전수수(入廛垂手)’이다.

선 수행의 목적은 무언가? 수행하여 깨달음을 이룬 후에는 산에 있지 말고 도심 속, 지저분하고 복잡다단한 시장 속, 중생 속으로 들어가서 중생을 교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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