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교육·문화체험 ‘新포교 원동력’ 창출

어린이 포교에 있어 사찰의 접근방법은 무엇일까. 대규모 재정 투자가 힘든 상황에서 결국 법회 형식을 단순한 교리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어린이 문화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확대하는데 있다. 이를 통해 불자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및 문화 교육 지도자 등의 활동 터전을 제공하고 함께 육성해 가는 방안이다. 노덕현 기자


조계사 불교학교에서 진행되는 레크리에이션 강좌를 아이들이 듣고 있다.

교리·놀이 등 ‘7색’ 교육 눈길

서울 조계사

서울 조계사는 어린이법회를 문화, 체육, 교리, 놀이, 시장, 생일, 만들기 등 총 7가지 형식으로 매주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먼저 불교만화 감상, 오감명상 등이 진행되는 문화법회를 시작으로 외부강사 초청 필라테스 강좌, 요가 강좌 등이 인기다.

기존 교리법회도 교리 골든벨과 스님과 함께 하는 경전읽기 방식으로 새롭게 구성했으며, 놀이법회에서 교리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릴레이 퀴즈 맞추기, 빙고 게임 등이 진행된다.

만들기 법회에서는 염주 등 불교법구뿐만 아니라 석고방향제, 비누클레이 등 생활에 밀접하고 불교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만들기가 진행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시장법회다. 아이사랑캠페인 등으로 친구들을 사찰로 초청한 아이들에게 선재상과 보리상이 지급되고, 1년에 2번 시장에 가서 아이들이 이 상을 모아 사고 싶은 물건을 함께 구매하는 것이다. 스님들이 동행하여 화폐의 가치와 쓰임새에 대한 교육도 이어진다. 이밖에 나란다대회와 천진불 축제를 비롯해 조계사 수영장 등 아이들이 사찰에서 즐길 거리를 꾸준히 만들어 가고 있다.

최종현 조계사 기획차장은 “어린이포교 활성화를 위해 사찰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간을 마련, 어린이들이 소속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계사는 어린이 밴드, 사물놀이팀, 오케스트라 등 동아리 활동을 통한 특성화교육을 강화하고 청년회 학생들이 어린이들 돌보며 멘토링하는 연계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 조계사는 사찰 인근 건물을 매입, 조계사 어린이집으로 새롭게 개장하여 어린이 전법 포교와 사회 기여의 중심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조계사 수유실 마련 등 영유아, 어린이 포교에 앞장서고 있는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미래불교를 선도할 어린이에 집중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홍법사 자모들이 아이들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 법회서 어머니 모임 구성

부산 홍법사

부산 홍법사(주지 심산)는 창건되기 이전에도 어린이 법회를 개원해 운영할 정도로 어린이 포교에 심혈을 기울여 온 사찰이다. 2002년 변변치 않은 비닐천막을 치고 법회를 시작했지만 100여 어린이가 모였다. 이후 2003년 동림 어린이 법회를 구성하며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포교를 이어 왔다. 영어, 발레, 플루트, 댄스, 기타 연주, 합창, 우크렐레, 사물놀이 등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에 인기가 높다.

동림 어린이법회는 아이들을 위한 자리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들의 신행의 장이기도 하다. 홍법사에 온 아이들과 어머니들로 구성된 자모회는 법회뿐만이 아니라 재가안거에도 동참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3년부터 어린이법회 소속 어머니들이 수행모임인 홍법 세향공덕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매일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수행을 함께 하는 도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세향공덕회를 창립된 당시에는 동참자가 10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50여명을 아우른다. 대부분이 어린이법회 아이들의 어머니다. 동림 어린이를 위한 총괄 기관으로 홍법사청소년교육연구소가 있으며 법회팀, 문화관팀, 그리고 자모회 모임 등으로 나눠 운영된다. 이런 어머니들의 조직이 있기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법활동도 자연스럽게 매우 활발하게 진행된다.

