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삼광사 특강...장상목 동아대 교수

주제 :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 불교

천태종 삼광사(주지 세운)317일 장상목 교수를 초청, 특강을 진행했다. 장 교수는 “4차 산업시대를 이끌 사상이 부재한 가운데 불교의 역할은 중요하다사유의 회복을 위해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정보를 사용하며 21세기에 어울리는 시대정신을 갖춘 주인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상목 교수는… 서울대 공과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공업대학 전자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교수불자연합회 회장이며 동아대 공과대학 화학공학과 교수이다. 불교 관련 저서로는 〈불교보감〉, 〈성불의 길잡이〉, 〈금강경 강론〉, 〈불도도감〉, 〈21세기 시대정신 불교〉, 〈한국지성과 불교-4차 산업혁명과 시대정신, 불교〉와 논문 〈동산대종사 정화사상의 현대적 재조명, 불교관점에서 정보 사회 바로보기, 한국불교문화의 세계화 -한계와 대응〉을 발표했다.

정신적 측면 책임질 사상 부재
불교 평등·개방·자비·하심
4차 산업혁명 시대정신 부합
주체적 삶’ 21세기 시대정신 핵심

부산교수불자연합회 회장직을 역임하며 대학생불자들을 자주 만납니다.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21세기에 맞는 불교 정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고 또한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사상과 종교는 도태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학생들에게 시대정신에 뒤떨어진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온당하지 못합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정신적 측면을 책임 질 사상이 부재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21세기 4차 산업혁명과 시대정신을 고찰하는 것은 현실적인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불교는 21세기 4차 산업시대에 어떤 길잡이가 되어줄까요? 4차 산업시대에 불교의 역할을 살펴보겠습니다.

 

윈도우(window)와 법문(法門)의 문()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빌 게이츠가 컴퓨터 운영체계를 개발해 윈도우(window)’라고 명명한 것에 있습니다. ‘윈도우로 상징되는 네트워크 중심의 사회란, 울타리가 제거된 문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글로벌적 상호소통이 가능하고 생명력을 발휘하는 사회입니다. ‘윈도우에서 스마트폰으로 발전하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글로벌적 상호소통이 더욱 발달되고 신속하게 되었습니다. “윈도우를 열고 세상에 나가면 교류를 하게 되고 세상을 소유하게도 됩니다. 이젠 문을 얼마나 자주 여느냐가 생존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대 21세기에는 신속하게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도구들이 생겨났고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인터넷과 SNS를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능동적으로 혹은 수동적으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은 정보의 다양성, 편리성, 선택성, 전문성, 그리고 확실성에 기인한 효율적 측면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와는 전혀 다른 바이러스나 악성루머, 잘못된 정보나 소문이 매우 빠르게 확산돼 경제, 정치,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위기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의 확산으로 빚어지는 각종 부작용을 정보전염병(infodemics)이라고 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들의 삶은 자기 상실과 주체성 상실, 자의식 상실이란 역설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정보의 노예로 살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보다 심각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역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이러한 측면에서 불교의 가능성과 역할이 중차대합니다. 법인 스님은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을 불교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불교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으로 빛을 발할 수 있을까요?

불교에서 산문(山門), 일주문(一柱門), 불이문(不二門), 해탈문(解脫門)이라하고 법문(法門)이라 합니다. 죽은 글의 법문(法文)이 아니라 살아 있는 법문(法門)의 세계로 들어가서 세상을 느끼고 깨달아가라는 의미입니다. ()을 열고 열린 문의 세상에 들어가 그 세상의 주체적인 주인공이 되라는 의미입니다.

주체적인 주인공이 되려면 정보가 있는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며 어떤 자세로 다루고 공략해야 하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울타리가 제거된 문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글로벌적 상호소통입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을 장유무서(長幼無序)라고 정의했습니다.

장유무서(長幼無序)의 시대에서, 도브티니 교수가 주장한 이스라엘 창조경제의 원동력이라는 후츠파 정신이 연상되었습니다. 모든 의견을 반대해 보는 ‘NO 교육인 후츠파 정신은 모든 권위를 부정하고, 진리를 밝히기 위해 절대 권위를 부정하고, 현실에 바탕을 두고 철저히 의심하고, 연관관계를 찾고 실천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후츠파 정신의 핵심을 숙고해보면 자연스럽게 불교가 떠오릅니다.

