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중계] “서유기는 손오공의 마음 수행담”
[강의실 중계] “서유기는 손오공의 마음 수행담”
  • 정리=김지원 기자
  • 승인 2019.03.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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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인문학 리더스클럽...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주제 : 서유기의 불교적 수행세계

인문과학원 학림은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3월 5일 서울 조계종 전법회관 교육관서 ‘제1기 실크로드 인문학 리더스클럽’을 진행했다. ‘서유기의 수행세계와 현장법사의 실크로드’를 주제로 한 이번 불교인문학 강좌는 총 12강으로 구성됐다. 이날 성 교수는 첫 강의서 “〈서유기>는 불교와 도교 사상을 담고 있는 수행기”라며 “소설 행간에 담긴 불교적인 심오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성태용 교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태동고전연구소 故임창순 선생에게 한학을 연수했다.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한국철학회 회장,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 단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는 선우’ 대표로 재가불자운동을 펼쳤다. 주요 저서로 〈어른의 서유기〉 〈주역과 21세기〉 등이 있다.
성태용 교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태동고전연구소 故임창순 선생에게 한학을 연수했다.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한국철학회 회장,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 단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는 선우’ 대표로 재가불자운동을 펼쳤다. 주요 저서로 〈어른의 서유기〉 〈주역과 21세기〉 등이 있다.

‘인간의 마음’ 상징하는
손오공 탄생부터 시작
진정한 스승 현장법사
만나 正道 걷는 여행

 

〈서유기〉는 명나라 시대 작가 오승은이 쓴 소설입니다. 저자는 불교와 도교 모두에 밝았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서유기〉는 근본적으로 불교가 주가 되고, 도교 사상이 곁다리로 붙습니다. 불교와 도교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 않으면 뜻을 읽어낼 수 없는 책이 바로 〈서유기〉입니다.
 

마음 수행길의 첫 번째 장애
손오공이 서역으로 출발하자마자 여섯 도둑을 만납니다. 도둑들 이름이 ‘안간희(眼看喜)’ ‘이청로(耳聽怒)’ ‘이후애(鼻嗅愛)’ ‘설상사(舌嘗思)’ ‘신본우(身本憂)’ ‘의견욕(意見欲)’입니다. 여섯 도둑들 성이 안이비설신의 즉, 감각기관입니다. 그리고 이름에 해당하는 부분이 ‘본다, 기뻐한다’ ‘듣다, 성내다’ ‘냄새 맡다, 사랑하다’ ‘맛보다, 생각하다’ 등 감각작용과 감정을 이름으로 합니다. 

손오공은 단숨에 도둑들을 물리치고 출발합니다. 이 대목은 아주 의미심장합니다. 이전의 손오공 행적은 정도를 걷지 못했습니다. 힘은 있는데 잔재주라고 할까요? 손오공은 힘은 있지만 올바른 지향을 갖지 못한 인간의 행태를 상징합니다. 그러다가 석가모니에게 당해서 한계에 부딪혀서 인고의 세월을 겪고 새롭게 경을 가지러 출발하는 대목입니다. 정도로 향하는 첫 걸음이거든요. 그래서 해당 챕터 이름이 바로 ‘심원귀정 육적무종(心猿歸正 六賊無踪)’입니다. 심원은 마음 원숭이로, 손오공의 정체는 단순한 원숭이가 아닌 마음이라 불리는 원숭이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상징해요. 나중에는 인간 마음 가운데 특히 지적인 측면입니다. 지혜라고 할까요. 지혜가 나오기 전에는 어리석음이죠. 심원귀정 육적무종은 ‘마음 원숭이가 바른 길로 돌아서니 여섯 도둑의 자취가 없구나’란 뜻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훔쳐가는 여섯 감각기관을 육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는 인간이 정신 차리고 올바른 길을 걷는 데 첫 번째 장애가 바로 여섯 감각기관에 끌려다니는 것이란 뜻입니다. 인간이 감각기관의 유혹에 흔들리면 제정신 못 차리고 산다는 의미죠. 이처럼 〈서유기〉 각 챕터마다 달린 목차는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서유기〉 출발점은 손오공
〈서유기〉 이야기는 현장 삼장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손오공의 출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현장 삼장이란 한 구체적인 인간이 있기 이전에 어떤 영적인 마음이 있었던 것을 나타냅니다. 구체적인 개인적 존재 이전에 인간의 영적인 뿌리가 있어왔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죠. 이를 영근(靈根), 신령스러운 뿌리·근본이라고 합니다. 현장 삼장이 있기 전에 벌써 손오공이 있는 겁니다.

