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민속학회, 3월 30일 관련 학술세미나

한국불교민속학회가 3월 30일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삼척 안정사 시연단이 땅설법을 시연하고 있다

공연장에 북과 장구가 울리니 파란 장삼에 나무 부채를 든 스님이 구성진 가락을 뽑아낸다. “선재동자가 수행의 길을 떠나갈 때 십신으로 수행하고 화엄회상 불보살.”

대중은 스님의 가락에 맞춰 〈화엄경〉의 7처 9회를 형상화 한 무대의 탑을 중심으로 앞뒤로 오간다. 또는 삼삼오오 모여 만다라를 구성하기도 한다. 시연단도 청중들도 “화엄회상 불보살”을 외치며 호응하는 모습은 그 옛날 어딘가의 저잣거리 같다.

이들이 시연한 것은 ‘땅설법’이라는 불교무형유산으로 그간 구전으로만 있었다고 전해지고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삼척 안정사(주지 다여)에 전승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안정사 전승 확인된 땅설법
역사적 가치·위상 등 조명해
민중 근기 맞춘 통속적 설법
종합 공연 예술로서 역할도


한국불교민속학회(회장 홍윤식)가 3월 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공연장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는 전승이 확인된 땅설법에 대한 역사성과 위상을 논의했다.

이날 불교민속 전문학자들은 땅설법이 〈화엄경〉을 중심으로 여러 예술행위를 통해 불교의 요지를 알리는 법석임을 강조했다.

땅설법에 대해 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는 “하나의 법사·도창승이 가창과 강설·연기로 고수 내지 대중과 함께 연출하는 포교적 공연예술”이라며 “그 중에서도 가창과 강설·연기 중심의 강창극”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땅설법은 대중 설법을 위한 종합예술적 방편으로 땅위에서 승려들이 중생들을 교화·접인하기 위해 베푸는 재미있는 설법 형태”라면서 “이른바 대승적 승려들이 서민 대중의 근기·성정에 맞춰 펼치는 통속적 설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이 전승되고 있는 땅설법은 화엄신앙이 토착화되는 일편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봤다. 현재 삼척 안정사에 전승되고 있는 땅설법은 석가모니일대기, 목련존자 일대기, 신중신 일대기, 성주신 일대기, 선재동자 구법기 등으로 이 같은 놀이는 모두 〈화엄경〉에 근거한다.

홍윤식 불교민속학회장은 “삼척 안정사에 전승되고 있는 화엄성중놀이와 땅설법은 일단은 〈화엄경〉에 의한 화엄성중신앙이 민속화되는 과정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화엄경〉의 신앙체계가 일즉다 다즉일의 체계에서 부처의 세계가 민속신앙의 세계를 수용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문화재위원 효탄 스님은 원형 발굴·기록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효탄 스님은 “잊혀졌던 땅설법의 원형을 발굴해 기록을 남기는 노력이 기울여져야 할 것”이라며 “만석승희와 같은 전통문화의 전모의 발굴과 문화콘텐츠화는 현실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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