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불논단]'모름'은 죄업의 변명이 아니다
[현불논단]'모름'은 죄업의 변명이 아니다
  • 이미령/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22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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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에 관한 강의를 마칠 때면 어김없이 이런 질문이 나온다.

알고 짓는 죄와 모르고 짓는 죄 중에, 모르고 짓는 죄가 더 무겁다는데 왜 그렇습니까?”

누군가 피해입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나와

'몰랐다'는 비겁한 변명

변명 뒤에 감춰진 '악의'
피치 못해 짓는 죄보다
죄업의 두께 두꺼워

악업과보는 반드시 돌아와
어리석음 버리고 참회하길


이 질문의 출처는
<밀린다왕문경>이다. 그리스인 메난드로스왕이 인도 현자 나가세나 스님에게 물었던 한 대목에서 나온 것이다.

존자여, 당신들은 모르고 살생을 하는 자는 알고 살생하는 자보다 한층 중대한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의 이 질문을 받으면 나는 이렇게 비유를 든다.

그런데 여기 가난한 어머니가 있다. 남편 없이 홀로 아이 여럿을 키우고 있는데, 집에 돈이 한 푼도 없다. 신용카드는 당연히 정지됐고, 이웃이나 일가친척에게는 더 이상 돈을 빌릴 수가 없다. 일하러 나가고 싶지만 어린 아이를 맡길 곳도, 맡길 돈도 없어 속수무책 도리 없이 굶고 있는 중이다.

며칠 째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다 못해 어머니는 집밖으로 나갔다가 빵집 앞을 지나게 됐다. 활짝 열린 빵집 안에는 오븐에서 막 꺼낸 빵이 푸짐하게 놓여있었다.

저 빵 한 덩어리만 우리 아이들 먹였으면마음은 간절하지만 돈이 없으니 살 수는 없고, 훔치려니 그건 차마 해서는 안 될 짓이란 걸 어머니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침 빵집 주인이 자리를 비우는 사이 어머니는 빵 몇 개를 움켜쥐고 달아났다.

이런 경우가 알고 짓는 죄다. 물론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이건 절도죄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행동이 악업이요 범죄라는 걸 알고 있는 어머니에게 그 부끄러움과 뉘우침이 얼마나 처절하겠는가. 어쩌면 어떻게든 빵값을 갚으려고 하지 않을까? 그것이 잘못인 줄 아는 사람은 같은 잘못을 함부로 저지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열린 점포를 기웃거리며 주인이 보이지 않으면 무엇이든 가지고 나오고, 배고픈 어머니의 경우와 달리 시도 때도 없이 그런 짓을 저지를 뿐만 아니라 친구에게도 함께 하자고 권하는 경우다. 이런 자의 행위는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지금 행위가 잘못인 줄 생각하지 않고,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도 권하며 점점 더 대담하게 저지를 것이다. 모르고 짓는 죄의 경우다.

모르고 짓는 죄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그게 잘못이며 죄요, 악업인 줄모르는가?

둘째,‘ 정말몰랐는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가 커다란 피해를 입고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죗값이, 악업에 따른 과보가 자신을 피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정말 큰 어리석음이다.

이미령 칼럼니스트
이미령 칼럼니스트

요즘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일들이 심상치 않다. 하나의 사건 뒤에 너무나도 엄청난 부정과 부조리와 비위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권력자의 비호, 마약 상습복용, 무단으로 찍고 돌려보는 동영상들, 한번 적발됐을 때 사죄하느라 힘들었다며 웃어대는 무개념, 우리는 이런 짓들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무단으로 찍은 동영상을 구하려고 눈이 벌

게진 사람들 이야기까지도 들려온다.

어리석기가 이보다 더 할 수 있을까. 그게 얼마나 큰 범죄인 줄 안다면 그리할까. 바로 그 모름이 죄라는 걸 일러줘야 할 차례다. 어리석음의 죗값이 얼마나 큰지 똑바로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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