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제악막작(諸惡莫作)

‘악을 행하지 말라’는 뜻이다. 제악막작(諸惡莫作)은 〈법구경〉 등에 나오는데,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의 첫 구이다. ‘악한 일은 일체 하지 말고 선을 행할 것이며,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악을 하지 말고 선을 하라’는 것은 지고한 가르침이다. 특히 선은 모든 종교, 철학에서 추구하는 진리인 동시에 사회질서를 이끌어 가는 윤리, 도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환경적 요인이든 자의적, 타의적이든 선(善)보다는 악의 구조 속에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은 악행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가짜뉴스나 모함, 악의적인 댓글, 원색적인 비난도 오늘날에는 남을 괴롭히는 큰 악이다. 그 피해로 인해서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또 선행도 좀 하면서 살아가면 보람 있는 삶이 되는데, 개인주의가 만연하여 ‘내가 왜 해?’라고 하면서 선(善)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악은 행동적, 언어적, 생각으로 짓는 3가지 악이 있다. 행동적인 악은 살인, 강도, 강간, 폭행, 사기 범죄 등이 있고, 언어적인 악은 모함, 비방, 폭언, 거짓말, 중상모략, 가짜뉴스 등이 있고, 생각으로 짓는 악은 증오심, 분노 등이 있는데, 분노, 증오심이 쌓이고 쌓이면 행동으로 옮겨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사기 범죄 1위 국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각국 사법부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범죄사건을 통계, 조사했는데, 우리나라는 OECD 37개국 가운데 ‘사기 범죄 1등 국’이라는 불영예를 안았다. 사기에 관해서는 세계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인터넷을 통한 경제사기, 금융사기가 극심했고, 부동산사기도 많았다. 윤리의식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 세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牛) 도둑이 된다’는 말이 있다. 작은 악도 반복하다 보면 도덕적 감각, 죄의식이 무너져서 악이 마음을 장악한다. 나중에는 제법 대범해져서 사회나 대중 등 서민들을 상대로 몇백 억대의 사기행각을 벌인다. 사기는 악덕 경제 사범으로, 강도, 강간, 살인, 모함 등과 함께 5대 사회악의 하나이다. 부부 사기단 등 집단 사기단은 아마도 전생부터 맺은 깊고 깊은 인연일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악은 아무리 작은 악이라도 절대 하지 말라[諸惡莫作]고 말씀하셨다. ‘악화(惡貨)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토머스 그레셤의 말과 같이 악은 선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악이 앞서는 한 선행을 하려고 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악은 잡초와 같아서 가꾸지 않아도 무성하게 자란다. 수시로 뽑아내지 않으면 곡식이 자라지 못한다. 죽는다. 잡초는 곡식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강하다. 씨를 뿌리면 곡식보다 먼저 올라와서 밭을 장악한다. 귀찮다고 방치해 버리면 잡초가 무성해져서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농부는 매일 같이 밭에 나가 살아야 하는데, 그것은 마치 우리 마음의 악을 제거하고 선을 기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악행은 타인에게 큰 피해를 준다. 때론 치명적이어서 한 인생이나 한 가정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특히 사기, 강도, 강간, 살인 같은 경우는 한 가정을 슬픔에 빠지게 한다.

욕망, 욕심이 많고 게다가 무지하고 어리석고 죄의식이 없으면 악에 빠진다. 자신의 마음에서 악이 싹트려고 할 때 과감히 잘라 버려야 한다. 악을 자르는 무기는 선악에 대한 명석한 분별력, 지혜, 현명함, 가치관 등이다.

선과 악은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을 낳았다. 맹자는 사람은 태어나면서 악을 거부하고 선을 하려는 마음씨, 즉 도덕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는데, 성선(性善)을 표방해야만 우리의 인성이 악을 버리고 선(善)으로 가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순자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욕망을 추구하기 때문에 성악이라는 것이다. 순자의 ‘청출어람’이라는 명구는 교육을 통하여 악을 제거하고 선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인성이 형성되는 사회적 조건에 주목했고 교육의 효과를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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