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스님 문집 ‘한글’로 만난다

동국대 ABC사업단에서 발간한 '용담집·극암집'과 '경암집'. 모두 조선 후기 스님들의 문집을 한글화 한 것이다.

조선 후기에 활동한 고승들의 문집들이 한글로 번역됐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산하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사업단(이하 ABC사업단)한국불교전서 한글화 사업의 일환으로 <용담집·극암집>, <경암집>, <금강삼매경론>을 한글로 번역·출판했다44일 밝혔다.

한국불교전서한글화 일환
극암·경암 등 시문집 韓譯
원효 저술 <금강삼매경론>

이번에 번역된 <용담집·극암집>은 조선 중후기에 활동한 용담선사 조관(1700~1762)의 문집인 <용담집>과 대구 팔공산 파계사를 중심으로 활동한 극암 사성(1836~1910)의 문집인 <극암집>을 한 권으로 엮은 결과물이다.

<용담집>은 목판본으로 149장에 용담의 시와 문이 수록돼 있다. 시는 오언절구 4648, 칠언절구 7986, 오언율시 2424, 칠언율시 5053수로 칠언율시가 가장 많으며, 문은 중창기 1, 통문 1편 등 총 2편이 실려 있다. <용담집>의 각종 시는 유불불이(儒佛不二)의 성정을 노래한 것으로 불교사상과 문학 분야에서 연구해 위상을 정립시킬 필요가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역자로는 성재헌 한국불교전서 번역위원이 참여했다.

<극암집>의 저자인 극암은 다른 승려들과 그다지 시를 수창하지 않았다. 극암이 시를 수창한 인물은 관료보다는 주로 일반 유자들이 많아 스님의 소탈한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수록된 은자의 노래는 만시 7편의 총합이라 할 수도 있고, 극암 자신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일 수도 있다. 자연 속에서 마음이 화평하고 호연지기를 기르며 소요하는 모습을 담은 점이 눈길을 끈다. 이대형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한글화 작업을 진행했다.

<경암집>은 영정조대에 함양 벽송사를 중심으로 영남에서 활동한 경암 응윤의 시문집이다. 경암 스님은 18세기 승단의 현실과 유불(儒佛) 담론에 관심이 많았다. 유불선을 회통하는 논리는 조선 시대 승려들의 대체적 경향인데, 경암 스님 역시 삼교의 동이를 논한다(論三敎同異)’를 통해 유불선 삼교가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러 편의 산문이 수록된 권하에서는 유가의 문장과 흡사한 오효자전(吳孝子傳)’박열부전(朴烈婦傳)’을 주목할 만 하다. 특히 박열부전은 국문학계에서 주요하게 언급되는 박지원의 열녀함양박씨전(烈女咸陽朴氏傳)’과 동일한 인물에 대한 글이므로 비교·연구할 만한 중요한 자료다.

ABC사업단은 이번 번역·발간된 <경암집>은 최초의 번역서라면서 조선 후기 불교사와 문화 연구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원효 스님의 만년 저술 '금강삼매경론'. 김호귀 교수가 번역했다.

김호귀 동국대 HK교수가 번역하고, 김호성 동국대 교수와 성재헌 위원이 증의한 <금강삼매경론>은 원효 스님의 만년 저술로 <금강삼매경>에 대한 동아시아 최초의 주석서인 동시에 가장 권위 있는 주석서다. 이후 중국의 명대와 청대에 출현한 <금강삼매경> 주석서들의 선구가 됐다.

이 문헌에서 원효 스님은 <금강삼매경>에 나타난 대승불교의 다양한 교설과 수행법들이 결국 일미(一味)로 귀결된다는 점을 정연한 논리를 통해 명확히 보여주고 있으며, 이 문헌을 통해 원효의 화쟁적 특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한편, 한국불교전서 한글본 역주 사업은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총 324종에 달하는 불교저서를 집대성한 한문불전 한국불교전서(14)’를 한글화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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