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그 자리에서 행복을
정여 스님 지음/담앤북스 펴냄/1만5천원

행복한 마음 해답 제시해
전법은 마음자리 알리는 것
여여한 자신의 본성 보라

불교에서는 수행공동체를 표현하기 위해 산림(山林), 총림(叢林) 등 숲을 의미하는 ()’을 자주 사용한다. 수행자들이 머무는 처소, 숲속에서 어원은 출발 했겠지만 깊은 의미로는 공동체의 삶 자체를 뜻한다. 올곧게 성장하기 위해 나무들은 가지치기가 필요하듯 공동체의 삶은 자신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수행의 숲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 출가이고, 깨달음을 얻은 후 다시 수행공동체를 찾는 것을 보임(保任)이라 한다. 보림이라고도 쓰는 보임은 보호임지(保護任持)를 줄인 말로 잘 보호하여 지킨다는 것이다. 출가부터 생의 마지막 까지 수행자의 숲에서 살아가는 것이 운수납자의 삶이다.

여여선원 선원장 정여 스님이 수행의 삶을 묶어 책 머무는 그 자리에서 행복을을 펼쳐냈다. 70세를 넘어 보임 수행을 떠나 문경 봉암사, 백담사 무문관, 해남 대흥사, 포항 보경사 등에서 안거를 지내고 수행서 얻은 지혜를 따뜻한 언어로 담았다.

스님은 현대인에게 행복의 열쇠로 여여(如如)’를 제시한다. 지금 머물고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행복하고 여여한 자신의 본성을 보며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가라고 설명한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누어진다. 1장부터 4장까지는 평소 스님이 수행하면서 바라본 마음이라는 화두를 아름답고 간결한 문체로 적어 내려갔다. 또한 5장에서는 선방 정진과 무문관 폐관 수행을 마친 이야기와 토굴 생활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냈다. 특히 안거철 선방 생활이 적힌 대목에선 일상서 얻는 여여한 삶의 행복을 엿볼 수 있다.

정여 스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도 들어야지/밤이면 풀벌레 울음소리를 듣고 목탁새 목탁 소리도 들어야지/순수하고 꾸밈없는 자연의 소리는 그대로가 화엄의 설법이네/문은 잠기어 나갈 수는 없지만 마음은 새처럼 자유스럽다처럼 말이다.

집필 기간은 1년으로 생각보다는 짧다. 하지만 출가 후부터 지금까지 얻은 수행의 정수를 담아 쉬운 언어로 해석했다. 책을 출판한 이유는 여여한 본래의 그 자리를 깨우쳐 주는 것이 포교이라며 오직 전법이 이유라고 답했다.

스님은 여여를 더렵혀지지 않는 하늘과 같다고 설명한다. “하늘은 더럽혀질 수가 없습니다. 하늘은 텅빈 허공입니다. 구름이 끼고 천둥번개가 쳐도 하늘 바탕은 맑고 깨끗한 하늘입니다. 하늘에 때가 묻지 않는 것은 형체가 없기 때문입니다하늘 바탕은 아무것도 없는 텅비어 있는 공간인 것입니다. 깨달은 성인의 마음은 하늘과 같습니다.”

정여 스님은 벽파 스님을 은사로 출가, 20여년 동안 포교활동을 펼치며 범어사 주지, 대한불교교사대학 설립 및 학장, 사회복지법인 보현도량 이사장, 부산종교인평화포럼 상임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조계종 법계위원회 위원, 세상을향기롭게 대표, 부산종교지도자협의회 상임대표, 부산불교복지협의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구름 뒤편에 파란 하늘이〉 〈알기 쉬운 금강경〉 〈선의 세계〉 〈마음의 풍경〉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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