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죽음을 말하다

달라이 라마 가르침/제프리 홉킨스 편역/이종복 옮김 /1만 6천원

4월은 흔히 죽음의 달이라 불린다. 우리의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아도 이달에는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다. 웰다잉이 유행처럼 떠오르면서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죽음을 대면하는 연습’은 과연 얼마나 되어 있을까? 그리고 그 연습은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티베트에서는 임종 시, 머리맡에서 귓속말로 〈사자의 서〉를 읽어 주며, 죽은 자가 중음도를 벗어나 깨달음으로 향할 방법을 안내한다. 또한 많은 티베트 사람들이 날마다 죽음에 대해 명상할 때 쓰이는 시가 있다. 바로 제 1대 빤첸라마가 지은 〈중음도(中陰道)〉의 위험한 곤경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기원문, 두려움서 해방된 영웅이다. 두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안내자가 필요하듯, 죽음의 순간과 중음도에 있는 동안 일어날 환영이 줄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시의 조언에 따라 수행할 수 있다.

“무상에 대해 성찰하고 또 성찰하라”
죽음, 그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
달라이 라마가 들려주는 ‘죽음학’

〈달라이 라마, 죽음을 말하다〉는 이 시의 열일곱 연에 대한 해설이자, 죽음 전반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통찰이 담긴 책이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그림 그리듯 감각화, 이미지화하여 풀어 낸다는 점과 더불어, 읽다 보면 두려움을 내려놓고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게 한다는 것이 이 책이 가장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현재의 제 14대 달라이라마 성하는 2019년 84세가 되셨다. 이로써 역대 달라이라마 가운데 최장수를 누리고 있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명상과 기도를 하며 독서와 운동, 외부 활동을 병행하며 바쁘게 지낸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절대적 진실을 잊지 않는다. 그는 평상시 무상(無常), 고(苦), 공성(空性), 무아(無我)에 대하여 사색한다. 더불어 매일 행하는 의식(儀式)수행의 한 부분으로서, 죽음의 단계들에 대해 명상한다.

달라이 라마는 죽음으로 가는 여덟 단계를 차근차근 설명한 후, 현재의 삶과 다음 삶 사이의 ‘중음도’ 그리고 ‘환생’의 단계에서 우리가 각각 어떤 과정을 건너게 되고 그때 어떤 마음가짐이 도움이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 나간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죽음에 관한 숙고를 거쳐 자신의 삶에서 진실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이번 책 부제는 〈죽음에 대하여, ‘강력한 선함’을 지닌 채 살아감에 대하여〉이다. 잘 죽는 일이란 결국 잘 사는 일과 나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가 죽음을 대면할 수 있다면 삶을 보는 시야 역시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잘 사는 일이란 결국 사랑과 자비, 선을 이 생에서 어떻게 실천하는가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달라이 라마의 안내를 따라 두려움 없이 맞는 죽음의 세계는 어떤 것인가 탐사해 보자.

▲저자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운 인물이다. 1935년 티베트 암도 지방의 농가에서 출생했으며, 어린 시절 이름은 라모 톤둡이었다. 2살 때 제13대 달라이 라마의 환생자로 인정받았으며, 1940년 제14대 달라이 라마로 공식 취임하였다. 그러나 1951년 ‘티베트 평화해방의 방법에 관한 협의’에 따라 중국 인민해방군이 티베트을 통치하기 시작하자, 1959년 3월 중국 공산당을 피해 인도로 망명하였다. 이후 달라이 라마가 세운 인도 다람살라의 망명정부는 티베트 독립운동의 근거지가 되었고, 이는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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