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든 관음성상’ 60주년 기념학술대회

봉화 정토원에 조성된 호미 든 관음성상. 봉안 60주년을 맞았다.

봉화 정토원(원장 선진규)에 봉안돼 있는 ‘호미 든 관음성상’이 조성 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호미 든 관음성상’이 가지는 수행·사회·문화적 의미를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소장 고영섭)는 3월 30일 동국대 만해관 대강의실에서 ‘호미 든 관음성상 봉안 60주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1959년 젊은 불교학도 31명이
관음상 조성, 신불교운동 전개

당시 호미는 생산 상징했지만
현 시대인 인간성 회복 의미해
“대승불교 실천정신 되새겨야”


‘호미 든 관음성상’은 새불교·농민운동 대중결사에 참여한 젊은 불교학도 31명이 1959년 4월 5일 봉안한 것으로 새로운 재가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었다.

‘호미 든 관음성상’의 수행적 의미를 조명한 고영섭 동국대 교수는 ‘호미’에 대한 의미를 수행론적으로 해석했다. 중생은 인성이 번뇌로 뒤덮여 불성이 잡초에 가려져 있으며, 이를 제거하기 위한 ‘호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영섭 교수는 “수좌가 화두를 든 마음과 호미를 든 농부의 육체가 둘이 아닌 것은 화두와 호미가 내면의 번뇌를 끊어내고 잡초를 뽑아내는 기제라는 점에서 같기 때문”이라며 “호미는 선종 형성과 발전의 전환을 이룬 <선문규식>과 <선원청규>를 상징하며 부처가 될 가능성을 일구는 도구라는 점에서 화두와 상통한다”고 강조했다.

‘호미 든 관음성상’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청년 불교학도들이 일으킨 ‘호미 든 관음성상’의 조성을 위한 청년불사와 대중결사는 우리 사회에 새불교·농민운동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강조한 고영섭 교수는 “이들의 결사는 ‘잘 살아보자’는 기치 아래 1970년대 시작된 새마을운동의 시원이자 기폭제가 됐다”고 밝혔다.

호미에 대한 시대적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주장도 제기했다. 고영섭 교수는 “조성 당시 호미는 가난 극복을 위한 생산을 상징했지만 오늘의 호미는 잃어버린 인간성의 회복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나아가 모든 중생의 영원한 생명력인 불성의 열매를 캐내는 동체대비의 마음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는 3월 30일 동국대 만해관 대강의실에서 ‘호미 든 관음성상 봉안 60주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고영섭 교수는 “노동 생산 자체가 수행이며 궁극 목표는 성불의 증과임을 관음상은 환기시킨다”면서 “관음보살이 호미를 드는 발상의 전환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불교가 존재할 이유와 삶의 질적 전환이 왜 필요한지를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관음상의 사회적 의미를 살핀 장성우 동국대 교수는 <전륜성왕수행경>에서 강조하고 있는 정법의 정치, 약자들에 대한 구제 등은 현재에도 매우 유효함을 상기시키며 “호미 든 관음성상의 시대정신과 대승불교 실천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운동의 측면에서 관음상의 의미를 조명한 이재수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새로운 불교문화공간의 재발견 △사찰의 생활문화센터화 △불교문화자산 공유 방안 모색 등을 향후 불교문화운동 진흥안으로 제시했다. 

이재수 교수는 “스마트미디어 시대에 다양한 미디어 기기에 탑재되고 생산되면서 유통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불교계의 문화자산을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창작 과정에서 재창조된 새로운 불교문화의 요성들이 인드라망과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봉화 정토원은 4월 5일 봉화산 정상 호미 든 관음성상 제단서 기념 봉축 법요식을 봉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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