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길이 8m의 고래 뱃속에서 22kg의 플라스틱이 나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각종 쓰레기봉투와 플라스틱 접시, 어망, 그리고 브랜드와 바코드가 보이는 포장지까지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고래의 뱃속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새끼 고래였다. 전문가에 따르면 어미 위장의 3분의 2를 가득 채운 플라스틱 쓰레기가 영양분 흡수를 방해해 유산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죽은 고래의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와카토비 국립공원의 해변으로 약 10m 길이의 향유고래 사체가 떠밀려왔다. 그 고래의 뱃속에도 페트병, 슬리퍼를 비롯 플라스틱 컵이 자그마치 110개나 들어 있었다. 고래가 왜 플라스틱을 먹었을까? 그 이유를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1997년 북태평양에 있는 미국 하와이 섬과 캘리포니아 사이, 대한민국 면적의 15배가 넘는 약 155넓이의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발견됐다. 바다 한가운데에 떠오른 거대 플라스틱 쓰레기 섬의 플라스틱 쓰레기 개수는 약 18000억 개, 무게는 8t이다. 이는 초대형 여객기 500대와 맞먹는 무게이다.

처참하게 죽어가는 고래들의 죽음 앞에서 지구의 70%는 물로 구성되어 있고 언젠가는 그 물의 70%를 플라스틱이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낀다. 바다 생물들이 먹고 죽어가는 플라스틱이 진짜로 무서운 이유는 그것들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인간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지중해에서 어류 표본을 채취해 플라스틱 부스러기의 유무를 조사했다.

그 결과 18%이상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했는데 그 중에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황새치, 참다랑어와 같은 인기 어종도 있었고 북해에서 양식된 홍합과 대서양에서 기른 굴, 심지어 소금도 포함되어 있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미세 플라스틱이 주변의 유해 화학 물질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독 물질을 흡수한 미세 플라스틱이 물고기의 몸을 거쳐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쯤 되면 플라스틱이 지구와 인간 세상을 지배했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 방송사가 진행한 자취생의 플라스틱 없이 살기실험이 단 몇 분 만에 포기되었을 만큼 플라스틱 없이 사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3위라는 놀라운 통계를 가진 우리나라이고 보니 더욱 그렇다.

4월부터 대형마트의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이제 비닐봉투 사용 금지라는 규제만큼이나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규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플라스틱 없이 살겠다는 다소 극단적인 선택이 절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플라스틱 행성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는 지구가 아름다운 푸른 별이 아니라 온갖 플라스틱과 합성소재로 뒤덮인 플라스틱 행성일 뿐이라며 세계 각지의 집에서 플라스틱 물건을 집 밖으로 모조리 꺼내 전시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고래 뱃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처럼 지구의 표면으로 쏟아져 나와 동산을 이루는 플라스틱들. 언젠가 지구도 고래처럼 처참하게 죽어갈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지구의 품안에서 살고 있던 우리는 어떻게 될까? 고래의 뱃속에서 발견된 새끼 고래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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