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청명(淸明)
건톳연근찜·유미쑥죽·진달래화전

4월이 되니 온 세상이 꽃천지로 변하고 육신의 체온이 절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쾌적해졌다.

환절기가 지나고 그 오랜 기침의 연속인 체질을 원망하는 시간도 벗어나는 시기다. 매화가 가니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전국의 벚꽃지도를 그리기 시작하고, 나무순들이 새로운 잎새를 피우며 향기를 만든다.

<동국세시기>에는 봄일을 시작하는 인화의 날이라 하였고, 일을 시작함에 손 없는 날을 택해 조상의 음택을 옮기는 날을 한식에서 찾았다. 긴 추위를 벗어내고 새로운 삶의 준비를 하는 청명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수선화가 빼곡히 고개를 내밀고 금낭화도 잎을 키우고 있다. 산당화는 꽃망울을 맺었다가 일시에 터트리기보다 차츰차츰 서서히 피운다. 지리산의 봄맞이는 미세먼지도 밀어내고 있다. 자고 나면 꽃을 피우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주는 식물의 고마움에 나누는 인사가 내 미소를 키우기도 한다. “어머, 너 언제 이렇게 멋있어졌니?” 금낭화의 실한 자태에 자연스레 말을 건다. 백구가족이 뭉개어 놓은 산란의 꽃향기는 며칠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강아지가 어찌 꽃을 알겠는가! 매일 쓰다듬고 다음 생에는 가죽 뒤집어쓰고 나오지 마라고 명심을 주지만 이근(耳根)에 스치고 말지, 정말 알아듣고 다음 생에 인도환생할지 윤회의 길을 어찌 알겠는가?

바다향기 그윽한 말린 해초들 중 1년 내내 저장해 놓고 사용하는 식재료가 건톳이다. 건톳은 질기지 않고 식감이 좋은 식재료다. 두부와 무치기도 하지만 연근을 더해 찜으로 상에 올리면 근사한 일품요리가 된다.

주말이 되니 도시민들이 산중에 기웃기웃 모여든다. 오염되지 않은 쑥을 캐려는 이들이다. 금수암 주변에 옹기종기 대여섯 명이 쑥을 캔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스님 쑥 캐는 일도 수행이네요. 어쩜 이렇게 모이지를 않아요?”하고 묻는다. 얼추 2시간을 캐야 한 끼 분량의 쑥을 얻을 수 있으니 분명 공력이 많은 음식이다.

유미죽에 쑥을 넣어 유미쑥죽을 만들어보자. 우유 넣은 죽에 쑥향이 퍼지는데 그 향이 달콤하다. 우유는 유당불내증이 있는 우리세대에게 속을 불편하게 하는 식품이기도 하다. 어린 소가 어미소의 젖을 먹고 자라는데 관행농업은 축산업을 키워 다 큰 어른이 우유를 먹어야 건강하다고 말한다.

국일암 성원 노스님이 들려준 수많은 말씀은 내 삶의 한자리에서 많은 것을 추억하게 한다. 전쟁 후 해인사는 미군이 들어와서 밀가루와 탈지분유를 누런 포대로 하나씩 배급했단다. 이를 처음 접한 국일암 스님들은 큰 가마솥에 끓여 한 그릇씩 먹었는데 모두 설사로 고생해 우유를 평생 드시지 않게 됐다고 하셨다.

앞산에 진달래가 소나무숲에 무성하게 꽃을 피웠다. 매끈하고 단단한 진달래나무는 출가 후 어른스님들이 풀옷 손질을 하실 때 숯을 만들어 두었다가 먹물을 들인 공이 큰 나무다. 국일암에도 오래된 진달래나무가 있다. 우아한 자태와 선이 아름다워 눈이 더 가는 나무다. 짧은 시간 꽃을 피우는 진달래는 절집에서 화전의 대명사로 꼽힌다. 꽃술을 떼어내고 찹쌀지지미에 순간 얹어 지져내는 화전은 그 무심한 맛이 출가자의 삶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납자의 맛을 세속에서 어찌 알겠는가? 화전 굽고 죽 끓이고 간단한 음식 한 끼로 세월을 낚는 납자들께서 이 봄날 산철결제가 무르익기를 염원해본다.

건톳연근찜

건톳연근찜

재료: 마른톳 10g, 연근 500g, 소금 ½t

1. 마른 톳은 끓는 물에 2~3분 삶고, 그 물에 10분쯤 담갔다가 물기를 뺀다.

2. 연근은 갈아서 체에 밭쳐 건더기를 준비한다.

3. 손질한 톳은 2~3크기로 자른다.

4. 갈은 연근에 톳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후 김이 오른 찜기에 10분쯤 찐다.

유미쑥죽

유미쑥죽

재료: 우유 200, 연근 60g, 불린쌀(혹은 배아현미) ½, 40g, 참깨 ½t, 땅콩가루 ½T

1. (배아현미)은 불려서 절구에 갈아놓는다.

2. 연근은 강판에 갈아놓는다.

3. 냄비에 땅콩을 넣고 덖다가 갈은 쌀과 연근을 넣는다. 1.5컵을 넣고 끓이다가 우유를 넣어 저으면서 죽을 끓이는데, 끓기 시작하면 다진 쑥을 넣는다.

4. 불을 줄이고 뜸을 들인다.

 

진달래화전

진달래화전

재료: 진달래꽃 12송이, 찹쌀가루 2, ½, 소금1t, 부침유(들기름·식용유1T), 2T

1. 찹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잘 섞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익반죽한 후 비닐봉지에 넣어 1시간정도 휴지한다.

2. 진달래꽃은 꽃술을 떼고 물에 담갔다가 건져 마른행주 위에 올리고 물기를 닦는다.

3. 찹쌀반죽을 5지름으로 동글납작하게 빚는다.

4. 프라이팬에 부침유를 두르고 찹쌀 반죽을 올린다. 가장자리가 익기 시작하면 뒤집어 숟가락으로 눌러 모양을 잡은 뒤 바로 꽃잎을 얹는다. 꽃잎 얹은 쪽을 한 번만 뒤집어 바로 꺼낸다.

5.화전이 한소끔 식으면 꽃이 있는 쪽에 꿀을 발라준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