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협 강제징용자 유골 귀환 행사?

오사카 통국사 주지 최무애 스님이 영단에 헌향하고 있다.

일제에 끌려가 비참히 운명한 강제징용자들의 영가가 80년 만에 고향땅을 밟았다. 이들이 남긴 한을 녹인 것은 따뜻한 불제자들의 자비심이었다.
2월 28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의장 김홍걸, 이하 민화협)는 2월 28일 일본 오사카 통국사(統國寺)에서 인수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조선인의 유골 74위의 노제와 임시안치의식을 서울 법련사에서 개최했다.

유골들은 한반도기에 쌓인 도자기 속에 담겨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고향땅을 밟기 위한 80년의 세월 앞에 3.1절 교통통제 등으로 인한 2시간의 시간은 짧았다. 서울 시청앞 노제를 거쳐 저녁 8시 경 이들의 유골이 서울 법련사에 도착하자 법련사 스님을 비롯한 불자들의 염불의식이 진행됐다.

 2월 28일 서울 법련사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자 유골 귀환 행사에서 법련사 스님이 유골함을 임시안치하고 있다. 유골들은 3월 2일 제주 선운정사에 정식 안치됐다.

임시안치를 위해 급하게 요청된 행사에도 법련사에서는 정성스럽게 영단을 마련했다. 한반도기에 쌓인 유골함은 국화화분으로 장엄됐다. 

법련사 대중 스님들은 늦은 시간에도 정성스럽게 영가천도를 염원했다. 법련사 주지 진경 스님의 집전 하에 반야심경 독경 등이 이어지자 이번 행사에 동참한 20여 일본불자들과 법련사의 한국불자들은 함께 합송했다. 

민화협이 이날 노제와 임시안치를 봉행한 유골의 주인공들은 일제가 1938년 선포한 국가 총동원령에 의해 강제동원됐다가 오카야마(岡山)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이었다. 무연고자가 대부분인 이들의 유골을 오사카 통곡사 측에서 1974년부터 수집해왔다.

민화협 대중들이 유골함을 법련사로 이운하고 있다.

오사카 통국사 주지 최무애 스님은 “그동안 유골의 귀환을 추진했지만, 남과 북이 나뉜 상황에서 북측 유골, 남측 유골을 나눌 수 없어 애로점이 있었다. 특히 북일관계의 경색으로 유골 귀환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80년 만에 드디어 무연고 유골이 고향을 찾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오사카에서 온 조선계 윤청광 씨도 “백범기념관 추모식 전 유골을 잠시 안치할 곳이 없어 급한 요청에도 이렇게 법련사에서 영단을 마련하고 재를 지내줘 감사하다. 이번 귀환에 일본불자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남과 북, 그리고 일본이 협력해 여러 과거사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성권 민화협 청년위원장은 “강제징용자 유골은 현재 일본사찰에 대부분 있는 상황이다. 자손들이 없는 무연고자의 경우 한국에 모셔오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한국불교계가 일본불교계와 협력해 보다 적극적으로 유골 귀환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법련사 주지 진경 스님을 비롯한 법련사 스님들이 추모의식을 집전하고 있다.

법련사 주지 진경 스님은 “갑작스런 연락에도 80년 전 이들이 당했을 고초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현재 자유민주국가에 우리들이 이렇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그 당시 나라를 지켜온 이들과 희생한 이들이 있어서다. 영가들이 안치되는 곳이 제주의 사찰인데 오늘과 제주에서의 추모의식과 안치의식으로 부처님 법을 듣고 이들의 허기진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화협은 3월 1일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강제징용자 유골 추모식을 개최한데 이어 3월 2일 제주 선운정사에 이들 유골을 안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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