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이 나의 집입니다/틱낫한 지음/이현주 옮김/불광 펴냄/1만 5천원

이 책은 종교지도자, 평화 운동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틱낫한 스님의 산문집이다. 베트남에서의 어린 시절, 출가, 전쟁과 망명 생활,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자두마을)’ 공동체 설립, 그리고 전 세계를 다니며 가르침을 펼칠 시절의 따뜻한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그동안 스님이 펴낸 저서와는 달리, 40여 년 간 망명인으로 살던 고단함 속에서 스스로 변화하고 치유한 솔직한 고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틱낫한 스님 특유의 간결한 언어로 그려지는 ‘깨달음의 순간들’은 우리 가슴속으로 스며들어 마치 내가 그 깨달음의 주인공인 듯하게 느껴진다. 우리 스스로 깨어나도록 하는 데 평생을 바친 틱낫한 스님의 삶은 한 인간이 남긴 발자국의 크기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나’는 지금 여기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실한 답, 바로 그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종교를 떠나 오늘날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준 존경 받는 스승 중 하나이다. 70년 동안 전 세계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참여불교와 예술과 마음챙김을 가르친 그는, 100여 권에 이르는 책을 펴내고 여러 언어로 번역, 수백만 권이 팔렸다. 쉽고 친절한 말로 불교를 풀어쓰는 데 노력한 스님은 불교의 중심 가르침인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멈추고 깊이 보라’는 말로 표현하고, ‘마음챙김’을 처음으로 퍼트렸다. 자두마을 등 그가 세운 공동체에서 따르도록 한 가르침 역시 ‘열린 마음, 견해에 집착하지 않기, 자유로운 사고, 고통을 알아차림, 단순하고 건강한 삶, 화 다스리기, 이 순간 행복하기, 공동체와 의사소통, 진실하고 사랑이 가득한 말하기, 승가공동체의 보호, 바른 생계활동, 생명에 대한 경의, 바른 행위’ 등등. 누구나 알아듣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덕목들이다. 

이 책에서는 그 가르침의 기원이 된 스님의 일화들로 가득하다. 네 살 때 어머니가 장에서 사다 준 과자를 30분에 걸쳐서 아껴 먹으며 행복한 순간을 회상하며 스님은 말한다. “어린 시절에 내가 과자를 먹듯이 그렇게 우리는 천천히 즐기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어쩌면 당신이 어린 시절에 먹던 과자를 지금은 잃어버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안다. 그것이 여전히 당신 가슴속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진심으로 원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은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 당신이 주의를 기울이면 그게 보일 것이다.” 또한 화장실이 없어 풀숲에서 바나나 잎으로 휴지를 대신해야 했던 사미승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청소할 변소가 있다는 것 하나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자기에게 행복할 조건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알 때 누구나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18년 고향 베트남으로 영구 귀국한
아흔 넷의 틱낫한 큰 스님이 들려주는 
지금 가장 행복한 존재에 관한 메시지


이야기 하나 더, 베트남 전쟁 당시 폐허가 된 마을 재건에 앞장선 스님은 같은 마을을 세 번이나 복구한 뒤 다시 공격 받자, 다시 복구할가 말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서 이렇게 말한다. “네 번째라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언제고 전쟁은 끝나게 돼 있어요.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행동하는 것 자체가 우리를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고 오직 친절한 마음과 연민하는 마음으로써 스스로 빛난 틱낫한 스님. 그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진리와 깨달음’은 가장 단순한 데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 인생을 조정하며 살아간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 내면의 보이지 않는 어떤 원칙들이 우리의 인생을 조정한다. 조용하게 나를 움직이는 삶의 원칙들은 무엇인가, 스님의 삶이 우리에게 묻는다. 이 책에서 스님은 호흡, 걷기, 앉기, 듣기, 차, 게송, 껴안기 명상 등 다양한 마음챙김 명상을 소개한다. 마음챙김은 현재 순간에 있으면서 모든 것, 우리 안팎에 있는 온갖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알아차리게 한다. 긍정적인 것은 배양하고 부정적인 것을 인식하고 껴안고 바꿔 놓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마음챙김 수련이 무엇을 얻거나 무엇을 이루려는 게 아님을 스님은 강조한다. 수련 자체가 큰 기쁨이고 우리가 찾는 평화인 것이다. 수련은 곧 목적(destination)이며, 이는 우리 모두 현재 순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옛날 베트남에서는 벚나무 축제를 벌였다. 간혹 날씨가 추워서 예측한 날에 벚꽃이 활짝 피지 않으면 사람들이 벚나무 아래에서 북을 두드리며 나무에게 기운차려 꽃을 피우라고 격려해 주었다. 94년간의 발걸음,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은 우리 스스로 가슴속에서 깨어나도록 응원하는 따듯한 북소리이다. 스님의 이 책에서 우리에게 들려주는 북소리를 몇 가지 소개한다.

내 삶의 일분일초가 기적이다
내 삶의 일분일초가 하나의 기적임을 기억하라. 접시들이 거기 있고 내가 그것들을 닦는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기적이다.

시간은 돈이 아니라 평화이다
고요와 정적을 즐기는 동안 이들은 시간은 더 이상 돈이 아니라 시간은 평화임을 알았다. 우리는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인생을 깊이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이다.

정확한 사랑에 대한 이해
당신을 사랑한다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그래서 내가 두리안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것은 이해 없는 사랑이다.  

호흡을 놓치지 마라
호흡에 집중한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다.

몸을 돌보라
우리 마음이 우리 몸과 함께 있을 때에만 우리는 참으로 살아 있는 거다.

불안에게 말 거는 법
몸과 마음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삶에 접속되고 내면의 느낌들을 돌봐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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