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복원은 무엇인가’ 화두 던지다

20년에 걸쳐 해체 보수를 완료하고 일반에 공개하는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모습. 공개 선언 하루 만에 부실 복원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3월 23일부터 일반에 공개된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부실복원 논란에 휩싸였다.

감사원은 3월 21일 공개한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미륵사지 석탑이 보수정비를 진행하면서 일관성 없이 축석을 했으며 이에 따라 석탑 상·하부 내부 형태가 원형과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원형과 달라” 지적에
“역사성 보존 조치였다” 반박
전문가도 복원 과정 이견 無
근대 이후 도입된 ‘원형’개념
지금까지도 논의 중인 상황
원형 개념 정립·원칙 세워야


감사원 지적의 요지는 △해체 당시 확인된 축석 방식의 기술적 재현 가능성 등 원형 복원을 위한 구체적 검토를 하지 않은 것 △설계도서를 마련하지 않고 시공 △적심부 충전재 자문 없이 변경 등이다. 이를 통해 감사원은 문화재청에 구조안정성 검증과 조치 방안 검토를 통보했으며, 일관성 있게 수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미륵사지 석탑 내부 적심 구성이 달라졌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역사적 가치 보존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발표한 설명문에서 “12층은 당초 설계와 같이 대부분 새로운 석재로 채워 견고히 했으나, 3층 이상은 전문가 자문과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구 석재를 재활용해 보수했다고 설명했다.

1998
년 해체·보수가 결정돼 20년에 걸친 작업 기관과 사업비 230억 원이 투입돼 마무리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복원 사업이 일반 공개 선언 하루 만에 부실복원을 지적받은 것은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일이다.

감사원이 미륵사지 석탑 복원을 지적하는 주된 요지는 현 복원이 ‘원형’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문화재보호법 제3조 ‘문화재 보존·관리·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원형’의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학계에서도 문화재 원형 개념에 대한 논의는 현재 진행형인 상황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이 발간하는 문화재 보존 학술지인 〈문화재〉는 지난 2016년 문화재 원형 개념에 대한 기획특집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특집에서 이수정 문화재청 고도보존육성과 학예연구사는 한국 문화재 보존·관리에 있어서 원형 유지 원칙이 어떻게 유입·안착됐는지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원형’이라는 용어가 문헌에 최초로 등장하는 시기는 1921년으로 권덕규가 석굴암 보수방식을 개탄하면서 사용한다. 이후 원형 개념의 역사성은 ‘오래된 것’을 의미하는 쪽으로 안착됐다. 

이수정 학예연구사는 “국제적 보존원칙서 역사성은 모든 시대적 층위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국내에서는 1990년대까지 다양한 시대적 층위에 대해서는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그 결과 원형은 문화재가 탄생한 특정 시기의 모습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고착됐다”고 분석했다.

건축문화재의 원형 개념과 보존 관계에 대해서 살핀 강현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건축문화재에서 ‘원형’의 논의를 정리하는 것은 보존의 출발점”이라면서 “건축문화재 원형 논쟁은 예술적 측면과 역사적 측면의 원형 가치 경중에 따른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185t의 시멘트를 걷어내고 해체된 미륵사지 석탑 복원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논의됐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해체 전 형태 유지부터 부분·완전·라임스톤 활용·두랄미늄 활용 등 다양한 복원 방안이 제기됐다. 결국 전문가들과의 논의 끝에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기존 부재를 최대한 활용해 6층까지 되살리는 ‘부분 복원’을 선택했다.

마지막 기록 사진도 6층까지 확인되고 현재 남아 있는 부재도 7층 이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수정비 주된 방향 중 하나가 ‘추정 복원 지양’이었다. “남아있는 상태로 수리함으로써 역사성을 그대로 보존하려 했다”는 게 지난해 석탑 언론 공개 당시 실무진의 설명이기도 하다.

일선 문화재 전문가들도 복원 과정에 대해서는 이견을 밝히기 않았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미륵사지 석탑은 현재 할 수 있는 석탑 복원 중 최선의 복원”이라며 “20년 간 석탑을 복원하며 한국 문화재 보존기술도 함께 발전했다”고 밝혔다.

학계 원로학자는 “감사원의 지적은 쉽게 납득이 되진 않는다. 추정 복원 지양이라는 기관의 기본자세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복원된 석탑의 서측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조금은 더 원형적인에 접근했으면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학문적으로 논의할 부분이다. 행정적 영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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