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특발성 부종

몸 속 수분 정체가 부기 형성
“밥·면 등 탄수화물 줄여야

“자꾸 몸이 부어서 병원에 갔더니 신장에도 이상이 없고 간이나 심장에도 문제가 없다고 해요. 한의원에서는 신장이 약하다고도 합니다. 원인이 뭘까요?”
이렇게 호소하는 분을 진료실에서 만나는 경우 가 있다. 이런 분들은 더운 환경에서 오래 서서 일 하거나 앉아서 장시간 작업하는 40대 여성들인 경우가 많다. 또한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고 체중이 점점 늘고 있는 것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2,30 대 여성 역시 더러 이런 문제를 상담하곤 한다.

한편 한의학에서는 수분 대사를 총괄하는 기능이 신장에 있다고 생각하므로 ‘신장’이 단순히 콩팥만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수분 대사에 관계하는 내분비기능과 소변 배설에 관련된 모든 기능을 합친 것이 바로 한의학의 ‘신장’이므로 신장 기능이 약화되었다는 것은 현대의학의 신장(콩팥) 이상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다시, 몸이 붓는 것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몸이 붓는다는 것은 수분이 몸에 많이 정체되어 외견상 특유의 부기(浮氣)를 형성한 것을 말하는데, 몸의 부위를 가리지 않고 붓는 전신부종과 특정한 부위가 붓는 국소부종이 있다.

사람의 체중 가운데 60%는 물이다. 이 물의 2/3는 세포 속에 있고, 1/3은 세포 바깥에 있다. 이 세포 바깥에 있는 물이 어디에 어떻게 분포하느냐에 따라 부기의 유무가 결정되는 것이다. 세포 바깥에 있는 물의 1/4은 혈관을 따라 움직이는 혈액의 형태로 존재하고, 3/4은 조직 사이에 존재하는 간질액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만약 혈액 속의 수분이 모세혈관의 막을 통해 과도하게 밖으로 빠져 나가 간질액을 증가시키면 부종이 된다.

모세혈관의 막에는 구멍이 있고 이 구멍의 크기는 수시로 변동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따라서 모세혈관 투과도의 변화는 부종 형성의 구조적인 기초가 된다.
그리고 수분과 생명유지에 필요한 여러 물질들은 모세혈관과 세포 사이에서 수시로 이동하고 있는데, 수분의 이동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나트륨과 알부민이다. 나트륨이 과잉되거나 알부민이 부족하면 삼투압에 이상이 생겨 수분이 세포 밖에 모여 부종이 된다.

따라서 배설을 담당하는 신장, 영양분의 저장과 관련이 있는 간장, 혈액순환을 담당하는 심장의 기능 이상은 모두 전신적인 부종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밖에 대사 기능 전반에 작용하는 내분비질환이 또한 전신 부종의 원인이 된다. 반면에 국소적인 부종은 염증과 정맥 혹은 임파의 이상으로 생긴다.

부종을 호소하는 환자가 내원하면 이러한 여러 경우의 수를 확인한 다음 특정 원인 질환을 찾아 낸다. 그런데 이 모든 것에서 이상이 없고, 반복적으로 붓는다면 그 다음에는 특발성 부종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특발성 부종 환자들은 다른 원인 질환 없이 혈관에서 수분이 잘 빠져나가는 현상이 생겼거나 다이어트 등으로 인슐린과 소변 배설을 억제하는 호르몬들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탓으로 붓게 된 것이다.

앞에서 예시로 설명한 내용은 특발성 부종 환자들의 전형적인 형태가 된다. 특발성 부종 환자들은 붓기로 인해 체중 변화가 심한데, 정상인들이 하루 500g 이내의 체중 변화를 나타내는 데 비하여 1.4㎏ 이상의 체중변화가 하루 중에 생긴다. 부기는 시간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아침에는 얼굴과 손이 붓는 느낌이고 체중이 조금 늘어난 상태로 시작하여 오전 중으로 활동과 더불어 점차 줄어든다. 그러나 오후부터 저녁까지는 점점 체중이 늘고 다리에 부종이 심하게 나타는 양상을 보인다. 점점 부으면서 낮에는 소변을 잘 보지 않다가 밤이나 수면 중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특발성 부종을 앓는 사람들 가운데는 다소 비만한 사람들이 많고, 체중에 민감하며, 소화장애, 복부팽만감, 불안, 정신적 긴장 등을 함께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오래 서 있거나 장시간 앉아서 활동하는 사람,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사람, 이뇨제나 하제를 남용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럼 어떻게 특발성 부종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 △첫째, 염분 섭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국물을 먹지 않고, 맵게 먹지 않도록 한다. 매운 맛은 짠맛을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둘째, 탄수화물 섭취를 줄인다. 밥과 면 등 탄 수화물을 공급하는 음식을 줄여 하루에 90그램 이하로 낮춘다. 탄수화물은 붓거나 살을 찌우는 작용을 하는 인슐린 호르몬을 과도하게 활성화시 킬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오래 서 있거나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한다.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고정된 자세는 혈관의 투과도를 높여서 수분을 조직 사이로 흘러들게 하여 부종을 유발한다.

△넷째, 고탄력 스타킹을 착용하여 하지 부종을 예방하고, 결과적으로 늦은 밤이나 수면 중에 소변을 보려고 일어나는 일이 줄도록 한다. 이것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특발성 부종이 더 심해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섯째, 하체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는 걷기 운동 등을 빠르게 한다. 그러나 30분 이내로 짧게 자주 하도록 한다. 다리의 근육이 강화되면 하지 부종을 예방할 수 있지만 너무 장시간 걷게 되면 오히려 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 짧고 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째, 더운 곳에 오래 머무르지 말고, 외출 할 때에는 양산을 써서 복사열을 막는 것이 좋다. 고온 환경에서는 혈관 투과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검은색 양산은 신체 표면 온도를 4~5도 낮추어주는 효과가 있다.

부기를 빼는 이뇨제는 역설적으로 특발성 부종을 더 심하게 하므로 복용을 중단한다. 한의학에서는 이상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기(氣)가 순환되면 수분도 잘 배설된다는 이론에 따라 기의 정체를 풀어주는 약물로 처방을 구성하고, 복부와 허리 및 다리에 분포하는 경혈에 침을 놓아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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