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기본 ‘제3자적 시점 유지’
명상의 기본 ‘제3자적 시점 유지’
  • 김성수 마음과학연구소 대표
  • 승인 2019.03.0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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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세번째 워밍업 2

모호함 유발 주제, 건강··가족
소주 석 잔이면 숨이 가빠지는 사내가 있다. 회식 자리에서 소주 석 잔을 털어 넣은 그의 몸은 곧 저승사자의 발소리인지 심장 박동인지 모를 몸속 소음을 듣게 된다. 그쯤 되면, 주변 사람들이 먼저 사내의 술잔을 뒤집는다. 얼굴뿐만 아니라 손등 따위도 붉은 신호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내는 별 흐트러짐이 없다. 말도 또박또박 잘 하고, 잘 듣고, 실없이 웃거나 실없는 말을 흘리지도 않는다. 사내 입장에서는 지금 운전대를 잡아도 문제될 것 같지 않다. 입술 사이에 음주 측정기를 꽂아 후우불어도 이상 무가 나올 것 같기도 하다. 현상과 정신 사이의 모호함이 사내의 내면에서 급속 팽창 중이다.

인도 힌두부터 서양심리학까지
수천 년 이야기 간직한 명상
유사명상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알아차림 잊지 않는 게 중요

놀랍게도 사내의 서재, 책상에는 항상 술병이 있다. 그것도 양주나 고량주 같은, 성냥불만 켜면 투명한 불꽃이 일어나는 독주다. 지금도 200짜리 백자에 담긴 귀주 마오타이가 목에 붉은 리본을 달고 있다. 중국 다녀온 후배가 6개월 전에 선물한 술이다. 아직도 절반 이상이 남아 있으니, 향후 6개월은 너끈할 터. 사내는 그것을 가끔 홀짝 거린다. 낯빛이 변하지 않을 정도의 미량이지만, 한순간 수천 개의 바늘이 목구멍을 찔러대며 식도를 불태우고, 위장을 향해 앰뷸런스가 치고 들어오는 것 같다. 그래도 홀짝대고, 그래서 홀짝댄다. ? 당신은 이 약골 사내의 외로운 음주가 어쩐지 공감되지 않는가. 공감되는 분은 스스로를 잘 살피시라. 혹시 나도 모호함을 즐기는 사람이 아닐까. 취한 것도, 취하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 말이다.

우리는 지금 글쓰기명상의 세 번째 워밍업 중에서 건강’ ‘’ ‘가족이라는 항목을 살피고 있다. 내 안에서 건강은 무엇이고, 일은 무엇이며, 가족은 또 무엇인가. 이 세 가지 주제는 어쩌면 저 사내의 책상에 놓인 ‘53도짜리 마오타이를 닮았다. 찌릿찌릿한 알콜성 전율을 통해 몸 감각을 통째로 들깨웠다가 어느 순간, 모호한 의식 속으로 빠뜨리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건강은 나의 존재성을 만들어 주는 핵심적 수단이자 동력 자체다. (직업)은 내 삶을 지탱해주는 수단이다. 가족은 강력한 연기적 실체로서, 나의 실존을 옹위하는 수단이자 본질 같다. ‘수단이라는 어휘를 독주마오타이로 바꿔도 뭐, 이상할 것 있는가.

그런데 나만 그럴까. 건강이나 일, 가족을 사유해보면 다양한 색깔의 굴을 지날 때처럼 감정의 스펙트럼이 번다해진다. 이 주제들은 나의 존재 기반이자 이유로는 찬란하지만, 석 잔 이상의 일, 석 잔 이상의 가족, 석 잔 이상의 건강은 아, 그만 내려놓고 싶기도 하다. 소주 석 잔에 온 존재가 그만 붉은 신호등이 되고 마는 사내의 내면 소음처럼 지겹고, 불길하고, 슬프거나 아릿한 감성들이 쿵쾅댄다. 그런데 마음을 한판 더 뒤집는 요소가 있다. 세상의 언어들이다. 글쎄, 지겹고, 불길하고, 슬프고, 아릿한 그것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사랑이란다. 너무 원초적인 정서여서 떼려야 뗄 수 없단다.

우리는 대체로 이런 모호함 혹은, 애매함 속에서 일생을 헤엄치는 물고기 같은 존재 아닐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호함의 바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 마음. 눈뜨고 잠든 물고기처럼 말똥말똥 모호하게지나치고 싶은 대상들. ‘건강, , 가족!’ 절간의 나무 물고기처럼 누군가 두들겨주면 둔탁하고 퉁명스레 깨어났다가 즉시 모호함속으로 잠수 타고 싶은 주제라고나 할까.

생애 내면검색 - (직업)

30. 죽을 때 내가 평생 해온 일(직업)이라고 할 만한 것은?

31. ‘하면 떠오르는 생각이나 기억, 구체적인 이미지.

32. ‘을 하는 동안 그 일에 대한 나의 태도나 마음가짐은?

33. ‘이 잘 된다고 느낄 때 주로 나타나는 나의 심리적 상황이나 주변 상황은?

34. ‘이 안 된다고 느낄 때 주로 나타나는 나의 심리적 상황이나 주변 상황은?

35. 나의 일(직업)과 가장 연관이 깊은 사람들의 이름은?

36. 내 삶에서 일(직업)( )% 정도 비중이다.

37. ‘이 사람이라면 그 일에게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생애 내면검색­가족

38. ‘가족하면 문득 연상되는 영상이나 생각, 동물, 자연현상을 표현한다면?

