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수행처 이야기] 6. 四物의 기원과 선원 환경
[미얀마 수행처 이야기] 6. 四物의 기원과 선원 환경
  • 조준호 동국대 미래융합교육원 외래교수
  • 승인 2019.03.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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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선원서 ‘목어’를 만나다
마하시 선원에서 만난 북이 빠진 세 가지 법구. 큰 야자수 나무의 몸통을 일자로 파서 만든 목어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아침 기상과 공양시간 등을 알린다.
마하시 선원에서 만난 북이 빠진 세 가지 법구. 큰 야자수 나무의 몸통을 일자로 파서 만든 목어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아침 기상과 공양시간 등을 알린다.

오후불식 수행환경과 선풍
다음은 마하시 입방 15번째 날(2011년 12월 28일)의 기록이다. 오후불식 때문인지 기진맥진하다. 오후불식하는 스님들이 더 존경스러워진다. 갑자기 초기경전인 <소나경>이 생각난다. 이곳 스님들 가운데 뚱뚱하고 기름기가 흐르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모두 깡마른 느낌이다. 스리랑카 등지에서 가끔 비대한 몸을 가진 스님들을 보는데 오후불식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마하시 도량에는 현재 약 500여 명의 대중이 상주한다. 상수 스님은 자띨라(Jalita) 스님이며 외국인 감독 스님(Warden)과 관리 스님(in charge)인데 공양청 안쪽에 멀리 앉아 계시는 모습이 보인다. 공양청에서 자세히 주의하여 멀리 바라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스님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러한 스님들은 따로 공양을 드시는 줄 알았는데 항상 우리와 함께 공양을 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목어 등 ‘사물’ 미얀마서도 존재
가죽 이용한 북만은 찾기 어려워
각국 비교 사물 기원 연구 필요해

그러고 보니 상수 스님은 대단히 소박하신 것 같다. 법랍이나 세수로 쳐도 법랍 60세이상, 세수는 75세 이상이실 텐데도 선원 도량에 시자를 앞세워 시봉을 받으며 다니시지 않는다. 이를 한국 젊은 스님은 유심히 보았던지 가끔 혼자 말처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법랍의 스님이라면 시자의 부축 받으며 다니실텐데” 다시 스님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듯 “발심 출가자를 처음부터 공부보다는 어른 수발과 허드렛일에 묶어 놓는 것이 좋은가? 공부의 방편이겠지만”하며 혼잣말을 한다.

미얀마는 수행처마다 각기 특성이 있는 선풍(禪風)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외국인 특히 한국인들은 미얀마 선원의 각기 다른 선풍의 수행처를 두루 다니며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비교하며 자기에게 부합되는지 그렇지 않는지를 이야기한다.

한 한국 비구니 스님은 미얀마 다른 수행처의 정기적인 인터뷰에서 현재의 수행처와 다른 수행처를 비교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다른 수행처와 비교하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하더란다. 서로 존중에서인지 행법과 이론에 대해서는 시시비비하지는 않는 것 같다. 각기 선원의 입장에 따라 충실한 것 같다. 각 미얀마 수행처마다의 특성을 찾아 한국인들 또는 외국인들은 거리를 멀다하지 않고 멀리까지 찾아다닌다. 버스와 다른 교통편을 번갈아 이용하여 몇 시간(8시간 이상) 걸려 찾아다니는 것을 멀다고 힘들어 하지 않는다.

마치 중국 당나라 때 제방(諸方)의 개성 있는 선사들을 찾아다니며 구도행이 이루어졌다는 시대가 이와 비슷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불교도 좀 더 개성있는 선사들이 많이 나와 구도자들을 찾게 하는 활발한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인다.

사찰 불구 유래
우리나라 사찰에서 본 사물(四物) 등의 불구가 비슷하나마 여기에도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사찰의 범종각처럼 사물을 한 장소에 모아둔 것도 같았다. 물론 북을 제외한 세 가지이다. 이제까지 범종과 법고, 목어 그리고 운판 등의 기원은 순전히 중국과 관련하여 유래를 들었기 때문이다. 사물의 기원을 인도불교로 추적하여 그 연원을 설명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종을 제외한 사물은 인도불교나 동남아 상좌불교권에는 없는 것으로 짐작해 왔다.

그런데도 초기불교 경전이나 후대 인도불교 기록들을 보면 때를 알리는 기구가 언급되는 경구나 맥락이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이름이 언급되는 경우도 보았다. 하지만 더 이상 알아보려는 생각은 접는다. 제대로 규명하려면 많은 시간과 정력이 필요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하시 선원에서도 사물 가운데 먼저 목어는 큰 야자수 나무 몸통을 일자로 파서 둔탁한 소리를 내어 아침 기상과 공양시간 등의 때를 알린다. 이를 보면 목어의 기원은 중국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인도불교에서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목어는 차츰 줄어들어 현재 한국불교에서 사용하는 목탁이 됐다.

외국인 관리 스님에게 공양 후 때를 알리는 야자수로 만든 기구의 이름을 물어보니 미얀마 이름을 알려준다. 하지만 종이와 필기구가 없어 적어 놓을 수 없다. 스리랑카나 태국 등지에도 찾아 볼 수 있느냐 물었더니 잘 모른다고 한다. 만일 스리랑카, 태국 등 불교국가에도 이러한 법구가 있다면 목탁과 목어와 운판, 종 등의 기원을 분명 인도불교로부터 유래한다는 주장이 가능할 것이다.

