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만연해진 마약문제
복용자 범위도 일반계층 확대
‘마약 청정국’ 지위 잃어버려

재벌·연예인 투여 보도되지만
중독에서 벗어날 기회 부족한
마약 취약계층 관심 우선해야

붓다는 중생에 해독 가르쳤다
그 가르침 어떻게 구체화해
중생제도 나설지 고민할 때

오늘날 마약이라는 단어는 유혹의 용어로 등장하고 있다. 이 용어는 상품화되어 각종 먹거리 제품에 마약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소비자를 홀리고 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기막힌 중독의 맛을 즐기라고.

요즈음 연예인, 재벌가 등의 마약 복용에 관한 기사가 풍미하고 있다. 유엔 범죄마약국(ODC)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을 넘지 않으면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4년 전부터 그 지위를 상실하고 이미 마약 오염국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쉬워졌고, 마약 복용자의 범위도 일반 계층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마약의 중독성은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몸을 피폐화시킨다. 그 습관성과 의존성이 매우 강해 마약 장사는 항상 큰 이득을 남긴다. 그래서 마약은 항상 범죄와 연결되어 있다. 일찍이 영국은 중국을 복속시키기 위해 아편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마약 중독의 취약계층은 빈곤층과 소외계층이다. 마약 복용자가 빈곤층과 소외계층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지금처럼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상류층의 마약 복용은 쾌락 추구에서 나온 것이기에 대체 쾌락을 선택하여 중독에서 벗어날 기회는 많다. 반면 빈곤층, 소외계층은 절망 상황에서 복용한 경우가 많아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정작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취약계층에 대한 마약 중독이다.

전 세계적으로 마약 중독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물신(物神))적이고 경쟁적인 삶의 양식이 지배하는 상황 속에서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마약 중독자를 감소시킬 수 있는 처방에 대한 논의도 매우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로 취급한 종래의 정책에 대한 회의도 일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로 취급만 할 것이 아니라 치료해야 할 환자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 이 마약 환자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붓다는 일찍이 이 세간을 중독사회로 보았다. 인간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 즉 탐((() 삼독(三毒)에 중독되어 고해의 바다를 헤매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 탐진치 삼독의 뿌리에서 나온 다양한 중독이 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돈에 중독되고, 권력에 중독되고, 명예에 중독되기도 하고, 또한 이념에 중독되기도 한다. 또한 현대사회는 사소한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중독시키는 일이 너무 많다. 중독의 유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중독의 강도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어느 사회학자는 우리나라를 중독 공화국이라 표현하고 있다.

오늘날 뇌 과학이 발달하면서 중독과 뇌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의 특성은 중독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중독에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독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여러 처방을 내놓고 있는데, 마치 붓다의 가르침을 차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탐진치 삼독을 벗어나는 것이 바로 해탈이다. 그런데 중독에 대한 처방들을 보면 해탈의 두 종류인 심해탈(心解脫)과 혜해탈(慧解脫)의 내용이 결합된 것이다.

심해탈은 선정 수행을 통한 것이고 혜해탈은 무명을 제거하는 붓다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다. 붓다는 이 중독의 중생에게 해독(解毒)의 지혜와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해독은 바로 해탈이다. 그만큼 붓다의 가르침은 현실적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깊은 산중이 아니라 중독에 취해 길거리를 휘청거리는 사람을 해독하여 바로 서게 하는 것이다. 이 중독의 사회를 해독시키는 붓다의 가르침을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가. 한국불교의 큰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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