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이야기] 7. 연기의 꽃, 12연기
[연기이야기] 7. 연기의 꽃, 12연기
  • 김성규 영남대 의대 교수
  • 승인 2019.04.05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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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알면 변화가 일어난다
그림. 강병호
그림. 강병호

고등학교 시절 불교를 처음 알았을 당시 어느 토요일 경주 분황사에서 저녁을 먹고 예불을 올리게 되었다. 부처님께 예불을 올린 후 스님께서 축원하는 데 너무 황당하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사람과 동물과 모든 생명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축원 올리는 진지한 모습을 보면서 정말 저 기도가 얼마나 모든 것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였다.

연기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인연과’에서 인을 끝없이 바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변하기 위해서 가치 기준을 낮춘 것처럼 보이지만 무아에 대한 인식에서 생기는 연민 때문에 상대방이 60점짜리라도 기분이 좋은 것이다.

부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
부처가 됐을 때 얻는 이익은
세속적인 이익보다 더 크다


부처님이 중생을 볼 때 얼마나 한심하겠는가. 그런데 부처님은 우리에게 끝없는 연민 밖에 없다. 60점짜리 우리의 삶을 보고 부처님은 끝없는 연민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90점짜리에서 60점짜리로 가치 기준을 하향시켰을 때 변한 것은 그 점수가 아니라 무상에 대한 인식 때문에, 연민 때문에 60점 되는 상대방에게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부처가 지옥을 싫어하겠는가. 지옥에 가도 부처는 부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인이 확실하면 연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확실히 부처이면 주위가 지옥이라도 모두 부처로 변하게 된다.
무엇이 잘 안되면 상대를 탓한다. 내가 무상과 무아를 이해하면 탓할 대상이 없다. 연민인 끝없는 자비밖에 없는 것이다.

부처의 속성은 자비광명
만약 누군가의 잘못으로 내 자신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고의성이 없다면 그 상대방이 불쌍한 것이다.
여기에서 자비가 나온다. 무아와 무상을 인식하면 일어나는 것은 자비광명뿐이다. 끝없는 광명과 자비가 일어나게 된다.

제대로 된 불자는 어디에서 살던 상관이 없다. 1천 년 전도 좋고, 지금도 좋고, 1만 년 후도 좋고 어느 시기에 나타나도 똑같은 것이다. 내가 확실하게 부처이면 태어나는 시기도 태어나는 시대도 태어나는 곳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부처되어야 하고 내가 바뀌어야만 연이 끝없이 바뀌는 것이다. 서로 상관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 한 명을 감동하게 하면 세세생생 그 인연을 잊지 못할 것이다. 세세생생 그 선생님을 따라 다니며 좋아할 것이다. 감동이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선생님의 노력에 의해서 문제를 이해하면 수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짜릿하다. 그럴 때 감동이 오는 것이다. 그런 감동을 받는 학생은 선생님을 평생 존경할 것이다.

연기가 거시적인 현상에서 볼 때는 인과법칙이고, 인과법칙을 좀 더 풀어쓴다면 인연과의 법칙이다. 연기의 문제에서 변해야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인의 주체가 변해야 된다. 결국 주체인 내가 변하기 위해서는 무아와 무상을 인식하지 않고는 변할 수가 없다. 인식하는 것만큼 내가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의가 부처되게 한다
부처님께서 연기는 곧 무아와 무상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고 하셨다. 무상과 무아를 인식하는 순간 일어나는 마음이 적정이다. 그 관계의 이해가 바로 연기이다. 연기를 이해하는 순간, 내가 달라져 있고 주위가 달라져 있다.

연기에서 ‘안이비설신의’를 설명했다. 부처님이 위대하신 것은 이 ‘의’ 때문이다. ‘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이 연기이며 모든 것은 ‘의’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생명체들은 기본적으로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고 번식해야 될 시기가 되면 새끼를 낳는다.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의식 활동은 먹고 자고 번식하는 세 가지 밖에 없다. 그냥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안 먹으면 된다. 그런데 의지가 없으면 맛있는 빵이 있을 때 나중에 먹기 위해서 서랍에 넣어 두지 않는다.

개에게 빵을 먹으라고 주면 먹고 싶은 만큼만 먹고 아무리 맛있어도 더 이상 먹지 않으며 또 내일 먹어야지 하면서 자기 집에 넣어두지 않는다. 또 피곤하면 자고 잠이 안 오면 자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피곤해도 안 자려고 애를 쓰면서 하루에 4시간 자고 버티면서 공부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의’때문이다. 동물은 번식을 시도 때도 없이 하지 않는다. 발정주기 외에는 일체 번식 행위를 하지 않는다. 결국은 먹는 것에서 탐심이 생기고 생식에서 진심이 생기고 자는 것에서 치심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다 의 때문에 생겨난다. 의를 이해하면 우리 몸뚱이가 갖고 있는 탐진치의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다 나오게 된다.

