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 50여 건 다루며 장시간 논의

조계종 제214회 중앙종회 임시회서는 노동조합과 군승혼인 대책, 전국비구니회 종법기구화 등 종단 현안에 대한 종책질의가 쏟아졌다. 공식 문건 종책질의만 44건에, 현장 추가 질의까지 합치면 50건이 넘는 질의가 잇달았다. 주요 현안으로 대두된 내용을 정리했다.

조계종 노조 온도차 극명
이번 임시회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바로 지난해 920일 출범한 전국민주연합노조 대한불교조계종지부(이하 조계종노조)의 행보다. 조계종노조는 31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3차례에 걸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신청인은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김성환 위원장으로, 사용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으로 명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본회의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조계종노조를 바라보는 의원 간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일부의원들은 조계종의 행정수반인 총무원장을 상대로 사실상 제소했다는 점에서 강경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다른 일부의원들은 이미 문제가 벌어진 상황에서 갈등 양상이 아닌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심우 스님은 조계종노조가 산별노조라는 점에 우려를 제기했다. 심우 스님은 산별노조는 중앙종무기관뿐만 아니라 본말사 종무원들까지 가입 가능하다. 총무원장스님이 교섭에 나서면 결국 일반 사찰에서는 주지들이 종무원들과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태원 스님은 현재 중앙종무기관 종무원들의 급여와 처우가 타종단, 타종교계에 비해 열악한 상황인지를 물었다. 이에 기획실 측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하면서 조계종노조에 대한 의원들의 반감이 거세졌다.

법원 스님(직할교구)노조 출범소식을 듣고 피를 토하며 말하는 도반들이 있다. 말사에서는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며 분담금을 납부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느냐고 얘기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반면 일감 스님은 조계종노조 가입자도 종무원 일원이라는 점에서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감 스님은 “(노조를)우리 식구라는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번 문제는 교섭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벌어지지 않은 일이면 예방해야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제대로 협의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혜일 스님은 조계종노조보다 오래 전 창립된 종무원조합 인원이 10배쯤 많다. 하지만 노조에 가입한 분들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해결해달라고 당부했다.

군승혼인 대응 미흡지적
종책질의서는 군승의 혼인으로 인한 전역처분 관련 소송에 집행부와 군종교구 측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이를 관장하는 군종교구가 연수로 인해 회의에 불참하면서 구체적인 대응책이 제시되지는 못했다.

등안 스님은 해군군승 1명은 국방부를 상대로 승소해 다시 복귀하고, 승적을 태고종으로 변경했다. 또 공군군승 1명은 조계종을 상대로 패소하자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며 집행부는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갖고 있는지 알려 달라고 말했다.

이에 총무부장 금곡 스님은 중앙종회 포교분과위원회에서 집행부에 TFT 구성을 요청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문제들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군승혼인 문제와 관련해 총무원 공식입장은 종헌종법대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자 군승출신 종회의원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법원 스님(직할교구)“2명의 법사가 군승의 결혼금지 이후 혼인했다. 문제는 이후 군승들도 사실혼 관계를 입증했을 때 종헌을 개정한 취지가 무너진다는 점이라며 이로 인한 파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응이 미흡해 우려스럽다고 견해를 밝혔다.

비구니회 종법기구화 방향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선거공약과 신년기자회견서 밝힌 전국비구니회 종법기구화의 방향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당초 종법기구화는 비구니계의 중지를 모은 사안이 아닌 것으로, 총무원이 이를 먼저 제안한 배경을 묻는 것이었다.

정운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특별교구, 종법기구화 등 공약이 나오지만 전국비구니회는 이 부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하거나 요청한 적이 없다어떤 내용으로 전국비구니회를 종법기구화 한다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질의했다.

총무부장 금곡 스님은 종법기구화는 비구니스님들이 수행하는 데 부족한 점은 없는지, 법적으로 미비한 점은 없는지 고민하며 나온 하나의 공약이라며 비구니회 집행부와 비구니 종회의원스님들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의견이 정리 되는대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종책질의서는 이외에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연기 배경, 교역직 종무원의 복지혜택 상향, 대정부 정책, 종교편향 문제 등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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