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展
서대문형무소 3월 19일~4월 21일

“의리로써 나라의 은혜를 영원히 갚으시니(就義從容永報國) / 한 번 죽음은 역사의 영원한 꽃으로 피어나네(一暝萬古劫花新) / 이승의 끝나지 않은 한 저승에는 남기지 마소서(莫留泉坮不盡恨) / 괴로웠던 충성 크게 위로하는 사람 절로 있으리(大慰苦忠自有人)”

만해(1879∼1944) 스님이 1915년 매천 황현(1855~1910) 선생의 ‘순국’을 기리기 위해 쓴 시, ‘매천선생(梅泉先生)’이다. ‘순국’이라는 말 자체가 난센스인 시절이었다. 만해 스님은 친필을 황현 선생의 유족에게 보냈다. 그리고 시는 황현의 친필 유묵첩 〈사해형제(四海兄弟)〉에 실렸다. 그 아픈 역사를 적고 있는 스님의 친필(복제본)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3월 19일부터 4월 21일까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제10, 12옥사에서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展을 연다.

우리 독립운동사의 가장 선명한 흔적,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100년 전 수많은 희생과 헌신에 바탕을 둔 자랑스러운 역사임을 문화유산을 통해 집중적으로 부각하고자 마련한 전시로, 그동안 문화재청이 정부혁신 과제의 하나로 추진해온 항일독립 문화재 발굴성과로 탄생한 항일 문화유산을 한 자리에 모았다. 경술국치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환국까지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고 문화재에 깃들어 있는 선열들의 발자취와 나라사랑 정신을 재조명하고자 마련됐다.

만해 스님이 황현의 순국을 추모한 시 ‘매천선생’ 친필.

 

전시는 △들어가며 △1부 3.1운동, 독립의 꽃을 피우다 △2부 대한민국임시정부, 민족의 희망이 되다 △3부 광복, 환국으로 구성했다.

1910년(경술년) 8월 29일, 일제는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하고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빼앗아갔다. 경술국치. 시대의 아픔을 죽음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황현 선생은 9월 10일 절명시(絶命詩)와 유서를 남기고 순국했다.

“어지러운 세상에 떠밀려 백발의 나이에 이르도록(亂離滾到白頭年) / 몇 번이나 목숨을 끊으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네(幾合捐生却未然) / 이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今日眞成無可奈) / 바람 앞의 가물거리는 촛불 푸른 하늘 비추누나(輝輝風燭照蒼天) 〈하략〉”

용성 스님과 3.1운동을 주도하고 민족에 독립혼을 심는 데 앞장서온 만해 스님은 고결한 황현 선생의 순국을 몇 해 후 진한 검은 글씨의 추모시로 다시 기억한다.

전시 도입부인 ‘들어가며’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조선 말기 우국지사인 ‘매천 황현’의 유물이다. 죽음으로 경술국치에 항거한 황현 선생의 결연한 의지를 담은 ‘절명시’와 그의 후손들이 100여 년 동안 간직해온 황현의 친필 유묵첩 ‘사해형제’, 신문자료를 모은 ‘수택존언(手澤存焉)’ 등이 최초로 공개된다. ‘사해형제(四海兄弟)’에는 황현 선생의 순국을 애도한 만해 스님의 추모시 ‘매천선생(梅泉先生)’ 친필이 수록되어 있다. ‘수택존언(手澤存焉)’은 황현의 저서 ‘매천야록(梅泉野錄)’ 중 안중근 관련 집필 기초 자료로 안중근 의사(1879~1910)의 공판기록과 하얼빈 의거 전에 남긴 시가 꼼꼼히 담겨 있다.

3월 1일부터 31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전시실에서 3.1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던 고종의 국장과 관련한 자료들을 전시하는 ‘100년 전, 고종 황제의 국장(가제)’ 등도 진행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특별전이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국민이 항일독립 문화재에 선명하게 새겨진 애국선열들의 조국독립에 대한 간절한 열망과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항일독립 문화재의 가치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1600-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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