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엄지 척’ 중국대사도 반했다
사찰음식 ‘엄지 척’ 중국대사도 반했다
  • 글=윤호섭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승인 2019.03.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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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한 중국대사관, 진관사서 사찰음식 체험

대사·외교관 등 14명 참가
냉이죽·두부장아찌 체험해
“불교문화 예부터 늘 존경”
韓中 교류에도 적극 기여
냉이죽을 만드는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왼쪽 첫 번째)의 손놀림에 사찰음식 명장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칭찬하고 있다.
냉이죽을 만드는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왼쪽 첫 번째)의 손놀림에 사찰음식 명장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칭찬하고 있다.

“3년간 네팔에서 근무하면서 항상 불교문화를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그동안 업무 때문에 많이 바빴는데 해탈문을 지나면서 그간의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평소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처럼 정성스럽게 해본 적이 없는데, 집에 돌아가서 꼭 다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주한 중국대사로 부임한지 5년째인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의 한국 사찰음식 체험 소감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문화인 사찰음식이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가운데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도 우리나라 사찰음식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추 대사와 중국대사관 외교관 등 14명은 320일 서울 진관사를 방문해 조계종 국제팀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진관사가 함께 마련한 사찰음식 체험을 즐겼다.

한국불교 매력 느끼게 돼
추 대사는 이날 오전 10시경 진관사에 도착해 템플스테이 국장 선우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추 대사는 극락교를 건너 해탈문 앞에 서서 직원들과 함께 합장인사를 하며 내 안의 부처님에게 인사하고, 나를 사랑하고 존경해야 남을 부처님처럼 대할 수 있다는 스님의 얘기에 귀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산을 두 번째 방문한다는 추 대사는 진관사 경내를 둘러보며 “(아직 꽃이 피진 않았지만)·가을에 아주 아름다울 것 같다는 감상평을 전했다. 이어 돌로 만들어진 보시함에 호기심을 보이며 나중에 개인적으로 진관사에 오게 되면 이곳(불전함)에 마음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계호 스님이 두부조림을 만들어 중국대사관 직원들에게 시식을 권유하는 모습.
계호 스님이 두부조림을 만들어 중국대사관 직원들에게 시식을 권유하는 모습.

본격적인 사찰음식 체험에 앞서 문화사업단장 원경 스님과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 추 대사의 차담이 진행됐다. 이 자리서 추 대사는 불교계의 환대에 감사인사를 전하면서 세계평화에 기여해온 불교의 업적을 상찬했다.

추 대사는 불교는 포용 정신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고통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세계종교 중 평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사회 안정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한국불교의 매력과 철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중국대사로서 양국 교류 발전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인사했다.

문화사업단장 원경 스님은 대사님 표정이 올해 초 만났을 때보다 훨씬 편안해 보인다. 한국불교와 사찰음식의 정수를 이곳에서 잘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도 오늘 사찰음식을 체험하시면 세속과 어떻게 다른지 느끼게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의 좋은 경험으로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찰음식 체험은 진관사 함월당에서 진행됐다. 준비된 메뉴는 냉이죽과 두부조림, 두부장아찌였다. 사찰음식 명장인 계호 스님은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가 깃들어 있고, 한 톨의 쌀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다면서 사찰음식은 마음을 담은 자연이자 자비, 지혜다. 마음이 아름다워야 좋은 음식이 될 수 있다고 사찰음식의 가치를 설명했다.

두부장아찌를 완성한 추 대사와 외교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자랑하고 있다.
두부장아찌를 완성한 추 대사와 외교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자랑하고 있다.

정성 가득한 사찰음식 호평
계호 스님이 처음 선보인 사찰음식은 냉이죽이었다. 스님은 물에 불린 쌀을
참기름에 넣고 냉이 삶은 물을 부어 천천히 저었다. 그러자 함월당에는 봄내음을 간직한 냉이향이 금세 가득 퍼졌다. 냉이죽에 넣기 위해 냉이와 버섯을 채썰 때는 현란한 도마질에 참가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곳저곳에서 !”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오자 계호 스님은 “50년씩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냉이죽을 만드는 데는 추 대사도 손을 보탰다. 추 대사는 냉이죽이 완성될 때까지 천천히 한 방향으로 저어달라는 계호 스님의 요청에 숙달된 솜씨로 나무주걱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스님이 부인을 위해 음식을 해보셨느냐고 묻자 추 대사는 시간이 있을 때 종종 요리한다. 집에서 요리할 때는 쉽게 하는데 사찰음식처럼 정성을 들여보진 않았다고 답했다.

냉이죽 조리가 끝난 뒤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시식했다. 냉이죽을 처음 맛본 참가자들은 맛이 정말 깊다고 호평했다. 추 대사도 밝은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냉이죽의 고소함을 즐겼다. 옆에 있던 계호 스님은 대사님이 끓은 냉이죽이 아주 부드럽다고 칭찬했다.

계호 스님의 안내에 따라 추 대사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진관사 도량을 둘러보고 있다.
계호 스님의 안내에 따라 추 대사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진관사 도량을 둘러보고 있다.

참가자들이 이날 직접 만든 사찰음식은 두부장아찌였다. 다른 사찰음식에 비해 손이 많이 가지 않고 가정에서도 유용한 밑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메뉴다. 참가자들은 솥에 간장과 채수를 끓이며 각종 재료를 넣어 미리 부쳐놓은 두부에 부었다. 두부장아찌는 3일간 숙성이 필요해 진관사에서는 개별 반찬통을 제공, 참가자들이 각자 가지고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추 대사는 생전 처음 만들어본 사찰음식이 자랑스러운 듯 함께 음식을 만든 외교관들과 연신 기념촬영을 했다. 조리법을 친절히 가르쳐준 계호 스님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한국에서 근무한지 4년 됐다는 펑민위 3등 서기관은 사찰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방문에 사찰음식이라는 좋은 경험을 하게 돼 좋았다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사찰음식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찰음식 체험을 마친 추 대사와 외교관들은 사찰음식으로 점심공양을 하고, 차담과 포행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번 중국대사관 초청 한국불교문화 체험은 주한 외국대사관 중 5번째다. 앞서 스리랑카·네팔·미국·인도 대사들이 진관사를 다녀갔다. 하반기에는 태국대사관 초청 사찰음식 체험이 예정돼 있다.

사찰음식 체험에 참여한 추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 문화사업단장 원경 스님,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 등이 대웅전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찰음식 체험에 참여한 추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 문화사업단장 원경 스님,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 등이 대웅전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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