39. 나는 언제, 어느 순간에 가족이 나와 깊게 연관돼 있다고 느끼는가.

40. 가족이나 친지 중에서 먼저 떠오르는 순서대로 이름을 적어본다면(이름이 떠오르지 않으면 인상착의나 관계 등으로 서술)?

41. 가족은 나에게 ( )이다.

42. 가족 중 누구하고든 대화할 때 내가 가장 잘 하는 말은?

43. 가족과 나 사이에 발생한 극적인 사건을 떠오르는 대로 적는다면?

44. 지금의 내가 부모, 형제, 친지 등에서 다른 이름을 부르며 단어 카드를 뽑아준다면?

평생 어려운 과제, 언어·신념·죽음
불교경전을 기록한 빠알리어에는 사띠(sati)라는 용어가 있다. ‘주시하다’ ‘관찰하다’ ‘기억하다로 풀이되는 이 낱말은 현대 심리학의 상위인지(matacognition)라는 개념과 맥락이 닿는다. 정신통합의 창시자 아사지올리(Assagioli)는 자기 스스로를 인지할 수 있는 인간의 심리 기제를 탈 동일시(disidentification)’라는 개념으로 정리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셀프 카메라처럼 스스로 보고 알 수 있는 상태나 능력이라는 뜻이다.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인 MBSR의 창안자 존 카밧진(Jon kabat-Zinn)은 탈 동일시 기제를 활용하여 명상이 여러 심인성 질환 치료에 유의미함을 밝혔다. 이처럼 여러 불교학자, 심리학자, 의학자들이 초기불교의 사띠 개념을 풀어서 유사 의미, 다른 표현들을 양산함으로써 논문도 쓰고,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있다.

명상(meditation)은 위와 같은 개념과 언어와 내용을 한마디로 평정하는 낱말이다. 명상은, 인도의 힌두 시절부터 서양심리학까지 수천 년 동안 마음에 관한 스토리를 한 단어에 뭉뚱그리다보니 온갖 명상 테크닉을 끌어안게 된 피곤한 대지의 여신같은 용어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명상 지도자를 처음 만날 때, 잘 만나야 한다. 나중에 차츰 이야기 되겠지만 처음부터 향기로운 이미지에 들뜨게 하고, 환상에 젖게 하는 지도자는 스파이처럼 영민하게 째려봐야한다. 아무튼, 밤문화, 식사문화, 여행문화, 숲문화라는 복합어가 그렇듯 명상 또한 유사한 품성으로 새로운 어휘를 수용하고 생산한다. 잠명상, 설거지명상, 걷기명상, 대화명상, 식사명상, 심지어는 싸움명상이라는 말도 성립하지 말란 법이 없다.

명상을 간단히 풀면, 나에 대한 제3자적 시점 유지다. 그것이 전부다. 3자적 관점에 학문의 자켓을 걸치면? 탈 동일시, 거리두기, 마음챙김(mindfulness), 탈 중심화, 자기수용 따위, 그럴싸한 학술어로 탈바꿈한다. 명상은 눈을 감든 뜨든, 그것이 결정변수는 아니다. 자신의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몸과 마음을 옆집 아저씨처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알아차릴 수 있으면 끝이다. 서양의 명상법은 정말이지, 여기까지다. 그러나 불교 명상은 얘기가 다르다. 거기에는 계율과 수행법이 있다. 이 차이는 간단치 않지만 안심하시라. 당신은 본격 불교 수행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우선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연습, 사띠하는 연습, 알아차림 하는 연습만으로도 호흡이 가쁠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알아차림이라는 용어를 만난 기념으로 아래 주제들에 대한 내면 드러내기를 해보자.

생애 내면검색­언어

45. 최근, 나의 내면에 자주 떠오르는 말이나 표현은?

46.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나 표현은?

47. 들으면 번번이 부정적 상태가 되는 말이나 표현은?

48. 최근 내가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말이나 간투사는?

49. 최근 들어 우연찮게도 자주 듣게 되는 말은?

50. 말로 인해 상처 받았던 기억 베스트 5 (구어체로 적음)

51. 말로 인해 위로 받거나 기쁨에 겨웠던 기억 베스트 5 (상동)

52. 나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당장 용서해줄 것 같은 말이나 표현은?

53. 친구나 동료들 속에서 내가 말하는 모습을 글로 그려보기.

생애 내면검색­관념, 신념, 가치관

54. 사는 동안 나 스스로 반드시 지켜야 할 일, 베스트 3?

55. 배우자나 연인이 나에게 지켜줘야 할 일, 3가지는?

56. 내 자녀가 나에게 지켜줘야 할 일, 3가지는?

57. 형제들이 나에게 지켜줘야 할 일, 3가지는?

58. 자녀에게 부모가 지켜줘야 할 일, 3가지는?

59. 친구가 나에게 지켜줘야 할 일, 3가지는?

60. 직장이나 사회가 나에게 지켜줘야 할 일 3가지는?

61. 국가가 나를 위해 지켜줘야 할 일 3가지는?

생애 내면검색­죽음

62. 나의 죽음을 한 마디로 규정하라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

63. 하루에 몇 번쯤 나의 죽음을 바라보거나 의식하는가.

64. 내가 죽어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드는가.

65. 나의 죽음 직전 60분을 이야기 형식으로 기술한다면?

66. 죽음에 이르렀을 때, 배우자나 연인, 자녀, 형제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67. 지금 이것 때문에 죽기 싫다면, 이것은 무엇이지?

68. 죽음에 이르러 가장 어리석었다고 뉘우칠만한 일은?

69. 나의 죽음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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