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봄이 온 걸 가장 가까이 느끼는 곳은 우리 집 베란다이다. 곳곳에 벚꽃, 개나리, 동백 등이 피어나는 바깥 풍경보다 더 빠르게 우리 집 베란다엔 봄이 온다. 봄꽃을 보기엔 이르다 싶을 때, 어느새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화분의 흙을 쏟아 붓고 분갈이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번 봄도 어김없이 집에서 가까운 꽃시장에서 꽃모종을 사서 심었다. 조만간 방울토마토, 상추 등도 심고 키우게 될 것이다. 유치원 다닐 때 작은 농부상을 받았던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식물을 가꾸는데 열심이다. 다육이, 선인장, 벤자민, 산세베리아, 파키라, 베고니아 등 수많은 화초와 나무에다 올 봄에는 소철까지 목록에 더해져 베란다 한 곳에 자리 잡았다.

비록 베란다의 작은 화분에서 이루어지는 농사지만 나와 아들이 농사를 멈추지 않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상추 몇 포기만 심어 가꾸더라도 흙에 기대어 무언가를 가꾸어 본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과 혜택이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날로 푸르러지는 식물들을 보면 햇살, 바람, , 흙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알게 되어 자연 앞에 겸손해지고 공생의 도리를 체감하게 된다.

그런데 위대한 자연의 힘을 먹고 자라서인지 베란다에서 자라는 식물의 힘도 무시 못 한다. 푸른 잎들은 이산화탄소를 먹고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내뿜는다. 베란다 채소밭이나 미니 정원을 가꾸기만 해도 이산화탄소량을 줄일 수 있다. 작은 텃밭 하나가 오염된 지구를 정화시키는 산소 알약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처럼 텃밭이 이상 기온,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고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므로, 여러 지자체나 환경단체, 학교 등

에서 베란다 텃밭, 도시 농업, 학교 텃밭 등 다양한 방법으로 텃밭을 권장하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화분 하나로 주머니 텃밭, 상자 하나로 상자 텃밭 등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텃밭으로 이산화탄소량 줄이기에 동참할 것을 권하고 있다. 유치원, 학교 등에서도 생태 텃밭 가꾸기 활동을 하며 꼬마 농부와 어린이 농부를 길러내고 있다. 특히 유치원과 학교에서 이뤄지는 텃밭 가꾸기는 흙, 생명과 교감하는 정서를 길러내는 것은 물론, 자연의 원리를 이해

하고 먹을거리에 대한 소중함까지 알게 해 주어 교육 효과가 크다.

그렇다면 베란다 텃밭으로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은 얼마나 될까? 베란다 텃밭에서 1년간 수확하는 양을 평균 100g이라고 생각해서 이산화탄소량을 삭감하는 수식에 대입시켜 보면 1년에 1660kg을 줄일 수 있다. 이 수치는 도로변에 위치한 아파트인 우리 집을 어느 새 산소 가득한 숲 속처럼 느끼게 한다. 또한 곳곳에서 키우는 작은 나무 한 그루들이 모인다면 그 작은 나무들이 급격히 사라져 가는 숲을 조금이라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상상도 해보게 된다.

천미희 한마음선원 부산지원 기획실장

이 봄이 가기 전, 아픈 지구를 위해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를 집이나 사무실에 들여 보길 권한다. 봄이 가고 초여름이 오는 계절을 따라 꽃과 나무를 가꾸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찾아 올 것이다. 그건 우리 마음을 맑게 하는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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