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이 오면 차창을 열고 봄바람을 한껏 들이키면서 길을 달리고 싶다. 훈훈한 봄바람에 꽃향기가 묻어온다면 얼마나 향긋할까? 그러나 마음까지 간질이는 이 기분 좋은 상상을 단숨에 깨어버리는 것이 있다. 황사와 초미세먼지다. 봄만 되면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와 하루에도 몇 번씩 초미세먼지 수치가 우리들을 위협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3월 5일 오전 초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나쁨 기준치의 2배를 넘는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어린이, 고령층들은 집안에 갇히다시피 한다. 

요즘 같은 때, 도심을 달리다 차 안의 답답한 공기를 바꿔보려고 창문을 열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창문을 열면 차 안의 초미세먼지는 약 130배, 미세먼지는 약 90배까지 농도가 올라가 버린다. 최근 교통안전공단과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자동차 생태 변경에 따른 미세먼지 유입 측정’이라는 실험결과다. 이 결과는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믿고 있던 행동이 이제는 바보스럽고 위험한 행동이 되어버렸다는 걸 보여 준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도심의 운전자와 보행자를 위협하는 황사나 초미세먼지의 원인은 중국의 영향도 있지만 도심의 경우엔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자동차 매연이 주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화력발전소와 경유차를 줄여나가는 정책을 펴기도 하지만 이런 정책은 단시일 내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회전 줄이기다. 추운 날에 히터를 켜기 위해, 혹은 신호 대기 중일 때, 우리는 누구나 공회전을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쌀쌀한 날씨에 엔진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려고 아침마다 출발 전 공회전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회전은 에너지 낭비뿐 아니라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자동차 공회전 시에 발생하는 배출가스의 온도가 낮아서 자동차에 부착되어 있는 정화장치의 효율을 10% 이하로 떨어뜨려서 주행 시와 비교하면 일산화탄소는 6.5배, 탄화수소는 2.5배로 더 많이 배출된다. 언제 어디서든 공회전을 삼가야겠지만 특히 지하 주차장같이 공기 순환이 잘 안 되는 곳에서는 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그렇게 배출된 매연에 노출되는 것은 우리이며, 그 피해자들도 우리이기 때문이다. 

공회전 줄이기 외에도 초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운전습관들이 있다. 경제속도(60~80km) 준수하기, 급출발, 급가속, 급감속 하지 않기, 신호 대기 시 기어 중립하기, 관성 주행하기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공회전을 줄이는 우리의 작은 실천이 모인다면 이산화탄소 배출국 7위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천미희 한마음선원 부산지원 기획실장

마스크 없이 외출하는 것은 이제 위험한 행동이 되어 버렸다. 가끔은 이대로 가다가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래의 지구인처럼 방독면을 쓰고 다녀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물을 사 먹는 것처럼, 공기를 사 먹는 시대가 오기 전에 공회전을 줄이는 작은 실천이라도 꼭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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