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 수요시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관한 3.1운동 100주년 기념 일본군 성노예제 수요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피켓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100돌 맞는 3.1절을 이틀 앞두고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종교, 국적, 지역, 연령은 달랐지만 모두 평화를 상징하는 노랑나비 피켓을 손에 들었다. 나비에 적힌 문구는 공식사죄’ ‘사실인정’ ‘10억엔 반환등 제각각이었으나 뜻은 하나였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위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태극기처럼 든 평화나비 물결이 뜨겁게 날갯짓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 이하 사노위)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1376차 일본국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봉행했다. 집회가 열린 227일은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한 지 31일째가 되는 날이다. 이에 맞춰 행사는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한편 지금 세대가 할머니들의 역사를 배우고, 알리고, 기억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계종 사회노동위 227일 집회 주관
500여 대중 결집해 피해자 인권 대변
참회 받아낸 진정한 자주독립 다짐

종교·국적·연령 뛰어넘은 自主의 외침
할머니 명예회복을 향한 노랑나비 물결
아베 총리 사과와 올바른 역사교육 촉구


이날 사노위와 함께한 각계 참가자 500여 명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야말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자주독립은 오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정의기억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이 주최하는 정기 수요시위는 19921월부터 시작돼 단 한 번도 빠짐없이 평화로 일대를 지켰다. 3.1운동 100주년이란 의미 때문인지 이날 행사 열기는 유독 더 뜨거웠다. 평소보다 많은 참가자들이 자리했고 자유발언 신청도 줄을 이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할머니들의 빈자리는 길원옥 할머니의 노랫소리가 대신 채웠다. 여는 노래인 바위처럼을 부른 할머니의 음성은 녹음된 것이었지만 참가자들은 무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인 故김복동 할머니 및 모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추모기도를 하는 조계종 스님들.

행사는 사노위 스님들의 추모기도로 시작됐다.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경하는 스님들의 염불소리는 일본군 성노예제의 상징인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해 평생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며 싸운 모든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독경이었다. 종교와 상관없이 참가자들은 가슴 앞에 두 손을 합장한 채 묵념했다.

조계종 사회부장 덕조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불교 경전에 망어중죄금일참회 기어중죄금일참회란 구절이 있다. 이는 거짓과 삿된 말, 해괴한 논리로 남을 속이는 일에 대한 내용이라며 분명한 피해자가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일본은 여전히 거짓말로 부정하고 있다. 거짓은 사람을 죽이는 살생만큼 커다란 죄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 이 자리가 3.1운동 100년이란 이 시점에 일본 정부가 성노예제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고 대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복동 할머님이 남기고 간 불굴의 정신은 우리에게 영원한 표상이 되어 문제가 해결되는 그날까지 용기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피켓 및 현수막 제작, 정치인 분장 퍼포먼스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일본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소녀상과 평화나비를 그리고 스티커를 붙여 플래카드를 정성껏 꾸며 준비했다. 아베 일본 총리의 가면을 쓰고 할머님께 죄송합니다란 문구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면을 쓴 채 한일합의 폐기하라’ ‘아베야 사과 좀 해등 피켓을 든 익명의 시민은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언니와 함께 온 최한빛(10·아산) 양은 상경하는 기차에서 직접 그려온 노란 도화지를 들여 보였다. 그림에는 한국 피해할머니가 일본을 향해 사과하라는 말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최 양은 일본은 할머니들에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린 이유는 할머니들이 아직 못 받은 사과를 꼭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한국어를 몰라도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음은 통했다. 메르디안 셈브링(45·인도네시아) 유학생은 일본 정부가 과거 한국에 저지른 일들이 무엇인지 이어질 세대들도 알아야만 한다. 젊은 사람들은 일본을 싫어하기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 행동해야 한다. 물음을 던져야 한다. 일본이 진정으로 사과할 때까지 과거의 잘못에 대해 되물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특히 3.1운동 100주년이 된 해에 과거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역사를 배우고자 한국을 단체방문한 일본인들이 주목을 끌었다. 재일교포 김병호(61·도쿄) 씨는 일본 개신교 단체서 전국 각지 일본인 20명이 자원해 역사현장을 찾아왔다. 종교는 다르지만 힘을 합쳐 진정한 평화를 위해 손잡고 연대하고자 의미 있는 행사에 참여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참가자 및 단체의 자유발언 시간이었다. 학생 등은 교내 소녀상 건립, 후원성금 모금, 홍보 캠페인 등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기억하고, 알리고,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인 참가자들은 아베 정부의 만행을 비판하며 피해자들을 위해 한국과 함께 싸워 합심할 것을 다짐했다. 학익여고 대표 임유민 양은 재학생들이 할머니들에게 쓴 손편지 10여 통과 모금한 소정의 기부금을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히가 미에코(68·오키나와) 씨는 개별 국가인 오키나와를 속국으로 포함시키기 위해 당시 메이지 정부는 전쟁을 일으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버려진 존재로 여기며 짓밟았다. 이후 일왕은 오키나와를 방문해도 말뿐인 위례만 반복했다한국에게도 지옥 같은 고통을 줬지만 참회는 없다.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할 때까지 한국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용기 있는 일본인의 발언에 현장 참가자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사노위원 서원 스님이 대표낭독한 성명서에는 일본 정부의 전범에 대한 진정한 참회 일본 정부의 진상조사 즉각 실시 일본 정부의 올바른 역사교육 해당 문제에 대해 외교적 측면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 차원서 문재인 정부의 단호한 대처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민대소녀상건립추진위 소속 이은비 학생은 김복동 할머니 빈소에서 만난 이용수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 힘드니 우리 대신 학생들이 해주세요. 여러분 몫입니다라고 하셨다. 처음부터 이 문제는 할머니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일이었다“3.1운동 100돌을 맞은 올해를 반드시 아베 정권의 사죄 원년으로 만들어 자주역사를 세우고 진정한 평화의 만세를 부르겠다고 발언했다.

한편 행사에는 조계종 스님 11명을 비롯해 동산·목동·월정·한빛초, 한빛중, 선인고·수원외고·여강고·학익여고, 공주교대 평화나비 동아리, 국민대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한신대 신학대학원, 3.1운동 100주년 대학생 서포터즈 자주독립만세등 학생들과 불교신문사 언론노조, 역사탐방 한걸음,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일본그리스도교회, 일본기독교단 북해교구, 재일기독교회단, 콩세알도서관 콩두레, ()6.3동지회 등 종교계 및 시민사회단체가 동참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로 다른 종교, 국적, 지역, 연령의 참가자 500여 명이 참가해 사노위와 뜻을 같이했다. 사진은 자유발언을 듣는 외국인 참가자들 모습.
엄마, 언니와 함께 온 최한빛(10·아산) 양이 상경하는 기차에서 직접 그려온 노란 도화지를 들여 보이고 있다. 그림에는 한국 피해할머니가 일본을 향해 사과하라는 말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100돌을 맞는 3.1절을 이틀 앞두고 열린 수요집회의 열기는 유독 더 뜨거웠다. 자유발언 신청도 줄을 이었다. 사진은 일본인 참가자가 자유발언하는 모습.
익명의 시민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분장을 한 채 문구가 적힌 보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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