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촐트 부부, 근대역사 속 일본불교 귀인 평가

히에이산 기슭에 자리잡은 페촐트 부부의 묘.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일본 천태종의 총본산이자 성지로 꼽히는 히에이산(比叡山) 중턱에 독일인 부부의 묘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 근대불교학과 음악계에 각각 공헌한 독일인 페촐트 부부의 이야기를 지난 3월 3일 일본의 ‘츄니치 일보’가 보도했다.

1873년 독일에서 태어난 브루노 페촐트는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철학과 종교학을 전공한 후 신문사의 특파원으로 중국에서 근무했다. 1910년 일본으로 파견지가 변경된 후 1917년부터 도쿄제국대학(현 도쿄대)에서 독일어 강사로 근무했다. 이때 피아니스트이자 오페라 가수였던 아내 앙카 페촐트도 함께 일본으로 와 도쿄음악학교(현 도쿄예술대)에서 성악강사로 근무했다.

브루노 페촐트는 일본에 머무르며 학생들과 함께 사찰의 예불이나 신사의 제례에 참가한 인연으로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신도, 선종, 정토종, 진언종 등의 교학을 연구했다. 특히 대승불교와 천태종의 교학에 심취해 1만권 이상의 불교서적과 예술품을 수집했다.

브루노는 괴테의 자연관과 대승불교와의 공통점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천태종의 교학을 독일어로 번역해 최초로 유럽에 소개했다. 또 일본불교의 특징을 분석한 저작을 다수 남겼다. 브루노의 저작들은 일본불교학의 근대적인 기틀을 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루노는 살아생전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외국인이자 재가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천태종으로부터 승정(僧正, 한국의 종사법계) 법계를 받았다. 당시 보수적인 일본불교계에서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1937년 아내인 앙카가 사망하면서 “히에이산에 묻어 달라”는 유언에 따라 히에이산 중턱에 묘가 세워졌다. 아내가 죽은 후에도 홀로 불교학 연구를 이어가던 브루노도 1949년 사망하면서 이곳에 합장됐다.

페촐트 부부의 제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기념회는 부부의 기일에 맞춰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