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 매화가 피고, 곧 봄이 다가올 거라고 기대하는 요즘이다. 정신치료의 대가인 故이동식 박사는 “심리치료는 보살행과 같고, 내담자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서 봄을 가져오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적이 있다. 봄 눈 녹는 듯한 마음을 경험한 사람이 떠오른다. 

40대 싱글여성 김 씨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얼굴은 어둡고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했다. 최근에 다시 만난 그녀는 깜짝 놀랄 만큼 밝아보였다. 말투와 태도까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환하고 평화로웠다. 

저절로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하고 물었다. 김 씨는 우울증에 명상이 도움 된다고 하여 2년 전 한 명상모임에서 ‘감사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망설였다. 매일 카톡방에 감사하는 것을 세 가지 적고 명상을 시작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당시 김 씨의 상황은 도대체 감사는 커녕 절망스럽고 원망할 일만 가득했다. 그런데 ‘마음에 감사를 입력하면 감사할 일이 출력된다’는 설명을 듣고 결심했다. 일체유심조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시험해보고 싶었다. 

김 씨는 처음에는 매일 억지로 감사할 점을 찾았다. 도반들이 쓰는 감사 내용을 보며 배우게 되었다. 얼마나 감사할 일이 많은지 놀라게 되었다고 한다. 

항상 돈에 쪼들리던 김 씨는 공기도 무료, 햇빛도 무료, 산도 하늘도, 인간에게 그냥 주어진 것만 해도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의 몸도 직접 만든 게 아니라, 그냥 받아서 쓰고 있다. 은행통장은 마이너스지만, 주어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평생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이다. 서서히 모든 것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김 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감사명상을 했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커지면서 사람이 달라졌다. 포기했던 일에 도전해서 하고 싶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람들과 잘 지내게 된 것은 김 씨에겐 기적과 같았다. 

악조건에서 밝아진 그녀를 보며, 과거의 부정적이던 그 마음의 얼음을 녹이려고 그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가슴에 울림이 전해온다. 감사하는 정진으로 스스로 감사한 인생을 만들게 된 것이다.

황수경 동국대 겸임교수

매일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들과 분투하는 사이, 우리는 너무 많은 감사할 일들을 놓치고 살아간다. 항상 절에 가면서, 불교의 정법을 만난 인연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도 종종 잊고 산다. 탐진치에 중독된 사람들을 보면, 오늘 하루 건강하게 불교의 가르침을 수지 독송하고 정진할 수 있는 은혜 또한 얼마나 감사한 것인가. 

대행 스님은 “만물만생이 우리와 더불어 같이 돌아가니 감사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마음 하나 잘 쓰는 데에 온 누리를 향기로 꽃 피울 수 있다”고 했다. 올 봄에도 많은 분들이 내면의 힘을 자각하고 일상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회복해서, 방방곡곡에 마음 꽃들이 환하게 피어나기를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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