사찰에서 사용되는 기구들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는 많이 되어있는 것 같지 않다. 특히 각각의 불교권마다 비교적 관점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관해서는 불교 예술이나 의식 전공자가 연구해야 할 대목이다. 그런데 한국의 사물 가운데 북은 미얀마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짐작하건데 북은 동물의 가죽이 이용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계율 상 출가자가 동물의 가죽은 이용할 수 없어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통적인 상좌부 나라의 사찰에서 북이 이용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북 사용은 좀 더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북은 세속에서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확인했다. 미얀마 지방 사찰 경내에 북이 따로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보았다. 이후 인도 대승불교에서 북 사용이 중심 법구로 사용되어졌음은 인도네시아를 답사하면서 알게 되었다. 과거에 인도네시아는 상좌부불교보다는 대승불교의 영향이 컸다. 지역과 시기를 넘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인도기원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사찰의 사물이 순전히 동아시아서 유래하는 것으로 짐작하였던 것이 사실은 멀리 인도불교로부터 유래함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퍽이나 흥미로운 연구주제처럼 생각되어 처음에는 이를 밝혀본다는 것에 흥분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해야 할 더 시급한 일을 생각해 본다. 다만 이 같은 기록을 남겨 놓으면 후일 누군가 비교적으로 연구하여 밝혀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격렬한 소리와 고요한 소리
간밤 불을 켜놓고 잠들었다. 조금 쉬었다 다시 선방으로 올라간다는 것이 그만 잠들어 버린 것이다. 한밤 중, 사방이 조용한데 방안에서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한참을 무슨 소리인가 생각해 본다. 엊그제 갖다놓은 자명종의 태엽이 다 되었다는 소리인가 싶기도 하고, 쥐가 들어왔나 싶기도 하여 모기장을 조용히 걷어 젖히고 나와 살펴본다. 자명종 시계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다. 다시 집중해 보니 나무 책상의 오른쪽에서 난다.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앉아 들으며 한참을 유심히 관찰해본다. 계속 소리가 난다. 아마 도마뱀 암수가 장난치고 있지 않나 짐작하고서 피곤함에 다시 불을 끄고 눕는다. 시간이 새벽 1시인 줄 알았더니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랜 인도 생활 가운데 혼자 자고 있을 때라면 어둠 속에서 도마뱀이 벽과 천장을 타고 놀았다. 가끔 소리도 낸다. 어떤 경우에는 천정에서 놀다가 침대나 바닥에 딱 소리 내며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도마뱀은 나를 천장이나 벽 사이에 숨어 항상 지켜보는 유일한 동반자이자 감시자이기도 하다. 한국 큰 절의 전각에서 홀로 잘 때가 생각난다. 그럴 때면 한밤 중 계속하여 이어지는 소리에 깨는 경우가 있다. 천장 구조가 쥐가 있을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런데도 도대체 무슨 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것일까? 큰 절의 외딴 전각에 홀로라는 생각에 순간 공포심도 일지만 부처님이 임해 계시는 도량이라 생각하면 상관하지 않고 잠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 자세히 살펴보며 내린 결론은 목조건물의 지붕을 떠받치는 서까래들의 소리일 것으로 짐작한다. 낮에도 소리를 낼 터인데 다만 고요한 한 밤중에만 들릴 것이다. 이처럼 우리 내면의 소리도 지극히 고요해 졌을 때 온전히 들릴 것이다. 

언제나 선원 주변의 이름 모를 온갖 새소리는 완전한 전원 협주곡이다. 여기저기에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어우러지고 끊어지고 이어지는, 다양한 음색잔치를 끊임없이 펼쳐낸다. 그 가운데 뻐꾸기 울음소리는 단연 으뜸이다. 선방에 앉아 있으면 뻐꾸기 울음소리를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듣는다.

천천히 시작하다가 그 속도와 횟수가 반복적으로 빨라진다. 느리게 시작해서 점점 빨라져 숨 가쁘게 울어댄다. 마치 세상이 끝나기라도 한 듯 절규하며 울어댄다. 거의 절규에 가깝다. 격렬하다 못해 처절하다. 어느 경우에는 모든 감각의 문이 활짝 열려 있어, 어느 경우에는 모든 감각의 문이 닫혀 있어, 새소리는 더더욱 생생하고 역력하다. 어우러진 소리들을 놓치지 않고 가감 없이 그대로 듣는다.
일어서 경행할 때에는 이마를 스치는 산들바람과 함께 보리수 잎들이 팔랑거린다. 가끔 세찬 바람이 나무 잎을 휘감고 돌아갈 때 수많은 잎사귀들이 동시에 소스라치게 소리를 낸다. 순간 보리수 잎이 앞뒤로 뒤집혀지며 햇빛과 어우러진다.

순간 온 세상이 반짝거린다. 온갖 감각의 문이 열려져 있어 소리는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 분절적으로 다가오며, 빛은 층으로 또는 알갱이로 드러난다. 이에 여기저기서 비둘기 등의 수없는 이름 모를 새들이 저마다 쉬지 않고 화답하며 화음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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