아이들 생일 파티, 매월 점심 대중공양 봉사, 가정의 달 맞이 효 잔치, 봉축 불사금 조성 판매 봉사, 문화관 공연 스태프, 방송 음량 보조까지 곳곳에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홍법사는 영유아 수기법회, 동자승 단기출가제도, 마을상좌제도 등을 함께 운영해 어린이 포교 효과를 배가하고 있다.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은 “사찰은 취미에서 신행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 문화 타운이 되어야 한다”며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불자들이 자연스럽게 사찰로 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황룡사 어린이법회 아이들이 난타 공연을 하고 있다.

성취포상제로 사찰 접근 확대

울산 황룡사

울산 황룡사(주지 황산)는 2008년 개원한 개척포교당으로 설립 당시부터 ‘아이가 곧 미래’라는 모토를 지니고 매주 일요일 어린이법회를 시작했다.

황룡사 주지 황산 스님은 “처음에는 2~3명 나올 때도 열 명이 출석할 때도 있었고 한 명도 출석이 없을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하다 보니 아이들이 조금씩 늘었다”고 말했다.

황룡사의 경우 2010년 도입한 국제성취포상제 프로그램이 주효했다. 운영기관으로 청소년들이 사찰에서 활동하도록 유도했으며, 2014년에는 초등학생들까지 포상제를 확대해 어린이 포교와 접목시켰다.

황산 스님은 “사찰에서 신체활동. 자기계발, 봉사활동을 일주일에 1시간씩 하게 된다. 매년 최소 12주는 활동을 하고, 이렇게 쌓이면 10년 넘게 사찰에 나오게 된다”며 “불교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찰문화를 접하고 불자가 되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울산 황룡사는 뜨개질, 축구, 걷기, 만들기, 명상, 주변정화, 난타, 가야금, 한문공부, 영어공부, 요가, 댄스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영유아 15명, 초등학생 60명가량이 사찰에서 활동 중이다. 2016년부터는 3~7세 유아반을 만들어 유아법회도 따로 진행하고 있다. 또 어린이들을 위해 여름캠프를 비롯해 중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을 연계한 리더십 양성 및 인성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또 황룡사는 네이버 밴드에 어린이 법회 회원 자모들이 주축이 된 ‘리틀붓다맘’을 개설해 운영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 불교학교 수업 정보나 가족순례법회, 가족합창단 활동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들이 사찰에 오면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따라 오게 됩니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가 사찰에 와 부모도 불자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젊은 사찰로 활동력을 키우려면 어린이 법회가 꼭 필요합니다.”

사진 : 조계사 불교학교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요가강좌를 듣고 있다.

홍법사 어린이법회 자모들이 아이들 간식을 마련해 제공하고 있다.

울산 황룡사 어린이법회 회원 아이들이 난타 공연을 펼치고 있다.

불교 각 종단 어린이 포교 어떻게 나서고 있나?

현재 어린이 포교 관련 단체는 조계종 어린이청소년위원회에 소속된 사단법인 동련(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 대한불교교사대학 부산캠퍼스, 어린이불교교육연구소, 동련동화구연회)과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대한불교교사대학 서울캠퍼스), 좋은 벗 풍경소리, 파라미타청소년협회 등이 어린이 포교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조계종 포교원은 어린이청소년위원회를 통해 어린이 포교에 나서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위원회는 사찰 법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어린이·청소년 법회 매뉴얼 및 사례집〉, 〈어린이 법요집〉을 발간을 비롯해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일선 사찰과 불교계 기관에 전달하고 있다. 또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음등불 명상캠프’, 자기도전포상제,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어린이·청소년포교프로그램공모전 등도 함께 운영 중이다. 사단법인 동련의 경우 법회 교재 월간 〈연꽃〉과 지도안 월간 〈동련〉을 어린이 법회 운영사찰에 배포하고 있다.

천태종은 54개 사찰서 어린이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금강유치원도 16곳에 달한다. 천태종의 경우 찬불 동요제, 백일장 사생대회 등 어린이 포교행사를 진행하고, 어린이 법회 교재 〈법화꽃〉도 펴내고 있다.

진각종은 탑주와 진천유치원 등이 있으며, 매월 어린이 법회 자료인 〈자성동이〉를 발간하고 있다. 또 연합여름캠프, 문화탐방, 자성동이 풋살대회 등을 통해 포교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UCC공모전 등을 통한 콘텐츠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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