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발생 8년, 종교시설 복구 난항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지 8년, 수많은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피해가 나왔다. 그러나 종교계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폐허에서 다시금 도시들이 부흥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찰들은 재건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3월 13일 일본의 인터넷 매체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사찰들이 재건되지 못하는 이유에 관해 특별 보도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유실·전체붕괴·일부붕괴·일반손해 등 피해를 입은 사원의 수는 3,199개소. 이중 전체붕괴로 폐사된 사찰만 45개소에 달한다. 그러나 이 숫자는 상주인원이 거주하거나 정기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대형종단의 사찰들만 보고된 것이다. 무인사찰이나 인법당 등의 손해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동일본지역(아오모리·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현)에 소재한 공식 등록사찰의 수가 3,587개소인 것을 감안할 때 피해사찰 수는 89%에 달한다.
지진에 폐사된 사찰만 45곳
피해 입은 사찰까지 3200곳
사회자본 인정받지 못하면서
국가지원금 사찰에 안 전해져
종교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우카이 슈토쿠 스님은 “전통사찰은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하다. 건축물의 규모가 큰 만큼 대진공사나 정기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사찰이 개별적으로 손을 대기 어렵다”고 밝히며 사찰의 피해가 막대한 이유를 분석했다. 슈토쿠 스님은 “단지 기와 한 장이라도, 목조건축인 사찰에 있어서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기와지붕이 지상에서 높이 10m가 넘는 것은 기본이며, 목탑의 경우엔 단지 점검
비용만 해도 최소 수십만 엔에서 수백만 엔이 든다”고 현장의 고충을 토로했다.
재난보험에 사찰이 가입하지 않은 것도 재건이 늦어지는 이유로 꼽혔다. 화재에 취약한 목조법당이나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일수록 보험금이 고액으로 산정되기에 많은 사찰들이 재난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꺼리는 실정이다. 대형종단 중에서 보험에 가입한 사찰도 있지만 단
지 건축물에 대한 보험금만이 산정되었을 뿐 불구와 불상 등에 대해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재건에 난항을 겪고있다.
피해가 심각했던 사찰에 있어서는 종단으로부터 지원금이 일부 나왔으나 사찰을 재건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진으로 사찰이 모두 붕괴한 한 사찰은 “종단으로부터 전체 붕괴된 사찰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300만 엔의 지원금이 나왔다. 그러나 재건에는 최소 억 단위의 금액이 필요해 현재의 지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사찰이 사회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국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점도 재건이 늦어지는 이유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2차 대전 후 새롭게 제정된 헌법상 정교분리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찰에서 관리하는 공동묘지나 납골시설 등 장례시설은 사회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사찰의 소유라는 점에서 개인재산에도 포함된다. 순수하게 장례시설이 사회자본으로 인정되더라도, 시설에 대한 지원만 가능할 뿐 사찰의 재건이나 이전과 같은 종교시설에 있어서는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부흥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진피해지역에서 사찰 등 종교시설들의 재건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불교명절이나 사찰의 전설이 지역 풍습과 전통행사 등 연계가 많은 일본불교 특성상 사찰을 사회자본으로 인정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법회나 종교적인 풍습을 통해 지역공동체가 강화되며, 부지가 넓은 사찰의 경우 자연재해 시에 대피장소로 사용되는 점이 대표적인 이유다. 실제 동일본대지진 당시 무너진 사찰이나 신사부지에 지역주민들이 대피, 무너진 건물 자재를 활용해 임시거주지를 짓거나 땔감으로 사용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한편 원론적인 이유만으로 종교시설의 재건에 국가지원금이 투입되지 않는 것은 역으로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동일본지진으로부터 8년, 아직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