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헌재 낙태조항 위헌 결정
내년까지 유효하지만 폐지 수순
간통죄 없어져 불륜 늘지 않듯
낙태죄 폐지로 낙태 증가 안해

‘앞으로 무엇 할 것인가’ 중요
태아 생명과 여성 선택은 동일
불살생계 수지 불자 현명해져야

‘생명 가치 존중’ 분위기 조성
바른 성 인식 교육 등 진행을
낙태 여성·태아 위한 의식 개발도

411일 헌법재판소는 인공임신중절(낙태)을 하는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는 형법의 낙태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의 낙태방지법이 20201231일까지 유효하긴 하지만 낙태는 이제 더 이상 범죄행위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각의 우려처럼 낙태율이 급격하게 증가할까? 낙태죄를 폐지한 해외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교복자율화가 청소년들의 비행을 유도했거나 간통죄의 폐지가 불륜을 조장했다는 통계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개인의 도덕적 가치의 문제이지 법률적 금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원론적인 입장에서 찬성과 반대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앞으로 우리는 아무런 방어수단이 없는 태아의 생명권과 사정상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결정권을 현실적으로 조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지혜를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불교의 가르침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불살생계의 포괄적인 취지에서 보면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선택은 결코 다를 수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부처님은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의 가치를 동일하게 평가하고 서로 존중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뭇 생명이 꿈틀거리는 계절인 우기 동안에는 작은 생명 하나라도 죽이지 않기 위해 출가수행자들의 유행을 금지시키지 않았던가.

하지만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상황은 개인의 도덕적 판단을 날이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낙태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논리와 이유는 팽팽하게 맞선다. 향후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의 형성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내년 연말까지 국회가 관련 입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낙태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여성이 임신 6개월까지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를 인정한 1973년의 VS웨이드재판 이후에도 낙태논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사회에서도 태아의 생명권을 앞세우는 입장(pro-life)’여성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입장(pro-choice)’은 앞으로도 한동안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불살생계를 수지한 우리 불자들은 이전보다 좀 더 현명해지기를 요구받고 있다. 다시 말해 낙태를 하지 않으면 안될 환경 대신 지금보다 생명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 것인가? 모든 불자들은 1차적으로 수정순간부터 시작되는 태아의 생명가치를 보호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갖는다. 이는 가능하면 낙태를 해서는 안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이와 동시에 성 인식 교육의 확대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낙태가 여성 혼자만의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각종 보험혜택을 제공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지 않은 임신을 했다면 14주 이전과 같은 법적 시한을 설정해서 낙태의 신체적 후유증과 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아이를 다른 가정에 입양하는 것을 양육의 포기가 아니라 특별한 보시의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할 인식의 전환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했지만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여성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한편, 죽은 아이의 영혼을 달래고 새로운 환생을 축원하기 위한 불교의식의 개발과 실천도 적극 권장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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