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이사장 직무정지가처분 첫 심리

법진 스님 2016년 자필사직서
효력 발생 시점에 결과 갈릴 듯
2월 21일 직무대행 소집 이사회
법진 스님 이사장 재선출 밝혀져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재단법인 선학원 청사.

여직원 성추행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6월 확정판결을 받은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의 거취가 자필사직서에 대한 법적 판단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38일 선학원 창건주와 분원장 40여 명이 법진 스님을 상대로 신청한 이사장 직무집행정지가처분에 대해 심문했다. 이날 양측 변호인단은 법진 스님이 2016년 이사회에 제출한 사직서의 효력을 두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자필사직서 효력 발생 시점은
먼저 법진 스님 소송대리인은 법진 스님의 사직서가 이사회 진상조사결과에 따라 이사회에서 판단하길 요청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소송대리인은 법진 스님의 사직서에는 선학원 이사회 귀중이라고 적혀 있다. 즉 사직서 제출과 동시에 사의를 표한다기보다는 사직의 판단을 이사들에게 묻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채권자 소송대리인은 법진 스님의 자필사직서에는 이사회에 이를 판단해달라는 위임 의사가 없기에 효력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사회가 이를 수리하거나 반려할 의결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만약 법원이 자필사직서의 즉시 효력을 인정하면, 2016년 법진 스님이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개최된 이사회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선학원 이사회가 지난해 10월 법진 스님의 성추행혐의에 대한 고등법원 판결을 앞두고 이사 임기를 연장한 결의 또한 무효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법진 스님의 사의 표명을 이사회에 판단을 구한 것으로 해석할 시 이사직과 이사장직 유지에 대한 문제는 사라진다. 이때는 덕망 높은 승려로 규정된 이사 자격조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선학원 이사회 정관에는 실형을 선고받은 이에 대한 해임 등의 강제 징계조항이 없다.

이사회 권력 독점 구조 논란도
또한 이번 심문에서는 선학원 이사회가 지난 221일 총무이사의 이사장 직무대행 권한으로 소집돼 법진 스님을
새 이사장으로 재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에 대해 법진 스님 측은 법원 판결에 따른 이사장 유고 시 재가자가 직무대행을 맡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채권자 측은 이사회 권한 남용으로 이번 가처분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임을 분명히 했다.

법진 스님 측은 만일 2016년 제출한 사직서 효력이 발생했을 때 재가자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게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게 이사회 공통 의견이었다이는 법원이 변호사 등 제3자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채권자 측은 선학원 이사회가 이사장 직무집행정지가처분에 대응하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하고, 가처분신청을 무력화할 방안을 논의했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채권자 측은 “221일 이사회는 채무자가 이사장의 지위를 일단 상실한 것이 되면 가처분 신청의 이익이 상실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며 이는 일종의 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양측은 선학원 이사회의 권력 독점구조 등을 주제로도 맞붙었다. 채권자 측은 선학원은 이사회 자신이 이사회를 구성하는 구조다. 1930년대부터 평의원회가 이사를 선출토록 했으나 1960년대 들어서 사라졌다이사회가 잘 운영되면 왕조시대 선왕처럼 평가받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독재의 장기집권이 가능하다. 성추행범이 지속적으로 이사장직을 맡을 수 있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법진 스님 측은 이사들이 이사를 뽑는 건 재단법인의 고유 권한이다. 학교법인도 이 같은 형태지만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30여분에 걸쳐 양측 변호인단 주장을 들은 재판부는 심리를 종결하고 약 3주 후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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