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청계천을 따라 거의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다. 햇수로 4년쯤 되었다. 처음엔 자꾸만 나오는 뱃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욕심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독이 되었는지 하루라도 거르면 영 마음이 개운치 않다. 

이 시각 청계천 산책로 언저리에는 산수유와 수양버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중이다. 겨울동안 잠자던 개울물도 제법 큰 소리를 내면서 흐르고 있고. 모든 사물이 다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보는 나도 덩달아 힘이 솟는다. 

청계천 따라 4년째 학교 출퇴근
건강으로 시작… 12~3km 걸어
사계절 변화 느끼는 하루 즐거워

미세먼지 원인 놓고 중국 탓 많아
수도권 미세먼지 22% 경유차 유발
우리사회 책임 대해서도 살펴봐야

자신서 시작되는 실천이 해결 시작
습관처럼 자가용 운행보단 걸어보자
걷다보면 의외로 얻는 것이 많아진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걷다보면 어느새 관수교에 이른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그 유명한 을지로 공구상가를 만난다. 각양각색의 공구들은 신나는 구경거리나 마찬가지다. 저절로 눈이 즐겁다. 나도 모르게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남산 방향으로 20분쯤 계속 걷다보면 명보극장을 지나 충무로역 부근에 닿는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이면 한옥마을을 가로질러 남산 순환도로를 따라 걷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곧장 학교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하며 출근을 서두른다. 이렇게 걷는 것이 일과가 되다보니 나는 늘 길 위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나에게는 오늘 하루가 다시 새롭고 또 행복하기만 하다. 이렇게 걷는 거리가 하루에 12~13km 정도 되는 것 같다.

요즘 미세먼지가 대통령의 이름을 빗대 문(文)세먼지라고 조롱받을 정도로 국가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발생 원인을 둘러싸고도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중국과는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외교경로를 통해 문제 삼을 것은 당연히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만 치부하는 것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도 미세먼지 발생의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할 수 없다면 미세먼지의 해소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래서 감히 해보는 말이다. 습관처럼 자가용을 몰고 나오는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보자는 주제넘은 제안을 드리고 싶은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수도권 전체 미세먼지 발생의 가장 큰 비중(22%)을 차지하는 것은 경유차라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솔린 자동차도 이에 못지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각종 자동차가 내뿜는 연소가스가 미세먼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걸어야하지 않을까. 이미 자동차의 편리함에 너도나도 익숙해져 있는 지금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다는 핀잔을 듣더라도 나는 우리 모두 감히 더 많이 걸을 것을 권유코자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작은 윤리의 실천이야말로 보다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허남결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걷다보면 불가에서 말하는 행선(行禪)의 경지에 올라 가끔 선열(禪悅)에 잠기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이전보다 마음이 훨씬 더 너그러워지는 경험도 자주 하게 된다. 시간을 내서 따로 운동하기가 어려운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걷기’는 다이어트 효과와 함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최고급 헬스기구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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