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2019 괘불전
‘꽃으로 전하는 가르침-공주 마곡사 괘불’
서화관 불교회화실 4월 24일~10월 20일

공주마곡사의‘석가모니괘불탱(보물 제1260호)’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2019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상설전시장 2층 불교회화실에서 공주 마곡사의 ‘석가모니괘불탱(보물 제1260호)’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2006년 5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이 열어온 ‘한국의 괘불 전’의 열네 번째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마곡사 괘불은 1687년 5월, 120여 명이 넘는 대인원이 참여해 조성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피폐해진 마곡사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대규모 중창이 있었고, 중창불사 중에 마곡사 괘불이 조성됐다. 마곡사 대중과 신도 60여 명은 바탕천, 금, 아교, 먹 등 괘불 조성에 필요한 다양한 물목을 시주했다. 불화는 1670년 마곡사 대웅보전 단청불사에 참여했던 능학(能學) 스님을 비롯해 계호(戒湖)ㆍ유순(唯順)ㆍ처묵(處?)ㆍ인행(印行)ㆍ정인(精印) 스님이 함께 조성했다.

여섯 명의 화승이 함께 조성한 마곡사 괘불은 전체 높이 11m, 너비 7m, 무게 174kg의 괘불로 300년 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광배를 장식한 꽃, 보관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는 봉황, 영롱하게 반짝이는 구슬과 다채로운 문양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괘불 화면 상단에는 13개의 붉은 원을 그리고 안에 고대 인도의 문자인 범어를 적었다. 주변은 용과 꽃으로 장식했고, 복장물(腹藏物)을 복장하는 불복장 의식이나 불보살의 눈을 그려 상을 완성하는 점안(點眼) 의식처럼, 부처의 심오한 가르침이 담긴 범자나 진언(眞言)을 그려서 11미터 화면에 생명력을 부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곡사 괘불의 주인공은 보관과 장식으로 장엄한 석가모니불이다. 거대한 화면에는 연꽃을 든 석가모니불과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모인 청중으로 가득 차있다. 석가모니불이 연꽃을 들고 있는 모습은 제자 가섭과 마음이 통해 가르침을 전했다는 염화시중(拈花示衆)에서 유래했다. 부처님은 가섭에게 자신이 깨달은 진리와 진리에 도달한 마음, 글자로는 온전히 진리가 표현되거나 전해질 수 없다는 가르침을 전했다. 이 이야기는 문자가 아닌 참선수행으로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것을 강조하는 선종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마곡사 괘불처럼 화려한 보관을 쓰고 연꽃을 든 석가모니부처님을 그린 괘불은 17세기에서 18세기까지 충청도와 경상도 지역에서 주로 확인되며, 비슷한 도상임에도 ‘노사나불’, ‘미륵불’ 등 여러 존상으로 불린다. ‘마곡사 괘불’은 본존 두광 안에 구획된 붉은 방제(傍題) 안에 ‘천백억화신석가모니불(千百億化身釋迦牟尼佛)’이란 존명이 적혀 있어 본존이 석가모니불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본존뿐 아니라 각 인물 옆에도 존명을 적은 방제가 있다. 괘불에 그려진 35명이 누구인지 방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유사한 도상을 해석하는 데 귀중한 자료다.

괘불은 평소 함에 넣어 법당 안에 보관하기 때문에 사찰의 큰 행사 때에만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평소에 보기 힘든 마곡사의 대형 괘불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와 연계하여 세계문화유산 마곡사의 연혁, 사찰에 소장된 불상과 불화를 종합적으로 조명한 전시도록을 발간했다. 마곡사의 역사와 성보문화재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위해 전시품 마곡사 괘불 외에도 마곡사 소장 불상, 불화 사적 등을 수록했다.

도록에서는 문헌 기록과 함께 영산전·대광보전·대웅보전 등 마곡사 주요 전각에 봉안된 불상을 종합적으로 정리 했으며, 18세기 후반 대광보전을 중심으로 한 불화 조성과 이를 담당한 화승 그룹을 새롭게 조명했다. 마곡사는 남방화소(南方畵所)라 불리며 금호당(錦湖堂) 약효(若效, 1846~1928)를 비롯해 뛰어난 근대기 화승을 키워냈던 중심지였다. ‘마곡사 괘불’을 소개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5월 15일(수)과 8월 7일 (수), 9월 25일(수), 10월 2일(수) 총 4회 진행한다. (02)2077-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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