석가세존께서 사람의 수보다 신의 수가 많은 신의 나라, 인도에서 일체중생 개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자타일시 성불도(自他一時 成佛道), 개공중생 성불도(皆共衆生 成佛道)”를 외치며 신의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인본주의를 가르치셨고, 공고하였던 신분제도를 타파해 모든 생명이 동체 평등함을 역설했습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재가거사를 중심으로 한 유마경과 승만부인을 중심으로 한 승만경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특히, 부처님께서는 유마거사가 부처님 제자에게 병문안 갔을 때 청법하게 하시며 진리에 승속의 구분이 없음을 드러내셨습니다. 관중생품에 사리불과 천녀의 대화에서 남자가 여자가 되고 여자가 남자가 되어 남녀의 구분이 없음도 여실히 나타내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이조 혜가는 팔이 없는 불구의 몸으로 법통을 이어받고, 삼조 승찬은 천형이라고 하는 나병 환자로서 법통을 이어받고, 육조 혜능은 일자무식꾼으로 정식 승려가 아니면서 법통을 이어받습니다. 일자무식의 육조 혜능대사가 정식으로 출가하지도 않고 여덟 달 동안 떡 방앗간에서 방아만 찧다가 무수히 많은 선배들을 제치고 5조 홍인대사의 인가를 받아 법통을 이어받습니다.

이와 같이, 진리를 논하는 장소에서는 순서가 있는 것도 아니며 승속의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니라 모든 사부대중에게 열려있는 개방성이 있습니다. 지구상에 이런 가르침과 종교가 있었던가요? 4차 산업혁명 시대정신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석가세존은 절대권위인 신의 울타리, 신분의 울타리, 남녀의 울타리, 배움의 울타리, 질병의 울타리, 심지어 서열의 울타리마저 무너트리고 절대적 동체 평등을 주창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현실세계에서 완벽한 장유무서의 실현을 보게 됐습니다.

 

세계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자세

석가세존은 서로를 포용하고 이해하면서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길을 몸소 가르치고 열반하셨습니다.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옛적 가리왕에게 몸을 갈기갈기 찢길 때도 아상이 없었고, 인상도 없었으며, 중생상도, 수자상도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옛적 팔다리를 마디마디 잘리는 형벌을 당할 때 만약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집착하였다면 성을 내고 원한을 품었을 것이기 때문이니라.”

세존께서 자신을 가리켜 사생자부, 인천의 스승, 삼계 대도사라고 하였을 때, 이러한 상생의 세계인 불국토를 구현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파리, 모기를 포함한 모든 중생과 풀 한 포기에서도 우주적 생명력을 찾으려는 불교적 자비정신만이 이 세계의 갈등과 투쟁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금강경에서 상호 문을 열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상대를 인정하고 나를 낮추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금강경첫 부분에 세존께서는 공양하실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손에 들고 사위국의 큰 성에 들어가 공양을 구걸했습니다. 차별 없이 한 집씩 차례로 걸식을 하고 다시 본처로 돌아왔습니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신 걸까요?

견성성불하기 위해 육바라밀을 닦고, 팔정도를 행해야한다합니다. 사상을 여의어야한다고 합니다. 이 모든 수행의 근간이 되는 것은 바로 자기를 버리는 하심(下心)에 있습니다. 하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고서는 ()’라는 자만심과 아상을 여읠 수 없으며 육바라밀과 팔정도를 닦을 수도 없습니다. 걸식을 하는 행위가 자기를 낮추는 하심수행입니다. 불교의 하심수행은 4차 산업시대 정보를 마주하고 소통하는 기본 정신과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문이 열린 세상, 어떻게 주인공이 될 것인가?

정보가 독점되고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비밀스럽게 전수됐던 시대에는 뛰어난 정보들이 사장되었습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시공간을 초월해 모든 정보가 개방되고 지식독점체제의 해체로 평등성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정보의 문이 열리면서 상호소통이 가능해야 발전이 가능한 시대가 온 것입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정보로 이루어진 사이버 영토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입니다. 사이버영토를 확보한 기업과 개인이 21세기를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세계 최고 기업들이 모두 IT 관련 기업입니다.

대표적인 네이버, 다음, 야후, 그리고 구글을 살펴봅시다.

이들 사이트의 바탕 화면을 비교하면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네이버, 다음, 야후의 바탕 화면은 주어진 정보로 가득 차 있지만 구글에는 정보 제시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비로소 적절한 정보들을 제시해 줍니다.

네이버, 다음, 야후는 그들이 제시한 정보를 수동적으로 독자들이 받는다면, 구글은 스스로 찾는 정보를 제공받는 서비스입니다. 수동적인 정보보다 스스로 찾은 정보에 충성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구글이 IT 최고 강자로 군림하게 된 것입니다.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사유하는 힘에 따라 정보를 사용하고 21세기 바른 시대정신을 갖춘 주인공으로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