연기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인연과’에 의해서 내가 바뀌면 주위가 바뀐다는 것을 인식해야하며 이를 바탕으로 불교 공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연기의 핵심은 12연기
연기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12가지 속성인 12연기를 말씀하셨다. 오온연기나 12연기가 만들어지는 체제와 구성을 생각해보면 부처님 은혜에 탄복할 뿐이다. 인간의 정신능력에서 생기는  12가지를 아주 절묘하게 설명해 놓은 것이다. ‘세세생생 살아가면서 불자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불교를 이해하면 풀린다. 우리도 12처부터 시작해서 6근, 6경, 6식을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가르쳤던 방법대로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된다.

오늘 배우는 12연기의 처음은 무명이다. 불교의 첫 출발은 무명이다. 무명 다음에 행·식·명색· 육입·촉·수·애·취·유·생·노사가 12연기이다. 12연기에서 왜 죽어야하는 문제는 노사때문에 있다. 왜 죽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 바로 앞에는 생이 있다. 태어났기 때문에 죽는다. 왜 태어났느냐? 바로 존재할 수 있는 인연이 성숙되어 태어나게 된다.

[무명] 무아와 무상을 모르는 것이 무명이다. 정견이 아닌 부정사유에서 무명이 생기며 그 다음 행이 일어난다.

[행] 행은 잠재적 형성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는 카오스라고 했다. 혼돈이다. 모르기 때문에 혼돈이 생긴다. 무명, 모르는 것에서 이런 행위들이 나오는 것이다. 카오스를 만들어내는 잠재적인 형성력, 만들어진 것, 만들어내는 힘, 이것이 바로 행이다. 나의 저장 창고에 들어 있는 업을 조합하여 다른 차원의 생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도 행의 능력이다.

[식] 무명에 의해서 행이 생기고 이 행에 의해서 식이 만들어지고 식은 행동을 일으키는 생각, 인식작용, 또는 인식판단의 주관적인 능력이 된다. 우리는 6식으로 판단을 한다. 안이비설신의를 통해서 6식을 느낀다.

[명색] 식이 생기고 나면 명색이 되고 명은 ‘라마루파’로 생각을 일으키는 환경이라든가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5가지 요소인 오온이 바로 명색이 된다. 이 때 명은 수상행식을 나타내는 정신적인 능력이고 색은 물질 즉 육체를 나타내며, 육체와 정신을 통틀어 명색이라고 한다.

[육입] 육입은 6경의 환경을 느끼게 하는 감각기관이다. 명색이 세분화 되어 감지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대상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체인 육근을 만드는 근원적인 능력이 육입이다. 

[촉] 6근인 눈, 귀, 코, 혀, 몸, 뜻을 바탕으로 해서 촉이 일어난다. 부딪치는 자체가 촉이다.  눈으로 부딪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고 몸으로 부딪히는 것은 촉감으로 느낄 수 있다. 근과 경과 식이 촉하여 수가 생기게 된다.

[수] 촉에 의하여 수가 생긴다. 접촉의 결과로 발생되는 느낌이 생기게 된다. 바로 이 느낌에 의해서 희노애락의 감정들이 생긴다.

[애] 이런 느낌의 결과를 애라고 한다. 느낌과 감정의 결과로 생기는 갈애, 탐심과 진심이 생기는 것이 바로 애이다.

[취] 애욕 때문에 집착하게 되고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소유욕인 취가 생긴다. 취는 곁에 있는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용이다.

[유] 집착 때문에 이 몸둥이가 만들어지며 존재하게 된다. 그러므로 유는 생존, 미혹한 생존, 윤회하고 있는 생존, 욕망충족의 행업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유이다. 태어나는 것은 생유이며, 살아있는 동안 존재하는 것은 본유이며, 죽는 것은 사유이다. 죽어서 다시 몸을 받는 그 기간을 중유라고 한다. 이때의 상태를 중음이라 한다.

[생] 유로써 존재를 마치면 우리는 다시 새생명으로 태어나게 된다. 이것이 생이다.

[노병사]  태어나서 한평생 살아가는 것이 늙고 병들고 죽는 과정이다. 병은 늙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이것으로 12연기의 흐름을 알아보았다.

변화의 시작
불교란 무엇인가, 내가 깨달을 수 있는가, 내가 불성을 갖고 있는가? 무아와 무상 그리고 연기는 불교를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내가 부처될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 내가 부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부를 해서 부처가 되어야 한다. 부처가 됐을 때 얻는 이익은 세속적인 이익보다는 훨씬 더 크다. 세속의 이익은 내가 부처되고 난 뒤에 받는 이익의 부분집합에 지나지 않는다. 깨치고 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불교 공부를 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지 인과 연의 문제에서 인이 바뀌면 연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죽다 깨어나도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중생이다. 이것을 바꾸는 작업이 바로 내가 무아와 무상을 인식하는 것이다. 바뀐 것 같지만 하루만 지나면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바뀌는 않는 이유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며 상대방이 변화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연기를 알면 바뀌지 말라 하여도 바뀌고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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