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제, 역대 총무원장 핵심 공약
원행 스님도 ‘교구중심제’ 제시해
분권화보다 중심제가 진일보 종책

교구 간 불균형 해소가 우선 과제
직할교구에만 620여 사찰 소속돼
최하위 교구 비교하면 13배 차이
직할 비대는 종단 운영 장애요인

강북-조계·강남-봉은 본사로 두고
필요하면 인천·강화도 분리시켜야

교구제는 역대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들의 핵심 공약이었다. ‘교구중심제는 현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주요 종책이다. 중앙이 아닌 교구가 종무행정의 중심이 되어 종단발전을 이끌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겠다.

1994년 개혁불사 이후 중앙의 권한이 상당 부분 교구로 이양되어 교구분권화가 이루어진 조계종이 이제는 그 분권화된 힘을 바탕으로 지역의 교구들이 종단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다시금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구중심제는 교구분권화에서 진일보한 종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교구중심제를 실행하기 위해선 교구 간 불균형에 대한 문제를 우선 고민하여야 한다. 교구 간 균형 성장이 이루어져야 교구를 중심으로 종단 전체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은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직할교구와 각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23개의 지역교구들로 조직되어있다. 조계종의 전체 사찰 수는 3100여 개이고, 전체 스님 수는 12천여 명이다. 그 중 직할교구에 620여 개의 사찰과 3100여 명의 스님이 있다. 전체의 사찰 수와 승려 수 대비 직할교구가 공히 24%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직할교구의 사찰 수와 승려 수를 2순위인 교구 그리고 최하위 순위인 교구와 비교해보면 직할교구의 비대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직할교구 다음으로 사찰 수가 많은 교구는 14교구(범어사)230여 개의 사찰이 있으며, 승려 수가 많은 교구는 12교구(해인사)1500여 명이 있다. 직할교구가 사찰 수와 승려 수에 있어서 2순위인 교구들과 비교해볼 때, 각각 약 2.7배와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사찰 수와 승려 수에 있어서 직할교구와 제일 규모가 작은 교구를 비교해보면, 보다 더 극명하게 교구 간 불균형을 파악할 수 있다. 사찰 수와 승려 수가 제일 적은 교구는 23교구(관음사). 23교구에는 48개의 사찰과 85명의 승려가 소속되어 있다. 직할교구가 사찰 수와 승려 수에 있어서 사세(寺勢)가 제일 작은 23교구에 비하여 각각 약 13배와 36배 정도 많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직할교구가 여타의 교구에 비하여 비대한 이유는 수도인 서울에 많은 수의 스님과 사찰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도로의 쏠림 현상은 종단이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힘든 문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직할교구의 비대는 원활하고 체계적인 종단 운영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구와 인력의 과밀은 불가피하게 행정의 효율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에서 국가 균형 발전을 고민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문제이다.

이와 같은 교구 간 불균형 문제의 공감을 전제로 하고 직할교구의 분구를 고민한다면, 서울의 지리적 여건상 분리가 편리한 강남과 강북으로 획정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서울은 한강을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분리되어 있고, 사람들의 인식에도 서울을 강남과 강북으로 구분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을 따른다면, 강남은 봉은사를, 강북은 조계사를 교구본사로 지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강북의 조계사는 현재와 같이 교구본사로 두고, 강남에는 봉은사를 교구본사로 새로이 지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강남과 강북으로 직할교구를 분구하여도 그 비대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다소 구역의 획정이 복잡하더라도 인천·강화지역을 별도로 수도권을 3개의 교구로 분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