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온을 찾아서

최혜자 지음/운주사 펴냄/1만 5천원 

<마음의 평온을 찾아서>는 팔순을 넘긴 노 불자가 마음으로 그린 그림과 마음공부의 단상을 함께 엮었다. 불치병 환자라는 삶의 고통스런 상황을 평온과 행복으로 바꿔놓은, 저자의 불교공부와 수행의 과정을 그림과 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불치병에 걸린 저자는 설상가상 어린 아들을 혼자서 키워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도저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아픈 몸을 이끌고 아들과 함께 태국을 거쳐 프랑스로 건너간다. 모진 세월을 견디며 아들을 키워내고, 이제 인생의 마지막을 고국에서 정리하려는 마음으로 2018년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한국을 떠난 지 45년여 만의 일이다.

외국에서의 생활은, 아픈 몸으로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경제활동 외에, 집안에서 홀로 모든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그 와중에 운명처럼 붓다의 가르침을 만나게 되었고, 수술대 위에 올라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불현듯 연꽃이 그리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림이라고는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다행히 수술이 잘되어 퇴원을 하고, 그때의 그 간절함을 살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붓이 가는 대로, 색깔이 드러내고 싶은 대로……

그런데 그렇게 그려진 그림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 조용한 미소와 평화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나타나 주었다. 그것은 너무나 뜻밖의 일이요 기쁨이었다.”
그렇게 그림들이 한 점 두 점 완성되어 가기 시작했다. 

경전을 읽고, 붓다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그림을 그리고…… 그 속에서 병으로 인한 고통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과 상실감 등을 잊을 수 있었다. 아니, 삶이 행복하게 변하였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불경과 그림 사이에서 매일같이 몇 시간씩 보내고 나면 저절로 나는 충만함에 빠져서 그날그날을 중병 든 사람 같지 않게 평화스러움 속에서 보낸다. 다 그린 그림 속의 부처님들을 바라보면서 느껴가는 이 터질 것 같은 기쁨들을 이루 표현할 수는 없으나, 나는 병든 자의 고통과 외로움을 안정시켜 갈 수가 있어서 행복하다.”
오랜 세월 불교를 공부하면서 마음에 새기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가르침들을 곰씹어 한쪽 면에 싣고, 다른 한쪽에는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배치하여, 눈도 마음도 평온하게 맑히는 책이 되었다. 김주일 기자

▲저자 최혜자는?
1938년생. 돈암초등학교와 경기여중·고,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1973년 태국으로 이주했으며, 마하짜끄리시린톤 공주의 법구경 해설 시집 <불교 격언에 따른 시>를 번역·출판(86년)하면서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1988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살다가 2018년 가을 한국에 돌아왔다. 30대 말부터 질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불교 공부와 그림 작업에 매진하였으며, 그 결실을 모아 이번 책 <마음의 평온을 찾아서>를 비롯해서 <아들에게 남기는 어머니의 마음공부>(올해의 불서 10), <아픔을 다스리는 마음공부>(세종우수도서), <아름답게 늙어가는 지혜>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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