손오공은 화과산이란 아주 오묘한 산에서 태어납니다. 그 산정에 기묘한 바위가 있는데 그곳에 천지의 정기가 모여 돌 속에서 손오공이 탄생합니다. 부모 없이 태어난 돌 원숭이인 겁니다. 이는 인간의 영적인 근원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 아님을 뜻합니다. 이를 손오공에 비유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이 세상에 있게 됐나요? 우연히 태어나서, 우연히 한 평생 살다가, 우연히 죽고 나면 끝나는 존재입니까? 육체만 가지고 인간이 될 순 없죠. 정신의 뿌리는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도 우연히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죠. 우주의 섭리 속에서 작용이 일어났고 숫자가 맞아떨어져서 기묘한 바위 속에서 손오공, 돌 원숭이가 태어났다고 말입니다. 어떤 정신적인 뿌리가 거기서 나오는 것이지 우리라는 존재는 결코 우연히 나오는 게 아니라고요. 저자는 손오공 출생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육체 이전에 정신적·영적 측면이 유구한 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요. 단순히 우연 속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주의 섭리 속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것은 손오공의 뿌리이자 우리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손오공은 폭포가 장막처럼 늘어진 수렴동이란 별천지를 발견하고 그 덕분에 원숭이들의 왕이 됩니다. 그래서 신하들에 둘러싸여 살다가 처음으로 ‘죽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자기 삶이 영원하지 않음을, 스스로는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손오공은 마음을 냅니다. ‘죽지 않는 방법을 찾겠다’ ‘죽음을 벗어나는 길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냅니다. 이 대목이 또 굉장히 중요합니다. ‘보리심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깨달음을 추구하는 마음입니다. 현재 존재에 안주하는 마음은 거기서 그럭저럭 사는 겁니다. 손오공은 원숭이의 왕이거든요. 그런데 왕 노릇을 하다가 그걸 버리고 죽음을 극복하는 길을 찾아 배를 타고 떠납니다.
 

마음 계발과 ‘눈뜬’ 스승
손오공이 있던 곳은 동승신주(東勝身洲)란 곳입니다. 인도인들의 세계관에는 네 대륙이 있어요. 동승신주, 서우화주(西牛貨洲), 남섬부주(南贍部洲), 북구로주(北俱盧洲)입니다. 우린 남섬부주에 삽니다. 남섬부주가 4대륙 중에 가장 형편없는 곳입니다. 동승신주만 해도 제법 지내기 좋은 괜찮은 곳이거든요. 손오공이 동승신주를 떠나 우리가 지내는 세상인 남섬부주에도 잠시 들렀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사는 인간들이 하는 꼴이 아주 가당치않아서 실망을 하고 떠났다고 합니다. 남섬부주는 고해입니다. 삼사라(samsra, 윤회) 즉, 참고 참고 참아야 사는 세상이라고 해요. 

손오공은 남섬부주를 지나 서우화주에서 비로소 스승을 만납니다. 한 나무꾼이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는데 손오공은 그가 스승인줄 알고 절을 합니다. 그랬더니 어떤 신선 같은 분에게서 노래를 배웠다고 하면서 그 분을 가르쳐 줍니다. 그 스승이 바로 수보리조사입니다. 여기서 수보리조사는 금강경에 나오는 그 분이 아닙니다. 이름만 같은 허구적인 등장인물인데, 저자가 일부러 장난을 친 것인지는 모릅니다.

이 수보리조사는 신선 계통의 스승인데요. 나무꾼이 수보리조사를 만나려면 가라고 알려준 동네 이름이 기가 막힙니다. 〈서유기〉의 숨어있는 의미를 드러내는 대목이 또 나옵니다. 나무꾼은 ‘영대방촌산 사월삼성동(靈臺方寸山 斜月三星洞)’에서 수보리조사를 찾으라고 합니다. 저자의 재치가 드러나는 이 부분을 해석해볼까요? 신령스런 누대인데 크기가 사방 한 치(3cm)밖에 안 되는 산인데, 비스듬히 누운 달에 별 세 개 뜬 골짜기래요. 사람의 마음 크기가 어떤가 할 때 보통 방촌이라고 합니다. 방촌지간에 선한 마음, 악한 마음이 맨날 다툰다고 했습니다. 우리 마음이 작다는 걸 비유한 거예요. 기운 달에 별이 3개 뜬 것은 ‘마음 심(心)’ 자이죠. 이걸 글자를 깨트린다고 해서 파자라고 합니다. 영대방촌산도 사월삼성동도 모두 마음입니다. 손오공이 마음 산 마음 골짜기에 가서 도술을 배웠다고 표현한 거죠. 마음의 잠재능력을 끌어올려서 마음 계발을 했다 이겁니다.

〈서유기〉 전체가 마음계발 하는 이야기예요. 마음 원숭이가 제 갈길 찾아서 성불에 이르는 내용입니다. 성불은 완전한 인격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잠재의식과 현 의식의 괴리가 완전히 해소되고 온전한 현 의식이 돼 버리는 경지입니다. 

뒷이야기를 보면 손오공이 도술을 배워서 천상 세계를 어지럽히는 것은 바로 잘못된 마음 계발, 올바른 지향을 갖지 못할 때 나타나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마음 계발은 여러 길로 가능한데 손오공을 통해 우리는 정도, 올바른 지향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서유기〉에 나오는 수많은 요괴들은 대도를 걷지 않고 소도를 걸어서 생기는 수많은 병폐들인 거예요. 삿된 길을 통해 마음 계발 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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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올바른 스승이 필요한 이유가 나옵니다. 손오공이 수보리조사를 만나러 가죠. 눈 밝은 스승을 찾아서 말입니다. 지식이 아닌 지혜의 길을 걷는 사람을요. 강의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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