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려의 혼을 깨우다. 월제혜담 스님 대 고려불화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3월 6일부터 19일까지

고려불화, 역사의 단층으로 인해 오롯이 이어지지 못했던 한 시대의 미술. 그것은 한국불화의 역사에서 가장 큰 그리움이 아닐 수 없다. 고려불화를 복원하고 널리 알려온 혜담 스님의 전시회가 열린다. 3월 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에서 열리는 ‘천년, 고려의 혼을 깨우다. 월제혜담 스님의 대 고려불화전’이다.

신작 3점과 함께 평소 보기 힘든 5m짜리 수월관세음보살도를 비롯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초청 전시 작품들과 11면 관음도, 양류관음도, 열반상, 오백나한상 등 스님의 대표작 60여 점이 전시된다.

한국불화의 역사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당시의 작품을 한 점도 볼 수 없다. 때문에 그 내용과 양식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고구려 벽화 등 약간의 사료를 통해 ‘있었음’을 짐작할 뿐이다. 백제나 신라의 불화 역시 마찬가지다. 754~755년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는 통일신라의 ‘대방광불화엄경사경변상도’ 1점 정도가 한국불화의 가장 먼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불화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고려불화다.

고려불화는 고려 말기인 1270년부터 약 120년 동안에 걸쳐 집중 조성됐다. 이 시기는 몽고의 침략으로 고려조정이 강화도로 피신해 있던 시기이다. 고려불화가 위기에 처한 국운을 살리는 호국불화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려불화는 대부분이 왕실과 귀족들의 후원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색채가 매우 화려하면서 기품을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아교에 금니(金泥)를 개서 디테일한 선을 살리고, 복채법(비단 후면에 안료를 두껍게 칠해서 앞으로 배어나오도록 하는 기법)을 통해서 은은하고 깊이감이 느껴지는, 고려불화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조선’이라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면서 불화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만난다. 초기의 불화는 고려의 모습을 품었지만 점점 새로운 양식으로 변화를 겪고 마침내 지나간 시대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의 이름을 품었다. 또한 억불정책의 영향으로 고려불화 대부분이 유실돼 오늘날 전세계를 통틀어 160여 점 밖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국내 소장분은 10여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 큰 아쉬움이며, 때문에 대중이 직접 고려불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 또한 큰 아쉬움이다.

우리의 문화유산인 고려불화는 종교미술을 넘어 한 시대를 지나간 예술로서 세계미술사에 남아 있는 ‘미술사’이다. (사)계태사 고려불화 학술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혜담 스님은 출가 후 40여 년 동안 고려불화의 복원과 보존, 전승에 매진해왔다. 스님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고려불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일으키고, 고려불화의 문화사적, 민족사적, 인류사적 가치를 알리고 있다.

혜담 스님 作, 열반상

“고려불화를 복원한다는 것은 우리의 잊혀진 불교 역사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문양에도 상징하는 심오한 의미가 있으며, 입체감은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모양도 같이 변합니다. 이 모두가 우리 선조들이 빚어낸 위대한 문화유산이죠. 700년, 아니 천년의 시간을 넘어 고려불화의 위대성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혜담 스님은 어느 날, 꿈에서 관세음보살 화현의 부촉으로 불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3년여에 걸쳐 첫 작품을 완성했다. 대작이었다. 스님은 시각적인 외형만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고려불화의 채색기법과 안료를 그대로 복원해 천 년 전과 똑같은 과정을 통해서 작품을 조성해 왔다. 스님은 1999년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0여 차례의 전시를 통해 고려불화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또한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수 년 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혜담 스님을 초청해 고려불화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 한국불화의 가장 먼 역사와 가장 분명한 뿌리인 고려불화를 복원하고 전승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원력불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불화를 잇는 불화장의 탄생과 스승이 끊어진 맥을 이어가고 있는 혜담 스님의 불사에 많은 손이 모아지길 기대한다. (033)638-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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