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경칩(驚蟄)
머위무침·미나리유부된장찜·쑥버무리뿌리떡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새벽기운을 타고 땅위에 올라온다. 옆 개울가 습기는 밤새 해동피나무에 서식하는 반딧불의 불빛을 키우느라 고단한 밤을 지새웠으리라.

경칩은 겨우내 먹던 음식을 순식간에 잊게 하는 쌉싸래한 나물들이 많은 절기다. 머위는 꽃대부터 올리고 엄지손톱만한 이파리를 만들고 있다. 줄기의 신선한 보라색은 선명하고 기름지다. 고추장과 된장의 쓰임새가 좋은 철이다. 또한 산미나리의 향을 그리워하는 경칩이다.

녹는 땅의 온기만큼 자라는 산미나리는 오롯이 혼자인 계절이 딱 지금이다. 언 땅에 남아있는 풀들의 자취도 찾기 어려울 때 쌓인 낙엽아래에서 분주한 생명다툼이 시작될 무렵부터 미나리는 고개를 조금씩 내밀어 본다.

이미 머위도 나와 있고 입춘에 자란 광대나물은 꽃을 피우고 있다. 산미나리는 주위를 살피며 누구 없소! 나도 이제 막 채비를 하고 있소!”라고 외치듯 길동무들이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면서 쑥쑥 키를 키운다. 바라보기 위한 자람이 아니라 주변의 풀들에게 햇볕을 빼앗기면 자신이 온전해지기 어려우니 키를 키울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개울가의 산미나리를 위해 잡풀을 뽑아준다. 방송 스케줄에 맞추어 잘 자라준 산미나리 덕에 산중의 산미나리 음식은 더욱 돋보일 수밖에. 미나리강회, 미나리전, 미나리감자초회 등 미나리는 약방의 감초만큼 잘 쓰이는 식재료 중 하나다.

미나리는 <동의보감><본초강목>에서 좋은 효능을 말해준다. 근자에 와서는 해독주스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좋은 미나리를 구하기에는 발품이 필요하다. 모든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는 저항물질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연구를 통해 그 효능이 항산화 효과가 있음을 증명한다. 특히 봄에 자라는 녹색식물은 간·담에 좋은 기능을 한다. 염증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고 항암효과도 보인다.

모든 식물은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원물상태에서 법제를 통해 예부터 단방약으로도 사용되었다. 미나리는 특히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데 효과가 있음을 각종 논문사례에서 볼 수 있다. 미나리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이소람네틴 성분은 간 기능 개선과 콜라겐 합성에도 관여한다.

스님들에게는 경칩무렵 국수의 고명으로 자주 밥상에 오르는 산미나리가 좋은 향기만큼 상큼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세속과 다르게 멀건 장국에 국수를 만들어 녹색 빛 밝은 기운의 산미나리와 숙주를 무쳐서 국수에 올려내면, 딱히 더하지 않아도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승소음식이 되기도 한다.

우수 무렵 양지뜰에 간혹 보이던 쑥이 빛의 속도로 자라고 있다. 비운 뜰마다 토끼풀과 자리다툼의 제왕인 쑥은 여전히 잔치음식 중 빠지지 않는 쑥떡으로 자리매김 한지 오랜 세월이다. 절마다 쑥을 가지고 쑥개떡, 쑥버무리, 쑥인절미, 쑥국으로 봄의 향연을 즐기는 시기이다.

머위무침

머위무침

재료: 어린 머위잎 100g, 참기름 1T, 참깨가루 약간, 초고추장(고추장 1T·식초1T·조청1t)

1. 머위는 잎과 뿌리의 불순물을 제거해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뺀다.

2. 초고추장을 만든다.

3. 그릇에 머위를 담고 초고추장을 뿌려 골고루 버무린 뒤 참기름과 참깨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미나리유부된장찜

미나리유부된장찜

재료: 사각유부 8, 미나리 150g, 두부 1, 건표고버섯 3, 다시마 20g, 당근 30g, 집간장, 참기름, 소금 적당량씩, 양념(된장 2T, 조청 1T, 집간장 ½T, 채수 ½)

1 .물 1컵에 다시마, 표고를 넣고 끓여 채수를 준비한다.

2. 채수에서 건진 표고버섯은 물기를 짜고 다져서 집간장과 참기름으로 밑간해 덖는다.

3. 유부는 끓는 물에 두 번 데치고 찬물에 헹궈 기름기를 뺀 뒤 물기를 짠다. 두부는 데친 후 으깨면서 물기를 짜고 참기름과 집간장으로 간한다.

4. 미나리는 끓는 물에 데쳐내어 물기를 짠 뒤 다져서 집간장과 참기름으로 무친다.

5. 당근은 곱게 다져서 참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소금으로 간해 볶는다.

6. 준비한 표고버섯, 당근, 두부, 미나리를 잘 섞어 유부소를 만든다.

7. 유부의 한 면을 자른 뒤 소를 넣고 데친 미나리 줄기로 묶어 유부주머니를 만든다.

8. 냄비에 된장, 조청, 집간장, 맛국물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유부주머니를 넣고 3~4분 정도 조려준다.

쑥버무리뿌리떡

쑥버무리뿌리떡

재료: 멥쌀가루 300g, 150g, 단호박 50g, 비트 40g, 5~6, 소금 ½t, 2T

1. 쑥은 잘 다듬어 손질해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2. 단호박, 비트, 밤은 작게 깍둑썰기를 한다. 이때 비트는 30분정도 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닦아준다.(그래야 비트물이 들지 않는다.)

3. 멥쌀가루는 소금, 물을 잘 섞은 후 체에 한 번 내려준다.

4. 체에 내린 멥쌀가루에 쑥과 단호박, 비트, 밤을 넣고 섞어준다.

5. 찜솥에 김이 오르기 시작하면 베보자기를 깔고 준비한 재료를 넣는다.

6. 센 불에서 20분 정도 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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