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불교를 고찰하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영원하지 못하다는 붓다의 말대로 그의 근본 가르침은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붓다의 사후에 불교의 각 학파들은 자신들이 붓다의 진정한 대변자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교의에 따라 붓다의 근본 가르침을 해석해왔다. 인도에서 동아시아까지 전파된 불교는 그 과정에서 종교적 가르침이 강조되며 내재된 철학적 가치가 등한시 돼왔다.

초기불교 철학적 측면 조명
다변화된 사상 큰 줄기 확인

최근 발간된 초기불교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D.J.칼루파하나(1936~2014)불교 철학- 역사 분석은 대승과 소승으로 나눠지기 이전의 초기불교를 주목한다. 정확하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초기불교의철학적측면이다. 저자는 초기불교가 가진 철학적 풍부함에 상기시키고 이를 통해 불교의 세계 종교적 측면을 재정립하려 한다.

저자는 그간 대승과 소승의 구도 속에서 각각 다르게 이해된 불교 사상에 새로운 흐름을 부여한다. 이 책의 제1부에서는 인도의 사상적 배경 속에서 불교가 발생하게 된 철학·종교적 맥락을 개괄하고, 붓다의 인식론·존재론·윤리학·연기··윤회·열반과 같은 교의를 통해 초기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경험주의적 입장에서 강조한다. 이러한 작업은 붓다가 감각 및 초감각적 지각을 통해 경험되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것을 모두 거부했음을 입증하려 한 것이었다.

2부에서는 붓다의 사후에 변화하기 시작한 불교 사상을 추적한다. 먼저 저자는 학문주의 성향을 갖는 부파불교의 상좌부, 설일체유부, 경량부가 아비달마 문헌에서 보여주는 각기 다른 철학적 해석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부파불교와 초기불교의 관계, 대승불교 발전의 기여

점을 고찰하고 있다. 이 같은 불교 사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학파의 해석이 덧대어지며 다변화된 불교 사상의 큰 줄기를 일정부분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 맥락에 따라 불교 철학을 살펴보는 이 책은 대승과 소승 사이에 놓인 커다란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며, 그간 수용된 불교 관념들에 독창적이고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실제 저자는많은 서구 학자들이열반을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인도의 수행주의 전통과 붓다의 요가 수련 경력을 설명하며 열반은 정의나 서술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의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역시 대승불교를 중심으로 불교를 수용한 입장에서 저자의 견해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복잡한 역사, 다변화된 사상 등을 넘어있는 그대로불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견해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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