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조계종 제214회 중앙종회 임시회 입법활동

방대한 내용의 선거법 개정
해석 놓고 20년 넘게 논란된
직능대표 ‘전문성’ 조문 삭제

행정 편의성 담보 예상되지만
계파 간 나눠먹기 우려도 나와
총무원장 단독후보 땐 ‘무투표’

조계종 제214회 중앙종회 임시회가 3월 26일 개원한 가운데, 종회의원 스님들이 상정된 법안 처리를 위한 가부를 결정하는 모습.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직능대표 선출과정에서 꾸준히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문성 조문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이른바 직능대표의 계파 간 나눠먹기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326일 제214회 임시회를 개원, 27일 오늘까지 2건의 종헌개정안과 18건의 종법개정안을 처리했다. 종회 개원 전에는 종회의원의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겸직을 허용하는 종헌개정안이 주목받았으나 끝내 철회되면서 방대한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선거법 개정안은 긴 토론 끝에 가결됐다. 표면적인 개정취지는 사찰분담금 체납에 따른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어 개정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을 살펴보면 이보다는 중앙종회의원과 총무원장 선거의 변화가 눈에 띈다.

개정안은 중앙종회의원 직능대표 선출과정에서 요구된 전문성을 갖춘 종사자라는 조문이 삭제됐다. 이로써 1994년 개혁회의가 제정한 직능 분야별 전문성은 더 이상 법적 테두리에서 강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그간 전문성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고, 선출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직능대표 선출의 행정 편의성이 담보된다. 반면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자의적인 해석을 거쳐 직능대표들을 선출해온 계파 간 나눠먹기가 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축조심의가 끝난 상황에서 정범 스님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3독회 개정안 가부 의결단계로 넘어가 별도의 토론은 진행되지 못했다. 20년 넘도록 문제로 거론된 내용이 단 한마디 논의 없이 삭제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종회의원 A스님은 오랫동안 문제제기가 이뤄졌지만 사실상 대안을 마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문 삭제에 종회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종회의원 B스님도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는 직능대표선출위원회의 공정한 선출을 기대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이뿐만 아니라 겸직 금지에 해당하는 종무직을 가진 종무원이 후보자로 등록할 시 그 직을 사직하도록 한 현행 규정에서 말사 주지는 제외키로 했다. 아울러 총무원장 선거에 대한 내용도 변경됐다. 기존에는 입후보자 인원과 별개로 투표를 실시했지만 앞으로는 후보자가 1인일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당선인으로 확정한다. 개정안은 공포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의원 권한 확대 법안 전부 무산
이번 임시회서는 종회의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다수 제출돼 눈길을 끌었지만 전부 무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종회의원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거나 3권 분립을 침해하는 요소가 담겼다는 지적에 따라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관련 법안으로 종헌개정안(교역직 종무원 겸직 허용) 호계원법 개정안(종회의원 변호인 참가 허용) 직영사찰법 개정안(직영사찰 관리인 겸직 허용) 중앙종회법 개정안(매월 의정활동비 지급) 등이 발의됐다. 호계원법 개정안은 입법부가 사법부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영사찰법 개정안은 종회의원의 과도한 권한 집중이라는 점에서 부결됐다. 나머지 법안은 토론과정서 여론이 형성되지 않자 발의자들이 철회했다.

이처럼 종회의원 권한 확대와 관련된 법안들이 줄줄이 무산되자 법안 발의 시 신중을 기하자는 성찰의 목소리도 나왔다. 심우 스님은 많은 의원스님들이 발의에 동참하셨는데 빠른 철회 입장에 웃을 일이 아니다. 앞으로 서명할 때 심도 있게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본회의서 대종사 자격에 연령 70세 이상을 추가하는 법계법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나 이로 인한 피해자 발생이 예상돼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계법 개정에 따라 대종사 자격요건은 승랍 40년 이상, 연령 70세 이상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단편적인 예로 20세에 출가한 스님이 60세가 됐을 때 연령제한에 걸리는 반면, 30세에 출가한 후배 스님은 승랍 40년에 곧바로 대종사 자격요건이 충족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본회의서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지만 개정안 범위를 넘어서는 수정이 불가능하고, 법계위원회가 빠른 법안 처리를 요청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이외에도 교구중심제 일환으로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제안한 교구특별분담사찰 지정 관련 종헌개정안과 유관 종법개정안들은 이월됐다. 교구특별분담사찰의 주 취지인 승려복지 재정과 신도시 포교 거점 마련 등이 본사별로 차이가 있고, 특별분담사찰의 교구 목적분담금 납부와 본사주지의 당연직 교구종회 의장 등에 지적이 잇따랐다. 중앙종회는 종법개정의 건을 마치고 휴회했으며, 28일에는 종무보고와 종책질의를 비롯해 각종 인사안, 중앙종무기관 세입세출 결산 승인의 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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