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자, 수자, 시물 모두 청정해야
보시자, 수자, 시물 모두 청정해야
  • 현불뉴스
  • 승인 2019.03.0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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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삼륜청정(三輪淸淨)

삼륜청정(三輪淸淨)은 ‘보시를 하는 사람(施者)’과 ‘보시를 받는 사람(受者)’, 그리고 ‘보시하는 물건(施物)’, 이 세 가지가 모두 청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이 세 가지가 모두 청정하지 않으면 훌륭한 보시가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정한 보시에 대한 대승불교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보시의 대전제를 제시한 사자성어인데, 키포인트는 ‘청정에 대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방법과 관점으로 보시하는 것이 진정으로 삼륜(三輪)이 청정(淸淨)한 보시인가?

일반적으로 보시는 타인에게 금전이나 물건 등 물질적인 것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경제적인 보시(財施, 재시) 외에도 법문이나 가르침을 베풀어 주는 보시(法施, 법시), 삶에 대하여, 미래에 대하여, 두려움이나 공포증을 제거해 주는 보시(無畏施, 무외시)를 이야기한다.

또 대승불교에서는 여섯 가지 수행덕목이라고 하여 육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을 강조하는데 첫 번째가 보시이다. 보시, 희사, 베푸는 것은 이타적 행위로 불도수행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색은 결국 이기주의가 되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 수가 없다. ‘삼륜청정’은 단순한 보시보다는 마음이 순수한 보시, 신심(身心)이 하나가 된 보시이다. 〈금강경〉에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고 하여 ‘보시했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보시,’ ‘의식하지 않은 보시’가 진정한 보시라고 선언한다. 우리는 대체로 남에게 보시, 기증, 희사(喜捨)하고 나서 주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렇다면 그것은 순수한 보시가 아니다. 그것은 의도적인 보시, 불순한 보시로서 청정하지 못하다.

우리는 대부분 소원이나 바람(願), 기대, 혹은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보시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얼마 동안은 보시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무주상보시’란 보시했다는 관념을 갖지 말고 공(空)의 관점, 입장에서 보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순수하고 참다운 대승불교적인 보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선행은 고귀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타인에게 금전이나 물질, 또는 어떤 도움을 주고 나서 선행을 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순수한 행동, 아름다운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작은 선행을 가지고 자신을 홍보하는 데 치중한다. 나중에는 ‘내가 무엇을 도와주었는데,’ 또는 ‘돈을 얼마 주었는데’라고 하면서, 목에 힘을 준다. 반대급부가 없을 때는 의리가 없다고 비난, 원망하기도 한다. 이런 건 소인이 추구하는 선행이다. 향기 나는 아름다운 보시나 희사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 삼륜청정 가운데서 ‘보시를 받는 자(受者)’도 받았다는 생각이나 관념을 갖지 말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좀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무주상(無住相), 무집착, 즉 공의 관점에서 받으라는 것이다. 보시를 한 사람은 물론이지만, 받은 사람도 받았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보시나 도움을 받고 나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나 ‘고맙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사실 삼륜청정이 시사하는 바는 그래야만 진정한 보시가 된다고 말한다. 공의 이치를 깨닫기 위한 보시관, 대승불교 수행자들이 수행적 차원에서 지향하는 보시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받는 사람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야 한다. 그 물건이 싼 것이든, 보잘 것 없는 것이든 받는 사람은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교양, 인격, 예의이다.

그리고 보시하는 물건은 깨끗해야 한다. 예컨대 사기 친 돈이나 절도한 물건 등을 보시해서는 안 된다. 어떤 형태로든 부정한 물건을 보시해서는 안 된다.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삼륜청정은 〈화엄경〉, 〈대반야경〉, 그리고 보조국사(普照國師, 1158-1210)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도 나온다.

〈화엄경(58권)〉에는 “삼륜이 청정한 보시는, 베푼 자와 받은 자, 그리고 보시한 물건을 모두 허공과 같은 것(空)이라고 바르게 관찰해야 한다(三輪헌淨施, 於施者, 受者, 及以施物, 正念觀察 如虛空故)”라고 정의하고 있고, 〈대반야경〉에는 “보시했다는 생각, 보시받았다는 생각, 그리고 보시의 결과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는 것, 이것이 보살이 행하는 보시이다”라고 설하고 있다.

삼륜청정(三輪淸淨)은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베풀었다’는 생각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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