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중심 사찰문화 개편 시작을

조계사 어린이 청소년 연합수계법회에 참여한 어린이의 모습.

어린이는 흔히 미래라고 불린다. 불교의 미래도 어린이 불자를 양성하는데 달려있다. 불교 어린이 포교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어린이 포교는 일제강점기 중앙불교전문학교를 졸업한 포교사들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사찰의 포교소에서 운영했던 일요불교학교로부터 시작됐다. 어린이포교의 새 바람이 일기 시작한 부산에서는 1982년 부산불교어린이지도자회가 만들어졌고, 당시 10여개 사찰 1480명의 어린이가 참여한 ‘자비학교’는 불교 포교의 대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40여 년이 흐른 지금, 어린이청소년 포교의 현황은 심각하다.

사찰서 사라져가는 어린이 포교

어린이법회 현황을 살펴보면 감소세가 뚜렷하다. 조계종 어린이청소년위원회가 공개한 2019년 어린이법회 현황을 살펴보면 어린이법회 운영 사찰은 162개로 법회 참여인원도 3,299명이다. 어린이법회만 보면 2002년 329곳에 달한 것에 비해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김원섭 어린이청소년위원회 사무관은 “비정기적으로 어린이법회를 진행한 곳을 포함했기에 활발한 곳은 더 줄어든다”고 밝혔다.

어린이법회를 나온 아이들이 속하게 되는 청소년법회의 경우는 더욱 적다. 청소년법회 운영사찰은 71개에 불과했으며, 참여인원도 1323명 수준이었다. 어린이법회 출신 아이들이 청소년법회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들을 이끌 불자 어린이 지도자 배출도 감소하고 있다. 불교어린이청소년지도사는 2007년 1회 73명이 배출됐지만 2012년 41명, 2017년 19명 등 매년 감소하고 있다. 청소년을 지도하는 불교청소년지도사 또한 2009년 1회 37명에서 2017년 9회 19명으로 반토막난 상황이다.

감소세에 어린이법회 운영사찰은 불교세가 강한 일부 지역에만 몰려 있다. 어린이법회 운영 사찰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과 경기 지역으로 총 42곳에 달했다. 이어 경북 14곳, 경남 12곳, 부산 11곳, 울산 4곳으로 영남이 41곳이었다. 충남(9곳)과 충북(7곳), 대전(3곳)에 이어 제주(6곳), 대구(5곳), 전북(5곳), 전남광주(4곳) 순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청소년위원회 기획위원회 위원장 능후 스님은 “어린이 청소년이 많은 수도권과 불교교세가 강한 영남권에 집중되고 있다. 충청 전라 강원 지역 사찰에서 어린이 전법의 장을 새롭게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육 포교 진출 나서야

사찰 내 어린이 포교 외 어린이포교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계의 보육 참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8년 교육부 전국유치원 개설 현황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은 9021개에 달한다. 이중 불교계 유치원은 120여 곳에 불과하다. 동련 연보 발간 대상지를 상대로 추정한 것으로 마지막 공식조사였던 2008년 조계종 포교원 현황조사 당시 132곳으로 집계됐다. 1994년 조사 당시 165곳에서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05년 유아교육법 개정 이후 자격요건이 강화되고 소규모 시설 운영이 금지된 결과로 유치원 개설에 일정부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저출산과 연계된 개설 기관 감소와 함께 이들 기관에서 어린이들을 이끌 불자보육교사 양성도 문제다. 전국 54곳의 보육교사교육원 중 유일한 불교계 기관인 중앙승가대 부설 보육교사교육원은 개원 26년 만인 2017년 말 폐원했다. 실질적으로 불자 아동보육 전문가 양성기관은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아동보육학과 외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보육교사교육원장 자용 스님은 “불교계 어린이집에서 채용공고를 내면 기독교인 선생님들이 원서를 내는 상황”이라며 “스님들이 결국 힘을 써줘야 한다. 아이들이 줄고는 있지만 오히려 아이들을 맡기고자 하는 부모들은 늘고 있다. 보육교사 분야에 대한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사찰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운영해야 미래가 밝다. 어린이 포교에 헌신하는 스님들을 적극 발굴해 종단이 지원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화연 전국교사불자연합회 사무총장은 “결국 공교육 현장에서 전법포교는 제한될 것이기 때문에 사찰 내 포교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불자 보육교사, 교법사, 포교사 등이 활동하기 위한 사찰 내 장소가 필요하다”며 “기존 사찰 불교대학도 불교대학 틀을 벗어나 관련 교육센터 역할을 함께 담당하여 불교유치원 커리큘럼 연계,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 참여 등의 행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사찰이 어린이 포교에 나설 때

이와 함께 사찰 차원에서 어린이집 개설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어린이 포교에 나서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마음선원의 경우 매월 어린이 저널 ‘마음꽃’을 발행해 배포하며, 어린이 인성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유튜브 공식채널을 통해 보급하고 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일러스트 등을 활용해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사단법인 동련의 경우 월간 〈연꽃〉 등을 어린이법회 운영사찰과 불교계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 보내고 있다.

최미선 동련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동참하는 레크리에이션 자료를 비롯해 인성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전할 필요가 있다”며 “학부모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사찰로 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진영 전국교법사단장은 “시대의 사조는 ‘나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 진리라는 실용주의에 맞춰져 있다. 어린이 전법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실용적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사찰의 적극적인 어린이청소년 전법행은 일부 가시적인 효과도 내고 있다.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조계사의 경우 주지 지현 스님 부임 후 2018년 2월부터 아이사랑캠페인을 벌이며 어린이와 청소년 법회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아이 한 명이 두 명을 사찰로 이끌고, 불자들이 가정의 자녀를 사찰로 이끌자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친구를 데리고 올 경우 ‘선재상’과 ‘보리상’ 등을 수여하고, 사찰 홈페이지에 캠페인 배너 설치와 홍보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이 결과 캠페인 시행 전 326명의 원생들디 시행 4개월 만에 402명으로 증가했다. 어린이법회 실제 참여 인원도 약 30% 가량 늘었다.

조한곤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사무국장은 “어린이 포교의 성패가 결국 청소년 포교, 더 나아가 성인 포교까지 이어진다. 최근 청소년 불자 또한 줄어드는 상황에, 청소년단체의 탈학교화 정책 등으로 인해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투자가 힘든 불교계 현실에서 일단 접근할 수 있는 신행문화 개선, 사찰 내 캠페인 및 프로그램 개발, 운영 등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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