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구시화문(口是禍門)

‘구시화문(口是禍門)’이란 “입은 바로 화(재앙)를 불러들이는 문이다”는 뜻이다. 말조심해야 함을 이르는 말로, 야운 스님의 ‘자경문’에 나오는 말이다.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는 화종구생(禍從口生)도 같은 말이다.

말조심에 대해서는 인류사 이래 많은 금언(金言)들이 있다. 시시한 글보다는 이러한 금언들이 우리에게 더 유익할 것 같아서, 가슴에 와 닿는 금언 몇 개를 뽑았다.

“개는 잘 짓는다고 해서 좋은 개가 아니며, 사람은 말을 잘한다고 해서 현인이 아니다.”-장자-

“말 잘하는 사람치고 어진 사람이 드물다.” -공자, 논어-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사람도 역시 입으로 걸려든다.” -탈무드-

“말이 많으면 몸을 해친다.” -노자-

“말은 칼보다 더 날카로운 무기이다.” -포킬리데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한국 속담-

“군자는 말이 적고 소인은 말이 많다.” -예기(禮記)-

“아는 것을 다 말하지 말라.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지 말라.” -이탈리아 속담-

“남을 비난하는 것은 위험한 불꽃이다. 그 불꽃은 자존심이라는 화약고의 폭발을 유발하기 쉽다. 이 폭발은 가끔 사람의 생명까지 빼앗아 간다.” -D. 카네기-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빚을 갚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목숨을 단축시키는 경우도 있다. 말 한마디가 참 중요하다. 말이 야박하거나 각박하면 평생 불목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가장 상처를 주고받기 쉬운 것이 말이다. 대수롭지 않게 뱉어낸 말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슴 철렁한 모욕이 될 수도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실수하기 쉬운 것이 말이다.

말은 브레이크 같은 제동 장치가 없다. 일단 입 밖으로 나오면 주워 담을 수 없다. 잘못된 말을 했다면 순간의 실수이므로 사과하면 되지만, 사과했다고 해서 백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말은 인격에 득이 되지만, 경솔한 말은 자신의 인격을 깎아내린다. 타인에게도 많은 상처를 준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것을 쉽게 잊지 못한다.

고려 말 야운 스님(野雲, ?~1340)의 ‘자경문 3(其三)’에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가볍게 행동하지 말라(口無多言, 身不輕動).” <중략> 입은 재앙을 초래하는 문이니 더욱 엄하게 지켜야 한다. 몸은 온갖 재앙을 일으키는 근원이므로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 자주 날아다니는 새는 그물에 걸리게 되고 부질없이 다니는 짐승은 화살을 맞게 된다.”고 하며 말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십어구중 불여일묵(十語九中 不如一?)’이라는 말이 있다. ‘열 마디 말 가운데 아홉 마디 말이 옳더라도 침묵하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할 수밖에 없으므로 가능한 말을 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말은 필요하다. ‘침묵은 금이다’라고 하여 벙어리 귀신처럼, 소 잡아먹은 사람처럼 함구하고는 살 수 없다. 특히 오늘날 시민사회는 논의, 토론 사회로서, 논의와 토론을 거쳐 발전적인 미래지향적인 방안이 도출된다.

말을 하지 않으면 소통 부재로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없다. 말을 하지 않으면 무언가 서운한 것, 불쾌한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모든 정보도 대화를 통해서 얻어진다.

옛사람들은 ‘사람은 가벼우면 안 된다’라고 하여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중시했지만, 현대는 적당히 말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부정을 막고 민주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좋은 말도 반복하면 의미가 퇴색해 버린다. 그런데 경솔한 말, 불필요한 말을 늘어놓는다면 인격에 의심을 받게 된다. 특히 남을 무시하는 말, 타인의 인격에 상처를 주는 말은 조심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말을 조금 함부로 하는 경우가 있다. 가깝다가도 소원해 지는 것은 실은 서운한 말 한마디, 부주의한 말 한마디 때문이다. 오래도록 교우관계를 지속시키고자 한다면 너무 예의에 벗어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말,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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