땐진 다쫌 스님 “더 많은 사람 도와 행복”

싱가포르 육군사관학교 부총장 시절의 모습(사진 왼쪽)과 출가한 후의 모습(사진 오른쪽). 사진출처=채널 뉴스 아시아

32년간 싱가포르 특수부대에서 복무한 엘리트 장교가 제대 후 곧바로 스님이 됐다. 뉴스의 주인공은 땐진 다쫌(Tenzin Dratsom, 55) 스님. 그러나 아직 싱가포르에선 속명인 프레드 청(Fred Cheong) 대령으로 유명하다. 지난 3월 3일, ‘채널 뉴스 아시아’는 단독인터뷰를 통해 이 흥미로운 뉴스를 특집 보도했다.

스님은 1982년 장교생도로 군문에 들어섰다. 1989년엔 혹독하기로 유명한 미국 해군특수부대 네이비 실 코스를 통과하고, 1991년에는 납치된 싱가포르 항공117편의 승객구출 작전을 사망자 없이 성공시키면서 싱가포르군의 영웅이 됐다. 이후 32년간 싱가포르 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며 최종적으론 육군사관학교의 부총장을 지냈다. 

32년 장교로 특수부대 복무
육군사관학교 부총장도 지내
어려서부터 신행활동 이어와
“다시 태어나도 같은 선택을”


스님은 2013년 9월에 제대해, 그 달에 바로 달라이라마를 계사로 출가했다. 스님은 “나에게 있어 출가는 정신적인 삶을 위한 새로운 삶의 출발”이라며 출가를 결심한 계기를 설명했다.

달라이라마는 군문의 경력을 생각해 ‘땐진 다쫌’이라는 법명을 내렸다. 스님은 “티베트어로 ‘다(dra)’는 망상·적군을 뜻하고, ‘쫌(tsom)’은 파괴자를 뜻한다. 군대에서 외부의 적을 파괴했으니, 이제는 내부의 적을 파괴하라는 뜻”이라고 자신의 법명을 설명했다.

스님은 불교가정에서 태어나 10대 이후로 신행활동을 이어왔다. 군인이었을 때도 매일 새벽 4시에 막사를 떠나기 전에 절에 들러 예불을 올리고 출근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스님은 “출가자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 말하며 “불교는 내 힘의 근원이다. 내가 출가를 결정했을 때, 군의 동료들 중 그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스님은 “출가자의 목적은 스스로의 잠재력을 깨닫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스님은 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지도했던 사관학교 생도들을 만나며, 특히 사관후보생들의 부모들로부터 많은 상담을 받고 있다.

스님은 군생활을 회고하며 “출가자와 군인은 몇 가지 유사점이 있다. 적군과 상황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출가자에게 적군은 부정적인 마음과 감정”이라며 웃어 보였다.

스님은 출가 후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항상 가사를 입고 다니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새로운 삶을 연습하는 기회로 생각하고 적응했다”면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첫 번째 안거를 지낼 때, 홀로 명상하는 것이 군에서 가장 힘든 훈련보다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히말라야의 동굴에서 보낸 3주간의 수행에 대해 “밤중에 느껴지는 달빛, 눈, 차가운 공기와 상쾌한 마음은 나를 지금 이 순간에 집중시켰다. 이는 아주 놀라운 감정”이라며 안거수행의 훌륭함을 설명했다.

현재 스님은 1년에 한 차례 이상, 자신의 본사인 남인도의 쎄라제(Sera Je) 사원의 어린 스님들에게 영어로 강의를 진행한다. 이외에 지금까지 미국, 캐나다, 중국, 스위스, 호주 등 해외 여러 나라에 명상과 안거를 지도하고 있다.

스님은 “나의 삶과 선택에 어떠한 후회도 없다. 유일한 후회가 있다면 나의 나라를 위해 오직 한 목숨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할 수 있다면 다시 이런 삶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